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대가 가고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가 왔다. 국제노동조합운동도 CSR이 ESG로 전환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노동자의 자본을 위한 글로벌노조 위원회’(Global Unions' Committee on Workers' Capital, CWC) 활동을 꼽을 수 있다.다국적기업의 투자에서 노동관행과 노동조합 권리의 개선을 목적으로 해
지난 가을 서울교통공사노조가 받은 집회신고 부분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총 3건의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며 세 명의 판사들을 만났다.첫 번째 집행정지 사건에서 노조는 서울남대문경찰서에 대한문 앞 인도 및 하위 4개 차로에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집회신고를 했고, 남대문경찰서는 신고 당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에 대해 집회금지 통고를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에 따라 주요 도로에서 하는 집회이므로 출근 시간에 심각한 교통불편을 발생시킬 우려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집회가 최소한 오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에 대한 정의는 연구마다 다르나,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고립 청년을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는 정서적 고립 상태 또는 대면교류가 적거나 없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으로 정의한다.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를 통해 분석된 위기 징후를 보인 청년 비율은 5%다. 전체 청년 규모에 적용하면 54만명으로 추산된다.정부는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과 복지
판결요지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했다. 근로복지기본법상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이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조건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에 비춰 근로소득의 범위에 해당하는 다른 급여를 지급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설령 공무원 복지점수와 선택적 복
12월20일 수요일중앙노동위원회 전국교수노동조합-학교법인 혜화학원(쟁의조정) 오전 10시, 주식회사 엠디엠자산운용(부당정직) 이스타항공 주식회사(부당해고) 오후 1시30분,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학교법인 혜천학원(쟁의중재) 주식회사 상록골프앤리조트(쟁의조정)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부당해고) 제주대학교병원(부당징계) 오후 2시30분, 대아산업 주식회사(부당전직) 오후 3시30분, 린텍코리아(부당해고) 학교법인 배달학원(부당해고) 오후 4시30분서울지방노동위원회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재)송파문화재단(쟁의조정) 오전 10시, 주식회
대상판결: 대전고등법원 2023. 10. 26. 선고 2022누13617 판결1. 사건의 개요 및 배경원고는 소속 임직원이 각자에게 배정된 복지포인트 한도 내에서 사전에 설계된 다양한 복리혜택 중 개인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복지항목 및 수혜수준을 선택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사내 복지후생규정에 따라 실시하면서, 소속 임직원들에게 매년 일정하게 복지포인트(이하 ‘이 사건 복지포인트’라고 한다)를 부여해 왔다.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사행성이 있거나 불건전한 지출(보석·복권·유흥비 등),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관련 의료비(
1. “비정규직 규모가 줄고 차별이 개선되던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뚝 멈췄다. 아니 거꾸로 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12월18일자 ‘윤석열 정부에서 나빠지는 비정규직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지난 대선에서 특별히 노동존중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집권 노동존중 정책을 하겠다고 권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한 내용을 새삼스럽게 뉴스로 썼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무덤덤하게 읽었다. 기사는 17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간한 ‘비정규직 실태의 중장기적 변화 분석: 2001~2023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끝났다. 국제회의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 여기저기서 성과와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COP28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평가한다.COP28 성과로 평가할 만한 것은 세 가지다. ①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됐다 ②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③ COP 합의문 중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명기했다.성과를 자세히 풀이해보자.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이다. 전체 협약
친한 동기의 퇴사를 축하하며 술 한 잔 기울이던 어느 저녁,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열었다가 보게 된 부고 메시지. 나도 모르게 ‘헉’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놀란 나를 보며 동기들은 무슨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고, 나는 그들에게 대답했다.‘김민아 노무사님 돌아가셨대…’처음 노무사님을 뵀던 게 언제였을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2017~2018년쯤 국회 토론회다. 노무사님은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책자를 나눠주고 계셨는데, 많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
