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참가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는 참가인의 실질적 사용자인데 이 사건 인원 감축 통보로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는바, 이 사건 인원 감축 통보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참가인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운영자가 앱 등을 통하여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참가인이 그러한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참가인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 앱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2. 21. 선고 2022누56601 판결1. 들어가며혹자는 이 사건 판결을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번째 법원 판결’로 평가한다.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물론 타다 사업에 모바일 앱이 활용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프리랜서 타다 기사들이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발현으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 종사자의 전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지 작업 수행 과정에서 앱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플랫폼 종사자’라는, 그 의미도 용례도 아직 일의적으로 확립되지
“○○병원에서 22개월을 일했는데 퇴직금을 받지 못했어요.” 처음 시작은 퇴직금을 못 받았다는 거였다.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하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365 안심병동사업’에 따라 거제시 한 병원 간병서비스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경상남도 서민의료복지 특수 시책사업이다. 하나의 병실에 4명의 간병인이 24시간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비는 무료이거나 하루 1만원, 또는 2만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환자를 위해 일하는 간병인은 돈을 떼이고 있다.“우리 병원이 3
2024년 우리 산업과 경제지형도를 바꿀 가장 큰 동인을 지목하면 두 가지 후보가 유력할 것이다. 하나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격한 부상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다. 다른 하나는 점점 더 뚜렷해지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응해 산업과 경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이라고 하는 이중전환(Twin Transformation)의 길목 앞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디지털전환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
결혼을 앞두고 불안감이 증폭된 시기가 있었다. 우연히 포털의 여성 사이트에 연애와 결혼 사연을 읽다 보니 혹 내 미래가 될까 싶어 두려웠다. 다행히(?) 현실 결혼생활은 다이내믹하기보다는 담담한 일상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실제 고민과 오락이 뒤섞였단 점을 알았다. 미디어까지 인용되는 사연은 ‘판춘문예’라 불릴 정도로 잘 짜인 서사구조와 ‘사이다’ 결말을 갖춰야 조회수도 많다. 요즘은 유튜브에 비슷한 사연만 모아 읽어 주는 채널도 적지 않다. 꾸며 낸 내용이라도 네이트판 등의 글은 시대를 알 수 있
1832년 한국에 온 최초의 개신교 목사로도 알려진 칼 귀츨라프(Karl Gützlaff)는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다가 태평천국운동이 벌어질 무렵 20년 만에 유럽 사회에 돌아왔을 때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접하게 됐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그는 놀라서 외쳤다. “나는 그 유해한 교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가? 바로 이와 동일한 것이 중국에서 많은 폭도들에 의해 한동안 설교됐다!” 칼 마르크스는 이 일화를 그저 ‘양극단은 일치한다’는 변증법의 원리를 증명해 주는 사례로 넘겨 버렸지만, 이 문제는 훨씬 심각한 것이었다.역사
1. 응답자들은 ‘노란봉투법 부활’를 올해 가장 주목할 노동이슈로 뽑았다고 지난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2024년 주목할 노동이슈와 인물에 관한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에 관한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성사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노동현안으로 대두할 전망”이라며 밝히고
”나쁜 놈들 변호할 때 기분이 어떻습니까.“ 약 4년 전, 변호사가 회원 대다수인 노동법 공부모임에서 질의에 답변하던 강연자가 자신도 궁금한 게 있다며 그 자리에 있던 변호사들에게 한 질문이다.그날의 강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질문만큼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튀어나온 그 질문은 솔직하고 노골적이라서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가 분별력 없이 아무 사건이나 맡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지적이라고도 느꼈다. 예상 외의 질문인지 청중들 사이에 약간의 당황과 얼마간의 정적이 흘렀고 대형로펌의
본지 2023년 12월11일자 14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논란” 기사와 관련해 카라쪽은 “다수의 민원 접수에 따라 활동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징계위원회 소집은 예정됐던 절차로 노동조합 교섭요구와 무관할 뿐 아니라, 해당 활동가 2명이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언론보도 시점 이전까지 알 수 없어 표적징계가 아니다. 징계위원 기피
장정을 시작한다.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 사회적 대화가 주제다. 사회적 대화는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입구에서부터 삐걱거리는가 하면 구성과 운영, 의제 선정과 논의, 그리고 결과의 이행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주기(life cycle)가 지뢰밭이다. 20여년에 걸친 사회적 대화가 무색하리만치 어느 하나에도 ‘사회적 합의’는 없다.사회적 대화에 대한 견해는 노동 연구자나 활동가의 성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예민하면서도 본질적이다. 사회적 대화에 찬성하면 개량주의자이거나 친정부적이며, 반대하면 노동의 전투성
