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

대구청년유니온 노동상담소에 어느 순간 ‘프리랜서’들의 상담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상담 유형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답변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프리랜서들의 법적 지위는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1인 자영업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청년유니온은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청년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노동 유형인 프리랜서 노동 현실을 당사자와 함께 알아보고, 프리랜서 노동권 개선 활동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로 프리랜서 커뮤니티 활동, 프리랜서 노동 경험 실태조사, 프리랜서 권리 구제 가이드북 발간 활동을 주요하게 진행했다.

‘2023 프리랜서 노동경험 실태조사’도 프리한 유니온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개별 사례로 만나오던 지역 프리랜서들의 노동실태를 집단의 경험으로 알아보려 했다. 실태조사는 지역 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128명, 실태조사 9명(설문조사 인원 중) 규모로 진행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는 일하는 시간을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38.3%),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32.8%), 원하는 직종은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서(22.7%)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워라밸(일·생활 균형) 등 노동의 과정에서 주체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와 플랫폼 자본의 탄생 등 노동시장 변화 속 ‘더 많은 노동의 외주화’가 프리랜서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프리랜서 중 60.2%는 월 200만원 미만의 수입을 벌고 있었다. 그중 44%는 월 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벌고 있었다. 낮은 단가 문제와 관련해 보수체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52.3%는 자신의 일감 단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 또한 일감 구하기(40.6%), 낮은 보수 및 단가(39.1%)로 나타났다.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5%에 그쳤다.

부당대우는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18%는 보수 미지급, 38.3%는 보수 일방적 삭감을 경험했다. 41.9%는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언·폭행을 경험했고, 10.5%는 클라이언트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 그러나 부당대우를 경험했을 때 대처방안은 주로 참고 견딘다(48.4%), 가족·친구·동료 등에게 하소연한다(49.2%)는 등에 그쳤다.

앞선 실태조사를 토대로 대구지역 프리랜서 노동자의 실태를 이야기하면 프리랜서들은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하는 열악한 노동자 집단’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프리랜서들을 ‘불안정 노동자’로는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느끼는 노동자였다.

이제는 그들의 일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노동자 개인의 인식이 변화하고, 노동시장의 지형이 변화해 ‘프리랜서’라는 새로운 노동형태가 생겼지만 여전히 법은 프리랜서의 노동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이자 과제이다. 이제는 법 제도 속에서 프리랜서의 자리와 언어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프리랜서가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그 과정에서 개인 프리랜서의 경험을 집단의 경험으로 발화하는 공간이자 그들의 스피커가 돼야 한다.

10여 년 전 대구청년유니온은 지역에서 권리를 뻬앗기고 있던 다양한 청년 노동자들과 함께 ‘청년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금은 청년 세대의 새로운 노동형태인 프리랜서들과 함께 ‘프리랜서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자 한다. 대구지역 프리랜서들의 튼튼하고 든든한 우산이 되고 싶다.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 (y.union10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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