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올가와 이아르트리, 두 사람은 고려인 부부로 2021년 3월 아이와 함께 카자흐스탄을 떠나 더 나은 일과 삶의 희망을 찾아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귀환 이주했다.충남 홍성지역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예산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곳은 불법적인 인력공급업체. 두 사람은 어디서 일을 하게 될지, 사장이 누구인지, 임금은 얼마를 어떻게 받게 되는지, 일하고 쉬는 시간은 언제인지,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스탈린 정권에 의한 강제 이주, 민족교육과 민족언어 교육이 금지된
월 500시간 남짓 사업장에 체류하며 일했던 분의 임금체불 사건을 맡았다. 한 달 30일, 720시간 중 500시간을 사업장에서 일했다. 평일 7만원(15시간 체류), 토요일 10만원(18시간 체류), 휴일 10만원(24시간 체류, 연휴에는 며칠이고 사업장에 머물렀다)을 받으며 3년 가까이 일했던 그는 첫 상담에서 장시간 노동에도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부당함을 참았던 자신의 과거를 하소연했다.노동청 출석 전날, 진정인과 통화를 끊으려던 순간 진정인의 마지막 말에 흠칫했다. “그런데, 감독관이 왜 참고 일해 왔냐고 물으면
‘현존하거나 계속되고 있는 차별을 제거 또는 과거에 행해진 고질적인 차별을 구제하기 위해, 그리고 미래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나 절차’를 의미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는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작된 반차별적 정책(anti-discrimination policy) 중 하나로 시작됐다. 특히 과거 차별에 대한 보상과 현재의 불평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소수집단에 채용이나 승진·훈련 등에서 우선적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과잉대표된 특권 집단에
1. 언제나처럼 나는 그랬다. 새해의 해맞이는 올해도 동네 뒷산이었다. 하나도 새롭지 않았다. 미세먼지 안개를 붉게 뒤집어쓴 채 힘겹게 떠오르는 모습이 새해라고 해 봐야 다를 게 없었다. 붉기로 보더라도 전날 그 자리에서 봤던, 서쪽 하늘 아래로 떨어지던 2022년 마지막 해가 더 붉었다. 도대체 새롭게 나아감은 없고,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전혀 새롭지 않은 말만 노동에 대해서 퍼붓고 있었다. 지난해 집권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해 오던 노동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서 하는 것을 새해 첫날에 TV뉴스로 봤다. ‘이 나라
내가 우익과 좌익을 가르는 실천적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자와 부자와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면 우익이고, 약자와 빈자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면 좌익이다. 나의 관심은 실천에 맞춰진다. 하는 말의 ‘좌익’스러움에 상관없이 실천적 결과에서 강자와 부자와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면 우익이라 보는 것이다.‘사회적 대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운동권 안에서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자들을 ‘좌파’라 부르지만, 나는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는 자들을 우익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이들의 사회적 대화 반대 전술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익을 본 집단은 강자와 부
철거계고장이라는 공문서를 처음 본 것은 (난쏘공)에서였다. 철거계고장의 뜻을 몰라 엉뚱하게도 문학용어사전을 뒤적였던 아둔한 고등학생은 이제 비겁한 사회인이 됐지만 난쏘공을 읽었을 때의 큰 충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난장이 가족이 살았던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지명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그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고 믿었을 만큼 난쏘공은 나에게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난쏘공이 출간된 지 45년이 지났지만 소설 속 배경과 오늘의 현실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에 자본주의 계급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문학적·
2007년 라희찬 감독이 만든 영화 는 블랙코미디다. 원칙주의에 꽉 막혀 융통성은 일도 없이 고지식한 교통순경(정재영)과 적당히 잘 비벼서 출세길을 달려온 경찰서장(손병호)의 대결 구도가 기본이다.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은 민심도 얻고 야심도 채우려고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제안한다. 교통순경 정재영이 강도로 발탁되면서 훈련이 꼬이기 시작한다.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고지식한 정재영이 열과 성을 다해 강도 연기에 몰입한 탓에 훈련은 실전보다 더 리얼하다. 급기야 특수기동대가 투입되고,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등 실
신현수는 한국노총이 운영하는 충북노동교육상담소 소장이다.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한국노총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40년을 한국노총에 몸담았는데 처음에 맡은 업무는 총무 업무였다. 그는 노동조합이 수협이나 농협처럼 안정적인 직장인 줄 알고 들어왔다는데 기업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띠를 묶고 싸울 줄은 몰랐다고 멋쩍어 했다.그가 한국노총에서 맡은 주된 업무는 노동법률 상담과 교육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자문을 담당하기도 하기만 주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연간 평균 종합독서량은 4.5권이라고 한다. 이는 2019년 조사 때보다 3권이 낮아진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유튜브나 OTT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하는데, 독서량은 딱히 아닌 듯하다.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은 결과 자연스레 출판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출판업은 사양 산업 1순위로 손꼽힌다. 1인 출판이니 웹 출판이니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으나 빙하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덩달아 작가들도 위기다. 물론 작가가 언
입사 첫해인 올해 법률원과 함께한 여러 활동 중에서 지난 7월23일 ‘대우조선 하천노동자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도에 다녀온 것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주말 일정에, 왕복 10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짝 망설이기도 했지만, 당시 옥쇄투쟁을 진행하고 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님이 나온 기사 사진을 본 순간 희망버스에 꼭 타야겠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좁은 철구조물 속에 몸을 간신히 구겨 넣은 부지회장님이 손에 쥔 피켓에 적힌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는 지금 다시 떠올려도 울컥하게 된
