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며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특정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은 거의 없다”며 “큰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임금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 면이 많다. 구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는 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족한 연구회 ‘노동시장이중구조개선연구회’의 전원회의 공동좌장인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그 첫 회의를 마치고서 기자들을 만나서 이렇게 파견제도와 관련해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새로 정권이 들어서면 이 나라에서는 노동개혁을 외치면서 추진하겠다고 요란하다. 어김없이 무슨 연구회를 출범시켜 몇 달 만에 그 개혁의 대상과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게 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조직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해서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노사위가 연구회를 출범시키고 그 활동에 들어갔다니 ‘누가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뉴스를 살펴보았다. 그 연구회의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에서는 파견노동에 관해서 다룬다면서 위와 같이 보도하고 있었다. 연구회가 상반기 동안 연구한 결과를 내놓고 그 “연구 결과를 입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국회에 제안할 것”이라고 경사노위는 밝히고 있었다. 나는 잘 납득되지 않았다. 그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개혁 과제와 같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 것인가. 노동부가 추진하는 것과 동일하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미 발표돼 추진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 방안과 별개로 경사노위의 안을 마련해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서로 다른 연구회에서 마련하는 연구결과가 동일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자꾸 의문이 들었다. 그저 권력이 추진할 노동개혁에 부합하는 연구 결과만을 내놓는 어용연구회라면 몰라도 말이다.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따라 연구하는 연구자, 학자일 텐데 그럴 수는 없다고, 그 참여 위원이 100% 동일하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믿는 나는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연구회 14명 중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용만 건국대 교수(법학),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발족한 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겹친다고 매일노동뉴스는 비판 보도를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렇게 의문을 쌓아두고서 나는 파견제도에 관한 이 연구회의 공동좌장의 말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2. 이 나라에서 파견노동에 관한 제도 개선과제를 말할 때면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부터 시작한다. ‘언제나’ ‘누구나’ 그렇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무슨 연구회를 출범시켜 마련한 연구결과인 노동개혁 과제에는 파견노동과 관련해서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서, 포지티브 방식을 비판하며 파견 대상의 확대 등을 논의 과제로 내세웠다. 하도 이렇다 보니 좌우지간 이 나라에서는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로 여기는 실정이다.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동자, 노동조합조차도. 온통 이 나라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개선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도,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으로 착취당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 제도탓이라고 한다. 이렇게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데에는 이 나라에서 노사정은 이구동성인 것이다.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로 보자면, 과연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까. 도급인지 파견인지 명확하다는 것이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노동자권리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명확히 하라고 노동자는 주장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즉 노동자권리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용자 자본과 권력, 연구자들이 과제로 내세운다고 해도 그걸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 현재 법원 해석에 의해서는 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을 파견으로 명확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서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 나라에서 권력의 노동개혁 추진 행태로 볼 때 헛된 기대라고 나는 당신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권력의 성향을 떠나서 그걸 과제로 추진했던 사실을 나는 알지 못한다.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에서 파견근로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면 사용자들이 하는 말이다. 이 말을 받아서 권력은 도급과 파견의 구별을 명확히 하는 것을 노동개혁 과제로 내세웠다. 사용자들은 도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파견근로로 법원이 판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법적 안정성 운운하면서 이같이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휩쓸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노동자가 주장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살펴서 말해야 한다. 현재 도급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파견근로로 하는 제도 개혁이라면 지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현재 파견근로로 판단되는 사내하청 등을 도급계약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제도 개혁이라면 아무리 명확히 도급과 파견을 구별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법 연구자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법 제도의 형식적인 체계 완결에 집착하지 않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법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서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말이다.

3. “13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거제경찰서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지회 조합원 25명을 개별적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조합원 67명을 고소했”다(2023년 2월14일 매일노동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지회는 지난해 6월2일부터 7월22일까지 51일간 파업투쟁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조선소 안 여러 거점에서 천막농성, 대체인력 투입 저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단체행동을 펼쳤다. 바로 투쟁에 대해서 원청 사용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 원청 사용자들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서 사내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사용해왔다. 파견법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행태에 대해서 자동차, 제철 등 컨베이어 자동생산흐름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의 경우는 파견근로로 법원에서 판단됐지만, 그렇지 아니한 조선 등 사업장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를 자신의 사용자로 주장하면서 임금 등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고서 원청 사업장 내에서 천막농성, 대체인력 투쟁 저지 등의 다양한 형태로 투쟁하게 됐던 것인데 그것이 위력 업무방해죄로 고소된 것이다.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결론이) 엇갈리는 법원 판결이 나”와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원청 사용자를 위해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로 인정되지 않아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주장해서 투쟁하지 못하니 불법으로 내몰려 고소당하고 있는 것이다.

4. 그동안 수도 없이 말해왔던 것처럼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다. 아무리 도급계약, 용역계약을 체결해서 아니라고 해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 사용자의 사업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 실질을 파고들면 들수록, 본질은 명확하다.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살피면 살필수록 파견근로라는 본질은 드러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도급인지 파견인지” 헷갈려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파견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게 되면 파견법상 사용사업자로 책임을 지게 되니 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짓이다. 이런데도 “해외에도 (특정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은 거의 없다”면서 파견근로의 대상 확대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그 의지의 근거가 참으로 엉뚱하다. 나아가 “큰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임금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 면이 많다”고 인정한다면, 도급계약을 체결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강화해 커다란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을 집행하고 제도를 개혁해야 할 일인데도 이러하니 참으로 이 나라에서 오늘 노동개혁은 이상하다. “도급인지 파견인지” 알 수 없는 게 문제라고 하고 있으니.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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