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어느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양아무개씨는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20여년간 복지관에서 노동자 문화프로그램을 고민하고 회원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50대 중반에는 고령 노동자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힘썼다.젊은 시절 다녔던 직장보다 임금은 적지만 사회공익적 가치가 큰 직업이라 보람의 가치는 컸다. 그렇게 일에 매진하다 그 역시 60세 정년을 맞이했고 이제 이 사회복지관에서는 마지막 한주를 남기고 수십 년의 활동을 정리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양씨에게 정년
작은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빼앗겨야 하는 것일까.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더 쉽게 해고되고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데도 근로기준법이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안전보건교육도 제외된다. 전체 산재사망자의 60% 이상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하는데, 정부는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또다시 2년 유예하겠다고 말한다. 처음 시행을 유예할 때 작은사업장에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달더니 지금에 와서
지난 21일 부산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선고 판결이 있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지 1년9개월 만이다. 부산지법 형사 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피고들의 법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사업장 종사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중대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들에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게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원청 대표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원청업체인 성무종합건설 법인에는 5천만
국제노동조합운동은 CSR이 ESG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의 자본을 위한 글로벌노조 위원회’(Global Unions’ Committee on Workers’ Capital·CWC)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노동자의 자본을 위한 글로벌노조 위원회’는 다국적기업의 투자에서 노동관행과 노동조합 권리의 개선을 목적으로 해 국제노총(ITUC)과 경제개발협력기구 노동조합자문회의(TUAC to
12월27일 수요일중앙노동위원회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주식회사(쟁의조정) 오전 10시, 서울시 서울의료원(공정대표의무 위반) 주식회사 엘켐텍(부당해고) 동우건설 주식회사 등 4개사(부당노동행위) 한국국토정보공사(쟁의조정) 오후 1시30분, 재단법인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부당해고) 주식회사 에스비엠인터네셔널(부당해고) 주식회사 로체건설(부당노동행위) 오후 2시30분, JP통신(부당해고) 주식회사 유창이앤씨(부당해고) 삼지토건 주식회사(부당노동행위) 오후 3시30분, 주식회사 충원종합관리(부당해고) 주식회사 오주건설(부당해고) 수가람건설 주
판결요지중앙노동위원회가 권한 범위 내에서 ‘중앙공급실 소속 기능직 3등급 3호봉의 정규직 보조원’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삼은 것은 적법하다. 이 사건 재심판정에 비교대상 근로자를 잘못 선정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원심이 중앙공급실의 핵심 업무라고 평가한 멸균업무를 비롯해 소속 보조원들이 수행한 모든 세부 업무는 호봉(근속연수나 경력)과 관계없이 혼재돼 배정된 것으로 보인다. 보조원들은 중앙공급실 내 작업장에서 각 세부 업무를 ‘담당’ 내지 ‘지원’으로 맡아 상호 협업형태로 업무를 수행했다. 중앙공급실 내에는 전체 업무를 감독하는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은 사용자가 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를 부당하게 거부할 때, 노동조합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내가 이번에 맡은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주식회사 좋은책 신사고다. 어릴 적 누구나 풀어 봤던 수학 문제집 을 출판하는 곳이라 익숙했다.사용자가 부당하게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니 이에 응하도록 하는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할수록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23년에도 이런 사용자가 존재하는구나.’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는 2022년
대상판결 :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두53952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이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은 일급제 계약직 보조원 신분으로 원고 의료원에서 약 5년7개월간 근무하고 퇴사한 자로, 참가인이 속한 중앙공급실은 병동에서 사용되는 각종 멸균 및 비멸균 물품의 공급 및
연극 는 어느 날 잠에서 깬 인물이 간밤에 꾼 어떤 악몽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이 꾼 악몽 속에 이 세상을 망치는 것들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단언한다. 불현듯 직장을 때려치운 그는 악몽제거협회를 만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무한(惡無限)에 빠져든다. 작가와 연출, 배우들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잠언을 변용해 모순에 맞선 동시대의 어긋난 접근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듯하다. 니체는 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
누구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려 쓸 때는 조심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회사의 업무용 컴퓨터는 한동안 나만 사용하다 보니 ‘내 물건’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그래서 업무용 컴퓨터로 친구들과 편하게 얘기하고 개인용 자료를 내려받기도 한다. 그러나 업무용 컴퓨터는 회사 물건이다. 회사가 사서 구입하고, 사업장에 보관돼 있다. 무엇보다 내가 자리를 옮기거나 회사를 나가도 컴퓨터는 남는다. 최근 담당했던 사건들에서 연달아 사용자가 징계 혐의가 있는 노동자의 업무용 컴퓨터를 포렌식해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노동자들은 개인적인 자료는 다 지
