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희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
▲ 김중희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

“○○병원에서 22개월을 일했는데 퇴직금을 받지 못했어요.” 처음 시작은 퇴직금을 못 받았다는 거였다.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하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365 안심병동사업’에 따라 거제시 한 병원 간병서비스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경상남도 서민의료복지 특수 시책사업이다. 하나의 병실에 4명의 간병인이 24시간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비는 무료이거나 하루 1만원, 또는 2만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환자를 위해 일하는 간병인은 돈을 떼이고 있다.

“우리 병원이 365 안심병동 병원인데, 간병인협회를 통해 일하다 보니 여기서 일하는 기간 매달 15만원씩 (간병인)협회에 계좌이체를 해 주고 있어요. 근데 회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별도로 가입비 10만원, 근로계약서 작성할 때도 10만원을 협회에 현금으로 줬어요.”

3교대로 8시간씩 일하고 겨우 220여만원 받는 노동자에게 매달 15만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에게, 간병인협회를 통해 일한 노동자들이 매달 15만원씩 회비라는 명목으로 납부하고 있다는데 법 위반이 아닌지 확인해서 알려 달라고 했다.

돌아온 것은 노무사한테도 물어 보고, 간병인협회에도 알아봤는데 법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이었다.

“주무관님, 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는데 관련 법이 뭔가요? 그리고 그 근거 조항이 뭔지 알려주세요. 제가 확인 좀 해 볼게요.”

“네. 직업안정법을 보시면 되고, ‘국내유료직업소개요금 등 고시’를 보면 나와 있습니다.”

이 담당자는 노무사와 간병인협회 답변만 믿고, 본인이 소개해 준 직업안정법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담당자가 알려준 직업안정법을 보면, “나. 구직자에 대한 소개요금 1) 고용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고용기간 중 지급받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1 이하, 2) 고용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 3개월간 지급받기로 한 임금의 100분의 1 이하”라고 돼 있었다. 명백한 직업안정법 위반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국내유료직업소개요금등 고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폈다면 법 위반 사실을 알았을 텐데.

이번 사건 관련해 처음으로 간병인협회 문제를 제보받은 A 주무관은 “자문 노무사한테도 확인하고 간병인협회에도 물어 봤는데, 원래는 더 받아야 하는데 덜 받은 거라고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네요.”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관련 조항을 물어 보고 확인한 후, 구인자와 구직자를 오해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그때서야 잘못됐음을 인정했지만, 자기 실수를 덮으려고 간병인협회를 통해 부당하게 수령한 소개요금의 일부만 간병인들에게 되돌려주고, 마무리 지으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당하게 착복당한 임금 전부를 되돌려받기 위해 국민신문고와 시 민원신청을 통해 처음 문제제기를 한 지 3개월 정도가 지나서야 간병인협회에서 직업안정법을 위반하고 과도하게 소개요금을 받은 것이 공식 확인됐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저희는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서 행정처분을 할 뿐이지,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는 개별적으로 민사를 통해 해결하셔야 됩니다.”라면서 피해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구제는 또다시 외면하였다. 실무자 선에서 해결할 의지도, 해결할 능력도 안 되는 거 같아 담당 국장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시의원의 도움을 받아 억울하게 임금을 갈취당한 간병사와 요양보호사 10여명은 갈취당한 소개요금 300여만원씩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간병인을 직접 채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소개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유료직업소개소 전수 조사를 통해 또 다른 피해 사례나 불법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고, 불법이 확인된 유료직업소개소는 다시는 업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다른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중국 요양보호사들만 매달 30만원씩 소개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아직도 불법은 계속되고 있었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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