정정운운(政政運運)정치(政治)는 정치답고 운동(運動)은 운동다워야 한다. 정치를 운동처럼 하고 운동을 정치처럼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정당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공동체를 유지하는 제도화가 중심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동은 사회운동을 의미하며 다양한 시민이 권리 주인으로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는 주체화가 중심이다.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모든 것을 정치라고 본다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영역이 없다. 만물이 운동하기에 정치도 운동이며 정치개혁‘운동’이나 진보정당‘운동’처럼 정치와 운
■ 과장급 파견△송미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2024년 1월8일 시행
대구청년유니온 노동상담소에 어느 순간 ‘프리랜서’들의 상담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상담 유형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답변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프리랜서들의 법적 지위는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1인 자영업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대구청년유니온은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청년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노동 유형인 프리랜서 노동 현실을 당사자와 함께 알아보고, 프리랜서 노동권 개선 활동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로 프리랜서 커뮤니티 활동, 프리
지난달 27일 매일경제신문 12면에는 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실렸다. 횡재세 무용론을 ‘주장’하는 기사를 마치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보도했다.사설로 쓸 글을 이렇게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보도할 때 언론은 꼭 빠져나갈 안전장치를 만든다. 기자 개인의 주장이 아닌 취재원의 주장을 담았다고 포장한다. 이때는 쌍따음표만큼 유용한 게 없다. 내(기자) 주장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말하니 나는 객관적으로 소개할 뿐이라는 거다.이날 기사는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를 옮겼다. 설문은 학회 패널위원 4
메밀은 구황(救荒)음식이다. 흉년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굶주림에 허덕이던 극빈층을 구했다.절구질·맷돌질로 메밀가루를 만들었으니 빻고 가는 행위는 생존 그 자체였다. 강원도는 곳곳이 1970년대 내내 전기가 엄청 귀했다. 깊은 산골에서 고운 메밀가루를 만들기란 불가능했다. 메밀의 겉껍질을 벗긴 것을 녹쌀이라한다. 녹쌀은 전기를 이용한 제분 시설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겉껍질 채로 절구질·맷돌질을 해서 메밀가루를 만들었다. 면 뽑는 유압식 기계는 1980년대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대부분 분틀 형태였다. 이를 그대로 재현한 곳이 강릉 ‘
고용노동부가 산재환자를 ‘나이롱’이라 부르며 증거도 없이 ‘카르텔’을 잡겠다고 산재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5차례 걸쳐 문제점을 짚는다.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는 속칭 나이롱 산재환자 뿌리 뽑는다는 제목으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장기요양환자 조사
“이 사건 문서제출명령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문서소지인(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은 이 결정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원고의 재해 관련 판정위 심의회의 회의록 내지 녹취록(녹취파일)을 제출하라.”법원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명령을 받았다. 질병판정위에서 무슨 논의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업무상 질병 불인정 관련 소송을 진행하며 아무리 판정서와 위원별 의견을 들여다봐도 누가 무엇을 근거로 어떤 심의를 해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록되어 있지 않았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1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찬 이 순간이 4년 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의 시간이었던 기억이 난다. 변희수 하사다. 2017년부터 육군 부사관으로 군에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는 성별 위화감으로 군 병원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를 받으며 성별 정정 과정을 밟기로 마음먹고, 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소속 군단장으로부터 성확정수술을 위한 국외 휴가 허락을 얻은 변희수 하사는 2019년 11월 수술을 받았고, 복귀해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희수 하사를 트랜스젠더(태어났을 때 지정된
고용노동부가 산재환자를 ‘나이롱’이라 부르며 증거도 없이 ‘카르텔’을 잡겠다고 산재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5차례 걸쳐 문제점을 짚는다. 근로복지공단의 ‘2022년 소송상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 행정소송의 공단 패소율은 무려 34.3%다(판결 14.4%·패소가 예상돼 공단 스스로 원처분 변경 19.9%). 공단이 불인정한 10건 중 3건 이상이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된 것이다. 공단은 패소 원인을 증거 판단의 견해 차이(78.2%)와 범죄행위 등에 대한 법령해석의 견해 차이(2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분노에 잠겨 있던 지난해 말에 반가운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등법원은 쏘카㈜가 운영하는 실시간 차량·기사 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2022년 1심인 서울행정법원이 계약형식만 살펴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린 데다가, 6개월 전에는 타다 서비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