최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던 원·하청 노동자 4명이 비소 중독 진단을 받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사실관계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①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투입↓② 비소 급성중독↓③ 사망자와 환자 발생①③은 논란의 여지가 없으므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②다. 어쩌다 비소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제련소에서 비소가스를 발생시키는 원인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 사연은 ‘침묵의 살인자’ 비소에 관한 이야기다.사약의 원료 비소, 가스형태
단테의 에서 단테는 지옥의 문밖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 대해 묻는 단테에게, 지옥의 길을 안내해주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았던 슬픈 영혼들이 이 비참한 길을 간다. 그들은 신에게 충성하지도 반항하지도 않고 거리를 두었던 비겁의 천사들과 이제 함께한다. 천국은 그 아름다움에 누가 될까 그들을 쫓아냈다. 깊은 지옥도, 죄인들이 그들을 보고 영광을 얻을 수 없도록, 그들을 들여보내기를 거부했다(단테 알리기에리 제3악장).”‘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에 지난 14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와 유럽의회에서 합의했다. 지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유럽의회의 제안으로 2022년 2월 개시됐다. 이번 합의 의미에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첫째, 기업 실사(due diligence)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대표의 역할이 강화됐다. 합의는 실사 전략과 실사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데 노동조
빈소 : 충남 홍성의료원 특실발인 : 12월18일(월) 오전 9시연락처 : 041-630-6244(장례식장)
박정희 정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선제를 중심으로 한 유신개헌으로 유신체제를 구축했다. 유신체제에서 박정희 정권은 고문, 폭력, 살인 등의 방법으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도 보호받을 수 없을 만큼 억압·통제적 정책을 자행했다. 머리 길이와 치마 길이를 국가가 제한하는 등 인간의 자유를 철저하게 탄압하고 통제했다.1970년대의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이라는 전략 속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양적 측면만 성장했을 뿐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또 비극이다. 이번엔 78살 이모와 50대 조카다. 전남 순천시 행동의 한 빌라에 살던 78살 여성 강아무개씨가 지난 7일 자신이 돌보던 50대 중증 장애인 조카 선아무개씨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조카 선 씨도 며칠 동안 못 먹어 탈진했다.이 집은 20일 이상 외부와 단절됐다. 조카 선씨는 지적 능력이 3~4세인 지적장애 1급이었다. 혼자 움직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27일 숨진 강 할머니 집에 지원물품인 쌀을 가져갔다가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놓고 왔다.강 할머니는 조카가 3살 무렵부터 보
전미자동차노조(UAW·위원장 숀 페인)는 역사상 처음으로 패턴 교섭 전통에서 벗어나 빅3를 상대로 동시에 교섭과 파업을 벌였다. 각 회사와 교섭 진행에 따라 차별적으로 파업을 확대했다. 수익성 높은 사업장 위주로 선별 파업을 했다. 또 조립공장만이 아니라 부품 유통센터도 파업했다. 조립공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부품 유통센터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부품 유통센터가 전국에 산
올 한 해 내가 일터에서 겪었던 가장 큰 위기는 고용불안이었다. 내가 일하는 상담소는 한국노총이 고용노동부에서 국고를 전액 보조받아 운영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발하며 노정 간 대립은 격화했고, 정부는 노동계를 길들이기 위한 카드로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을 꺼내 들었다.일터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국노총은 조합비로 우리들의 임금을 책임지고 있다. 부족하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계층을 위한 법률상담 서비스도 계속하고 있다. 120만명의 조합원이 마음을 모아 계속하라고 격려해 줬기에 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던 날, 국무총리는 “노조법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등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하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며,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헌법이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가 노조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했지만, 단체교섭이 활성화되고 노동
12월11일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비상상황 대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추락·끼임 등 산업재해, 사업장 화재, 노동자의 심정지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초 발견자나 주변 노동자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비상상황에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비상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 방법 중 하나로 노동부는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사업장에 맞는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상상황 3대 원칙으로 △노동자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 사항으로 둔다 △예상 가능한 비상상황에 대해 대책을 마련한다 △실제 이행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필자에게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안타까운 존재였다. 대담한 연좌 파업으로 노동자들을 부속물로 종속시킨 컨베이어 시스템을 전복해 강력한 작업장 교섭력의 기반으로 만들고, 거대 기업 GM을 굴복시켜 첫 단체협약을 쟁취했던 UAW였다. 하지만 1947년 이후 계속된 일당 지배와 1979년 이후 크라이슬러 사태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락에 따른 양보교섭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7년 터진 지도부 수뢰 사건을 보면서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미국 자동차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