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2024년 우리 산업과 경제지형도를 바꿀 가장 큰 동인을 지목하면 두 가지 후보가 유력할 것이다. 하나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격한 부상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다. 다른 하나는 점점 더 뚜렷해지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응해 산업과 경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이라고 하는 이중전환(Twin Transformation)의 길목 앞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전환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단계까지 진척됐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수많은 편의를 가져오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래 고용을 점점 더 불확실하게 만드는가 하면 열악한 플랫폼 노동을 양산하는 부정적 현상 역시 심각하게 노출해 왔다. 또한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노동의 미래에 더 큰 불확실성을 보태는 것은 물론, 허위정보를 버젓이 만들어 유포하는 ‘환각현상(hallucination)'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2024년에는 지난해보다 더 눈에 띄게 인공지능이 개인생활을 넘어 기업 업무에 확산해 가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가 거주하는 지구는 지난해에 사상 최고로 더운 해로 기록됐는데, 올해는 그 이상으로 온난화가 진행돼 유엔에서 정한 한계인 1.5도씨 이상 기온이 올라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올해 8월 예정된 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 자리에서, 인류가 지구의 지층구조에 영향을 주는 지질학적 행위자로 공식 인정되는 ‘인류세(anthropocene)’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서, 유럽은 유럽 녹색산업계획과 넷제로산업법안 등으로 자국의 산업기반을 녹색으로 전환시키려고 서두르는 것은 물론, ‘탄소국경조정’이나 ESG 의무공시 제도 등 녹색 무역장벽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산업경쟁력이나 수출환경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이 산업구조와 경제구조, 그리고 당연하게도 노동환경에 큰 영향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상당히 단편적이거나 편향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전환과 플랫폼 기업들의 팽창에만 주목하고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생태전환쪽은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이 말해주듯이 여전히 선진국들을 추격하기에 급급할 정도로 부진할 뿐 아니라, 가급적 전환을 늦추는 것이 경제에 이익이 되는 것처럼 간주하고 있다. 단순화시키자면 디지털전환은 과도하고 생태전환은 과소한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전환이 긍정적인 미래만 약속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무분별한 도입이 이미 열악한 노동을 양산하는 사례는 넘칠 정도로 목격되고 있다. 나아가서 생태적으로도 디지털전환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들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가상코인 채굴 과정이나 생성형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례 중 하나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문제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적 권력을 배경으로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비용과 생태적 비용을 외부로 전가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반대로 지체되고 있는 생태전환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특히 철강·화학·시멘트·기계 등 탄소집약적인 한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서 점점 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제적으로 녹색기술과 녹색혁신에 투자하고 산업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탈-탄소산업전환은 속절없이 늦어질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실패를 초래시킴은 물론, 산업경쟁력과 수출경쟁력에도 점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24년 우리 산업을 전망하는 데 있어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의 균형감각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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