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해 3월9일 20대 대선이 있은 지 1년이 가까워 온다. 패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직과 거대 야당 대표직을 방패 삼아 윤석열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달 16일 대장동·위례 개발비리와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을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국회는 27일 체포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명은 회기 중 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구속을 피하고자 계속 국회를 계속 열어 두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체포동의안이 계획대로 부결되지 않고 민주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와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렇게 이재명이 궁지로 몰리자 곳곳에서 이재명과 민주당 구하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민주화운동 원로들의 주도로 비상시국회의가 조직되고 있다. 이들 원로들은 오는 삼일절을 전후해 전국 규모의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재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원로 57명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독재와 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함세웅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원로고, 김상근 목사는 개신교계의 원로다. 이부영 씨는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재야 민주화운동을 이끌다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그 두 당에서 부총재를 역임했다. 이 분들은 김영삼 정권이 등장하기 이전인 1970~80년대에 군사독재에 저항해 투쟁했지만, ‘민주화 이행’ 이후 이렇다 할 발자취가 없다. 그런 그들이 지금 자신들이 몸담거나 지지해 온 민주당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자 노구를 이끌고 ‘구국’에 나서고 있다.

이 자칭 민주화운동 원로들은 현 시점에서 노동자·민중을 이끌 지도력을 가지고 있는가? 기독교 신학자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가 지은 <해외에서 함께한 민주화운동>을 보면, 박정희가 히틀러의 나치체제와 같은 유신파쇼체제를 수립하자 나치하의 독일이나 프랑스에서와 같이 청년학생들이 사회주의 이념과 혁명운동으로 급진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이것을 막기 위해 기독교 세력이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음을 고백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 기독교 민주화운동 세력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제국주의·자본주의 지배체제를 타파하는 변혁·혁명운동으로 이끈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 지배체제 내의 반 군사독재 개혁운동으로, 구체적으로는 보수 야당 지지로, 더 구체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지지로 이끌었다. 그럼으로써 한국 민주화운동이 지금과 같은 실패에 이르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이달 8일 민주평화포럼 주최 ‘다시 민주주의 실현이다-비상시국회의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검찰독재와 민생파탄, 전쟁위기 저지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명품 대한민국이 흉물이 돼 가고 있다”고 개탄하고, 현 비상시국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시민-민주-진보의 새로운 중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구의 87년 체제에서 처절한 교훈을 찾고 좌우, 진보-보수라는 단순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부문별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3·1운동 104년을 뜻깊게 맞이하자고 했다.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가 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일까?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는 검찰독재가 아니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부르주아 정당인 국민의힘 같은 수구보수와 민주당 같은 중도보수가 정치권력을 분점하고 노동자·민중을 정치권력에서 철저하게 배제하는 보수 양당독재 형태의 자본계급독재다. 민생파탄 문제도 그렇다. 민생파탄의 가장 큰 부분은 집값 폭등이다. 집값과 물가를 폭등시키고 민생을 파탄시킨 민주당 문재인 정권의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과 함께 민주·시민·진보를 폭넓게 아우르는 운동의 구심을 만들자고? 전쟁위기는 또 어떤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전쟁위기는 축적위기와 동시에 패권위기에 처한 미·서구 선진자본주의·제국주의가 자신들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고자 획책하는 침략전쟁이다. 따라서 전쟁위기 극복은 대대적으로 미 제국주의의 전쟁책동을 폭로·규탄하는 투쟁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는데, 그 반미투쟁을 친미·반일 더불어민주당 및 시민운동 세력과 함께 펼칠 수 없다. 거리광장 투쟁으로 떨쳐나선 ‘촛불승리 전환행동’은 어떤가? 그 운동은 원로들이 만드는 비상시국회의보다는 급진적이다. 전환행동은 지난해 4월19일 출범선언문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타파하고 사회적 약자의 시민권을 보장하며 사회적 약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과제는 물론 인류적 위기인 기후위기에도 대처하는 대대적인 체제 전환 임무”도 언급하고 있다. 거기에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와 같은 운동세력이 적극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환행동 또한 민주당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끌고 있다. 김민웅 목사는 그 두 단체 모두의 대표다. 그는 조국백서를 집필하고, 대선 예비경선에서 추미애를 지지했다. 공동상임대표의 한 사람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이들이 연 연단에 때때로 민주당을 비판하는 인물이 등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양념이고 연단의 기조는 ‘윤석열 반대, 민주당 지지’다. 그들은 검찰파시즘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천민자본주의 파쇼체제를 타파하는 민주변혁을 주장하지 않으며 노동악법 같은 파쇼악법을 타파하자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노동자·민중을 대표하지 않고 부르주아 계급을 대표한다. 고로, 그 노력은 눈물겹지만 그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