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응답자들은 ‘노란봉투법 부활’를 올해 가장 주목할 노동이슈로 뽑았다고 지난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2024년 주목할 노동이슈와 인물에 관한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에 관한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성사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노동현안으로 대두할 전망”이라며 밝히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뜨거운 관심을 끈 노동이슈였다. 하지만 올해도 가장 커다란 관심을 끌 것이라고 이 나라 노사정과 전문가들은 본다는 것인데, 매일노동뉴스는 “새해 주목할 노동현안은 ‘노란봉투법’ 부활”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못해서 분명히 폐기돼 죽은 법안이니 ‘부활’이란 말로 표현해서 설문조사하고 답변한 것이겠다. 부활이라니 나는 반대다.

이 뉴스기사에서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11월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같은해 12월1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와 “같은달 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지만, 여당의 반대표 행사로 부결됐다”고 지난해 있었던 노란봉투법의 국회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그리고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의 경과를 소개한 뒤, 이번 “설문 응답자들은 노조법 개정안이 올해에도 노동현안으로 떠오르리라 내다봤다”며 “재입법 논의가 촉발할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문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결 요구와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로 폐기된 법안이 올해 재입법 논의가 촉발돼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니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다는 자라면 당연한 조사 결과이고, 마땅히 부활을 반겨야 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노란봉투법 부활’에 반대다.

2. 사실 나는 지난해 노란봉투법이 논란이 돼 입법 추진에 장애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면서 말해야 했다. 지난해 3월7일 칼럼에서도 “이렇게 노란봉투법조차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나니 나는, 한편으론 노란봉투법조차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다’고 반발하고,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반대하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오늘 이 나라의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혹시나 그조차도 추진하는 데 논란을 일으키는 것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이 같은 취지를 밝힌 바 있다(2023.3.7. 매일노동뉴스). 괜한 시시비비로 법안 내용에 관한 논란에 노란봉투법 입법이 좌절되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법안이 폐기됐으니 이제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서 입법 추진해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지난해 내가 비판하기가 걱정됐던 법안인 노란봉투법은 위 매일노동뉴스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니 현행 노조법보다 노동자의 자유, 즉 파업의 자유로 볼 때 나은 법안임에 틀림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노조법 2조2호의 사용자 정의규정 후단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근로 3권을 보장할 필요”를 이유로 입법하는 것이었다[국회 법안 제안이유(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현대중공업 등의 사건에서 원청 사용자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를 반영해서 국회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를 불명확한 개념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재의요구서의 이유 부분 참조). 이러한 정의규정이 없는 상태가 사용자 정의를 불명확한 것이고, 그래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며, 오히려 더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봐야 할 것인데도 오히려 그 반대로 이같이 이유로 내세운 것이니 납득할 수가 없다.

둘째, 노조법 2조5호의 노동쟁의 정의에 “근로조건의 결정”이라고 규정한 것에서 ‘결정’ 부분을 삭제해 “근로조건”으로 개정하는 것인데, 이는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바,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유로 입법한 것이었다(국회 법안 제안이유).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쟁의 대상 확대로 사법적 해결보다는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한 문제해결 시도가 증가해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 어려움 등을 내세워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보장하는 입법에 제동을 건 것인데, 사용자 기업의 편에 선 입법의 거부가 아닐 수 없다.

셋째, 노조법 3조2항을 신설해 법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는데, 이는 “쟁의행위와 관련해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이들 각각의 불법행위 책임범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는바, 근로 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며 국회는 이 같은 개정안을 의결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에만 부진정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그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다른 공동불법행위의 피해자보다 제약하게 되므로 형평에 반한다”며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에만 부진정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과 정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부담의 타당성 내지 정도를 무시하고서 한 거부가 아닐 수 없다. 이상이 이 나라에서 입법 추진됐다가 폐기된 노란봉투법인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노란봉투법은 반대할 이유가 없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 ‘노란봉투법 부활’에 ‘반대’라고 할까.

3.그것은 이 나라 노조법이 노동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 금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법은 노동자가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해서 단체행동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다(33조1항). 그런데 단체행동권은 노동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인데, 그것은 노동자의 자유로서 보장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의 자유 중에서 파업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파업은 노동자가 일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일하지 않는 걸 국가가 불법, 범죄로 규정해서 형사처벌 등 책임을 묻는 법이 타당한 것일까. 형평과 정의의 관념에서 보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일하지 않는 걸 불법과 범죄로 민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것처럼 노동자가 일하지 않는 것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형평에 맞고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일하지 않는 것에 처벌 등 책임을 묻지 않는 것처럼 열 사람이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하고 책임을 묻는 법이 타당한 것이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 이상과 같은 문제제기는 내가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세상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계약상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불법과 범죄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는 법이 바로 단결금지법리의 폐지였던 것이고, 그때 비로소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관한 노동법의 역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노조법은 노동자의 파업은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에 관한 규제로 온통 채워져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불법과 범죄로 민형사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나라 노동자에게는 파업은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범죄인 것이다. 예외적으로만 그 책임을 면할 뿐이다. 이렇게 노조법은 ‘엉터리’법이다. 노란봉투법은 그 엉터리를 그대로 둔 채 위와 같이 몇 가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하는 법안이다. 파업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노동자들이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개폐하는 걸 말고 방법이 없다. 현행법에서 1조 목적과 부당노동행위 등 10개 미만의 조문만 남기고 모두 삭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노란봉투법 부활’로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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