1. “원장님, 고맙습니다.” 뜬금없이 이 무슨 말인가 했다. “회사에서 승소했다고 듣고 전화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서야 나는 알아챌 수 있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고, 마침내 원고 노동자들의 승리가 확정된 것이다. 안부를 묻는 말에 그는 멕시코 공장에 파견근무를 하다가 귀국 중에 미국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서 연락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참 법률학교 교안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터라 길게 통화할 수는 없었다. 통화를 마치고서 사무실 이 차장에게 물어 보니 조금 전에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판결로 피고 사측의 상고를 기각한 것을 확
거대한 백래시가 몰아치고 있다.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전청조 관련 뉴스는 퀴어에 관한 혐오 게이지를 올려놓았다. 지난여름 퀴어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의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검출은 사람들의 뇌리에 혐오를 깊이 각인시켰다. 반동의 물결은 퀴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선 집게손가락 생트집으로 여성노동자를 향한 집단 괴롭힘이 일어났다. 언제든지 페미니즘 사상검열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겁박이 횡행하는 사회다. 오프라인에서는 젠더 폭력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편의점에서 머리가 짧
굳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수요와 공급에 대한 개념은 한 번쯤 듣게 된다. 이미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수요란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가 일정 기간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수요량이란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양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와 대칭적인 관계로 생산자가 각 가격수준에 대응해 공급할 의사가 있는 공급량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가격이 낮을수록 수요가 많고, 공급자는 가격이 비쌀수록 많이 공급한다. 이때 시장 수요량과 시장 공급량을 일치시키는 가격을 균형가격, 거래량을 균형거래량이라
지난 10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비롯된 일이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30개, 은메달 33개, 동메달 40개로 4위를 차지했다. 4위라고 하지만 메달의 숫자도 그렇고 다른 나라와 격차나 종목별 성취도 등을 따져보면, 하락세다. 종합 16위를 차지한 2021년 도쿄올림픽과 올해의 아시안게임을 세계 여러 나라의 상향 평준화와 연관시켜 보면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20권 안팎이 되리라는 예측이다.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우리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7기 청년유니온은 출범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노동조합, 새롭게 답하는 청년유니온”을 선언했다. ‘공정담론’처럼 격차와 불평등의 세계가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왜곡된 담론 속 청년유니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소명했다. 미래와 노후에 대한 두려움 속에 있는 지금의 동료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꿈꾸기 위해서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우리는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코인 투기에 나서며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은 답이 없다’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불평등과 차별,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경기도 연천군수가 지난 8일 조선일보 14면에 등장해 “지하철 뚫리면 발전 속도 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1980년대 인구 7만명에 달했던 연천군은 지금 4만1천명까지 줄었다. 동두천 소요산역까지 운영하던 지하철 1호선이 지난 16일부터 20킬로미터를 더 연장해 연천까지 들어갔다.아무리 지하철 개통을 앞둔 홍보성 인터뷰라지만 지하철 뚫리면 연천군이 발전한다는 단체장 발언은 답답하다. 지하철은 연천군민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빨대일 뿐이다. 결국 연천군은 서울 사람을 위한 새로운 베드타운이 되고 만다. 덕
비정규직 규모와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자료가 지난달 말 공개됐다. 공개 직후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통계를 분석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각각 분석 보고서를 냈다.통계청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은 37.0%다. 지난해(37.5%)에 비해 0.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비정규노동센터와 노동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41.0%, 41.3%였다. 역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0.1%포인트 감소했다.정부와 노동계의 비정규직 통계에서 가장 큰 차이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
본지 2023년 12월11일자 14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논란” 기사에서 카라 사측은 11월10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기에 바로잡습니다.
서울시 통합 노동권익센터의 민간위탁 우선협상 대상자 결과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필자가 속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순위로 밀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와 함께했던 시간을 올해 말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리고 12월 19일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정기토론회를 진행했고, 필자도 참여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는 심화했다. 수원, 전주, 울산, 대전, 청주, 서울,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비정규직
12월 임시국회는 여야 간 대립으로 난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민생법안을 조속히 해결해 보겠다며 가동한 ‘2+2 협의체’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가 여당에서 민생법안으로 제시됐다는 소식은 참으로 황당하다. 감히 ‘민생’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 법을 처리할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민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참담할 따름이다. 자신의 사업장의 위험에 대해 무관심하고 묵인하고 방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가 아무 책임을 지지 않게 두는 것이 어찌 민생을 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