지난달 21일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대한 세간의 평이 쏟아지고 있다. 협의회는 이러한 관심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른바 ‘MZ세대 노조'라는 호명과, 기존의 노조에 대한 정부의 공세적 입장이라는 정치적 환경 가운데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노조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나선 이들에 대한 환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MZ세대’라는 세대 담론이 과학적 정합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언론화됐다 하더라도 최근 2~3년간 한국 사회 세대 담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2022년 출생·사망 통계’를 발표하자 다음날 여러 언론이 대서특필했다.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0.78명 쇼크 … 한국이 사라져 간다’에 이어 2·3면을 모두 털어 해설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3면에 ‘일할 사람 줄어 잠재성장률 OECD 꼴찌로, 노인부양비는 세계 1위로’ 치솟았다고 머리기사 제목을 달았다. 2면엔 ‘인구 대응 마지막 골든타임 … 산발적 저출산 대책 통폐합한다’며 기대 섞인 2면 머리기사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는 앞선 정부와 다르다는 걸 강조한다.중앙일보는 3면에 ‘바닥
요즘 웹소설이 대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은 2020년 7천415억원에서 2022년 1조850억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웹소설 IP를 기반으로 한 작품도 여럿 만들어졌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 대표적이다. 원작의 튼튼한 스토리에 팬덤 덕까지 볼 수 있으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다.웹소설에 통용되는 몇 가지 문법이 있다. 일단 전개가 빨라야 한다. 일반적인 웹소설 구성을 보면, 기승전결을 갖춘 짧은 에피소드가 여럿 이어지고 이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큰 이
1. 세상은 발전한다고 배웠다는데 틀렸다. 사물은 변화·발전하고, 그래서 이 사람 사는 세상도 결국은 진보할 것이라던 철학교과서는 엉터리였다. 날마다 퇴보하는 세상이 끔찍하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이건 뭐 ‘뒷걸음질’이다. 권력은 기업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본을 위해 노골적이다. 노동자의 자유로 보자면, 오늘은 틀렸다. 노동자의 권리로 읽자면, 분명히 이 세상은 엉터리다. 혁명도 전쟁도 선거도 배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권력으로부터 더는 인민의 자유니, 노
지금은 독립해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지난달까지 경기도 과천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여전히 부모님이 거주 중인 해당 아파트 단지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이기도 하다.노동부 장관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는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장관 취임 전에도, 그리고 취임 후에도 이정식 장관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취임했을 때 단지 내부에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보았을 뿐이다. 현수막을 보았을 때도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었고,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해당 아파트 단지는 택배 차량이 도착하면 단지 입구에 차량을
나는 정보공개(open.go.kr)를 통해 국고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청구하는 작업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 청구 대상에는 노조에 지원된 국고 내역도 포함된다.이명박 정권 때 일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 핵심 정치인이지만, 당시 한국노총 임원으로 있던 이가 국고를 횡령했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내 개인정보를 한국노총 내부인에게 알려 줘 나를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지금은 근절됐을까.지난달 청구한 정보공개 답변서
미국에서 공부 중인 처남이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어깨를 치고 지나가거나 문을 눈앞에서 닫아 버리는 등 의외의 부분에서 무례하다면서 “미국이었으면 누가 총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 서로 무례할 수가 없다. 그게 ‘45구경의 정의’”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여기에 나는 멕시코는 살인율이 1위이고 한국이 자살률 1위인데 멕시코 사람들은 한국에서 사장이 괴롭히면 노동자가 자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터넷상 농담을 돌려 줬다. 그리고 처남과 나는 둘 다 이것이 농담인 척하는 일말의 진실임을 잘 알고 있다. 최
영화 가 개봉했다.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LB휴넷)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양이 이승을 버린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2017년 1~3월치 내 취재수첩엔 분노에 찬 메모가 가득하다.수연양의 죽음을 조사한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강문식 집행위원장은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어느 한 곳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연양은 2017년 1월23일 숨졌는데, 이후 한 달 동안 학교와 전북도교육청은 실족사로 추정한다며 경찰 조사 뒤 대응하겠다고만 했다. 지역 청소년단체는 유족과 친구들을 만나
조선노동공제회는 1922년 7월 이후에는 지방지회들이 활발히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반면, 중앙지도부는 상해자금 건이 문제가 돼 완전히 분열돼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1922년 10월14일 5회 임시총회에서 윤덕병·신백우파가 조선노동공제회를 해체하고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자들만의 노동단체로서 ‘조선노동연맹회’를 창립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10월18일 서울 장사동에 있는 동양염직회사 내의 공우협회 사무소에서 조선노동연맹회 창립총회를 열고 강령·선언·규칙을 통과시켰다.조선노동연맹회는 사회주의자와
2016년 1월11일 새해 벽두에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2015년 9월15일 박근혜 정부와 한국노총, 한국경총이 합의한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2015년 9월 그는 한국노총의 협상 실무 책임자로 정부·재계와 머리를 맞대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다.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합의 체결 다음날 노동계와 합의가 안 된 비정규직 법안을 추진하고, 그해 연말에는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는데도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손쉽게 개악할 수 있는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이정식