A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을 정도로 전공 분야에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직장내 성희롱이 지겨워서 커리어를 포기했다. B씨는 승진하자 악의적인 성적 소문에 시달렸다. 다른 여성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동기들은 성희롱과 성차별을 견디다 못해 다른 직종으로 이직했다. C씨는 직장에 있는 동안 성희롱 상처가 계속 생각나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D씨는 성희롱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이 거절됐다. E씨는 성희롱 신고 후 힘들어하는 피해노동자에게 “퇴사하라”라고 말하는 상사를 목격했다.위의 사례는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
TV에서 화물트럭 기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업복 차림의 부스스한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운전석 뒤 조그마한 공간에 이불이 있고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몇 가지 살림 도구도 인상적이었다. 트럭을 집인 양 생활하는 모습이 극한직업처럼 느껴졌다.지난달 24일 트럭에서 생활할 정도로 한 푼이 아쉬운 노동자들이 생계를 팽개치고 파업을 했다. 순박한 아저씨들이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무더웠던 지난 6월 이들은 안전운임제를 놓고 한 차례 파업한 적이 있다. 그때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영구 운영 논의 포함) 및
1.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방향이 발표됐다. 이달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입법적·행정적 조치에 조속히 착수해” 줄 것을 권고하는 형식이었다. 권고문 내용은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했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서 작성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노동부가 노동법 등 노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는 연구회는 정권이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에 부합하게 연구해서 권고문으로 노동정책에 관한 개혁 과제들을 밝혀 놓았다. 사실 권고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는 어떤 내용을 권고했을지 짐작이 됐다. 윤석열
2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격차 1위인 나라에서 “더 이상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운운했을 때 눈 밝은 사람들은 이미 알아챘으리라. 무슨 특대형 부조리라도 찾아낸 양, 대선 유세 기간 툭하면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합니까?”라고 외쳤을 때 말이다. 조금 둔한 사람들도 알아챘을 것이다.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을 때면, 제아무리 확증 편향에 빠졌던 사람일지라도
페루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떠올린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페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좀 다르다. 2007년 베네수엘라 혁명을 직접 살펴보고자 카라카스를 방문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2005년 노동절에 100만 노동자들 앞에서 “우리는 이제 21세기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합니다”고 선포해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곳 수도 카라카스에서 페루 출신 한 중년 노동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하면서 베네수엘라에 먹고살기 위해 왔는데 이곳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진행되는 것을 접하고 감격했다고 하면서
월드컵이 끝났다. 역대급 명승부로 꼽히는 결승전이 끝난 후 월드컵은, 아니 축구는 이제 4년 후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 돼야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있고 열혈팬들이 있어서 K리그와 국가대표 경기 그리고 손흥민을 비롯해 이제 유럽 각 리그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관전하고 성원하는 ‘관심사’는 지속되겠지만, 언필칭 ‘국민적 관심사’는 한풀 꺾일 것이다.그렇게 끝나도 괜찮을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당부와 약속들, 그러니까 “이제 K리그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선수들
지난 12일 소위 각 분야 전문가라 불리는 12명의 교수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5개월간 과연 ‘연구’를 통해 작성된 것인지 많은 의문이 든다.연구회가 연구한 목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이번 정부가 노동시장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내용을 제안하는 것이다. 연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기술혁명과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반영하
“사랑에 대한 힘이 힘에 대한 사랑을 능가할 때 세계 평화가 온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세계 최초 평화주의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입니다.” 매번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보다 벅차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라니,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그러나 이는 상상이나 농담이 아니다. 엄연한 실존이다. 불가해한 긍정의 아이콘 노동주 감독을 만나보자.1. 시력을 잃고, 영화감독의 꿈을 떠올리다노동주 감독은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후 시
새해는 어디로 튈까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다가오면 마감과 새 출발을 위해 정세를 살피기 마련이지만 그보다 세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토정비결이다. 점술이 아니라 분석을 통해 세상을 분석한 홍기빈은 그의 유튜브에서 세계와 한국의 상황을 해도가 없이 항해하는 상태에 비유했다. 바닷길을 찾을 지도가 없으면 길을 찾는 기준점인 해를 찾아야 한다. 바이킹은 구름이 해를 가리더라도 찾을 수 있는 ‘선스톤(Sunstone)’을 이용했다고 한다. 모두 각자의 선스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가만히 있어도 집값이 오르면 재산이 늘어나는 ‘노동 없는 성장’
지난달 29일과 이달 8일,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하고 있던 화물연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는 이유였다.12일, 고용노동부 산하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권고문을 발표하였고, 정부는 조속한 입법으로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