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고용노동부가 산재환자를 ‘나이롱’이라 부르며 증거도 없이 ‘카르텔’을 잡겠다고 산재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5차례 걸쳐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는 속칭 나이롱 산재환자 뿌리 뽑는다는 제목으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장기요양환자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6개월 이상 입원환자가 전체의 47.6%,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율이 99%에 이른다며 이를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병폐로 지적했다. 조사 결과와 진단은 과연 신뢰할 만한가.

2022년 산재승인율은 사고 96%, 질병 62%다. 병원은 산재가 승인되면 요양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 부상·질병 경과, 치료예정기간과 치료방법 등을 적은 진료계획서를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공단은 자문의사 심의 등을 거쳐 주치의 진료계획이 적절한지 심사해 치료기간 변경 등을 명할 수 있다.

산재 신청 시 주치의 소견은 경미한 재해를 제외한 중상이나 근골격계질환 치료기간을 3개월로 작성해 제출된다. 근골격계질환 산재 결정 기간은 2022년 평균 108.2일로 3개월 안에 결정되지 않는다. 뒤늦은 승인 통보 후 주치의는 3개월이 초과한 기간을 포함한 향후 치료기간을 적은 1차 진료계획서를 제출하는데, 대부분 승인된다. 공단은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 2차 진료계획서 제출 전 병원에 종결을 권하거나 경험상 불승인을 예측한 병원에서 2차 진료계획서를 올리지 않는 방법으로 관리한다.

노동자가 수술이 필요하면 진료계획이 제출되고 승인돼 수술 후 회복기가 끝나면 산재가 종결된다. 회복기를 연장하는 진료계획을 제출하면 공단은 자문의사 회의를 열어 강제종결하거나 치료기간을 단축해 버린다. 노동자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병원도 진료계획 불승인이 예상되면 제출하지 않는다. 확실한 경우만 제출하니 진료계획서 승인율 99%가 나오는 것이다. 공단은 치료기간 연장이 보험급여 지출과 직결되기에 매우 엄격하게 관리한다. 진료계획서 승인율 99%는 병원과 공단이 노동자 요양관리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치료가 남용되고 있다는 근거는 못 된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이를 병폐로 지적한 이유는 요양기간을 지금보다 더 단축하라는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은 대부분 중증인 상태로 신청하거나 여러 부위가 아픈 경우가 많아 치료기간이 길다. 수술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 부위도 여러 곳일 수 있어 치료기간은 더 늘어난다. 진폐, 이황화탄소중독증, 직업성 암, 중추신경계통 마비로 인한 질병 등은 산재 신청 시부터 치료기간이 1년 이상으로 제출된다. 6개월 이상 장기환자가 많은 이유다. 장기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노동자 잘못이 아니다. 사업주가 근골격계질환 등 업무상 질병 예방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임에도 경영계는 산재 승인과 요양만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부가 장기환자와 진료계획서 승인율을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병폐로 본 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며 불순한 의도를 갖고 산재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공격한 것이다. 노동부 장관은 법에 따라 산재보험 사업을 관장하는 자이며, 노동부는 경제인 단체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곳이 아니다. 장관이 나서 산재노동자를 나이롱환자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것은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매우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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