얼마 전 한 경제신문에서 내가 소속된 법률원에 대한 기사를 냈다. “민노총”이 “변호사와 노무사 등을 대거 영입”해, 한때 존폐 위기에 놓였던 법률원이 현재 “90명까지 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모두 “MZ세대 유입과 함께” 찾아온 변화라고 한다. “과거 투쟁과 파업 중심이던 노조가 실리와 정당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요구에 맞춰 바뀌는 현상”이라는 것이다.사실 경제신문이 노동계 소식을 보도하면서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부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 경제지가
오른쪽 등이 계속 아팠다. 처음에는 어깨 문제인 줄 알았다. 마우스를 손목과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버티컬 마우스로 바꿨다. 마침 아시안핏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래서 기존보다 작아 여성에게 추천한다는 마우스가 새로 나왔다. 여성에게 맞는 크기는 언제나 기본형이 아닌 특수형이다. 근래에 들어서야 여성을 고려한 크기가 출시되는 것이 황당하나 그래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지덕지다.스트레칭도 하고 온찜질도 자주 했지만, 견갑골이 아린 통증은 계속됐다. 자다가 아파서 깰 정도가 돼서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
2000년대 초중반 돌봄의 사회화가 진행됐다. 신자유주의 경쟁 속에 개인은 돌봄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보육서비스제도가 확충됐고 2006년 이후 사회서비스 일자리 정책이 확대됐다. 2007년 사회서비스전자이용권(바우처 카드)사업이 시작됐으며 2007년 사회적기업법이 시행됐다. 2008년도에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2011년도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입법화됐다. 2019년에는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고 2020년 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됐다.돌봄의 사회화 과정은 국가가 주도했으나 서비스 제공은 민간이 담당했다. 국민의 세
1.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며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특정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은 거의 없다”며 “큰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임금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 면이 많다. 구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는 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족한 연구회 ‘노동시장이중구조개선연구회’의 전원회의 공동좌장인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그 첫 회의를 마치고서 기자들을 만나서 이렇게
모든 인간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돌봄에 의존하므로 돌봄노동(care work)은 인류의 핵심이며(국제노동기구, 2018) 현재와 미래세대의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에 관심은 크지만 ‘누가, 어떻게’ 돌봄을 수행하는지, 돌봄노동으로 인한 불이익은 무엇인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그중에서도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급 돌봄노동’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임에도, 이에 대한 가치는 외
지난해 3월9일 20대 대선이 있은 지 1년이 가까워 온다. 패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직과 거대 야당 대표직을 방패 삼아 윤석열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달 16일 대장동·위례 개발비리와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을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국회는 27일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명은 회기 중 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구속을 피하고자 계속 국회를 계속 열어 두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체포동의안이 계획대로 부결되지 않고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와 가결될 경우 민
어쩌다 너는 ‘꼴수’ 나는 퇴보예상 못 한 인연들이 만나면 다양한 얘기들이 튀어나온다. 정부를 반노동 꼴보수로 보는 사람, 그나마 깡패 같은 이 포퓰리즘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보는 사람, 낭만검객이 거칠게 휘두르는 정부로 보는 사람 등 다양하다. 각자의 초점은 다르지만 일치하는 것은 이런 나라 꼴을 벗어나기 바란다는 것이다.어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곳에 진일보가 있다며 오염된 표현인 ‘중간’도 ‘중도’도 아닌 ‘중원’을 열자고 한다. 어떤 이는 지금 필요한 것에 미달한 상태를 한탄하며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
지난해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고(故) 이동우 정비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난 1월에서야 관련자들을 수사 대상으로 입건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였다. 이어 이달 14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사건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미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장과 하청업체 대표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늦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대구노동청은 지난해 5월 검찰에 입건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을 공격하며 지지율을 올리고,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고, 재미를 보고 있다. 마치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가 노동조합으로부터 비롯된 것처럼 비약하고 적대화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 사회 보수정당의 레퍼토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레토릭에 반응하는 시민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무나도 떨어져 버린 대중적 지지와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정규직-비정규직’ ‘내부노동시장-외부노동시장’으로 분절
소설가 장강명이 이란 에세이집을 신생 출판사 ‘유유히’에서 냈다. 원래 이 책은 미디어창비(창작과비평 자회사)가 출판하려고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장 작가는 이 책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것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고 썼다. 이 문장은 장 작가가 지난해 웹진 ‘채널예스’ 6월호에 이미 썼다. 그럼에도 창비는 미디어창비에서 출판작업을 할 당시 이 문장에 들어 있는 ‘궤변’을 ‘나름의 논리’로 바꾸고 괄호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