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지난달 21일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대한 세간의 평이 쏟아지고 있다. 협의회는 이러한 관심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른바 ‘MZ세대 노조'라는 호명과, 기존의 노조에 대한 정부의 공세적 입장이라는 정치적 환경 가운데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노조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나선 이들에 대한 환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Z세대’라는 세대 담론이 과학적 정합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언론화됐다 하더라도 최근 2~3년간 한국 사회 세대 담론의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성의 것과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의 상징처럼 다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읽어야 한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의 세계관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적 공동체에 대한 거부감. 세대 변화는 이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협의체 또한 출범선언을 통해 과도한 정치적 질서에서의 기성노조 조직운영이 아닌, 소속된 조합원의 이익에 조응하는 조직운영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민주적 노조운영과 수평적 소통을 중심적으로 고민해 나갈 것이 기대된다. 모두 같은 조끼를 입는 양대 노총과 자유로운 옷차림인 젊은 노조위원장들의 모습은 단적으로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축하만을 전할 수는 없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고생길이 보이기에 오히려 우려와 안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출범을 통해 ‘비정치적’ 노조를 표명했지만, ‘세대'라는 정치 담론의 한복판에 놓여져 있다. 수적 열세로 현장에서 교섭권을 획득하기 어려워 실질적 권한은 주어지지 않고, 성과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고생은 될 것이다.

또한 현재 협의회의 구성이 대기업의 사무직 중심이라서 마주 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기존의 노조가 비판받는 지점은 노조에 소속된 이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 산별교섭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기업의 지불 여력과 노조의 교섭력이 맞물리면서 임금격차가 벌어져 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노조는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조는 정치적 활동을 외면할 수 없다. ‘노조의 이익’을 넘어 ‘사회적 이익’을 조정하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협의회가 밝힌 대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의 실질적 적용과 모두가 노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노조로 조직화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에 놓여 있는 중소규모 기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는 4~5배 가까이 벌어지고 있고, 임금노동자의 65%는 어떠한 임금체계 없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성별에 따라 임금격차가 발생하고, 같은 일을 해도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이주노동처럼 권리에 사각지대에 놓여질 수밖에 없는 노동 주변부가 확대되고 있다.

노조에 대한 냉소가 너무나도 짙어진 지금 양대 노총과 다른 노조가 돼 정말 새로고침을 해 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조합원의 지지를 넘어 시민의 지지를 받는 활동을 고민한다면, 청년유니온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유니온도 노조를 가질 수 없는 이들과 울타리 밖의 일하는 시민을 위한 노조를 표명하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상식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직무급제 실현과 일하는 모든 시민의 권리를 위해 함께 논의 테이블을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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