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본론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논의에 앞서 안도의 한숨 한 가지. 지난 8월17일치 이 고정란에서 밝혔던 근심거리의 하나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8월23일치를 보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조건의 하나인 ‘외국인투자등록제’ 폐지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우리말로 ‘경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가 최근 칼럼에 썼다. “수출이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평등원리를 정책에 주입하는 좌파 정권 때문이고 생산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좌파 정권을 견제하려는 우파 세력 때문이라는 식의 논조가 세상을 지배한다면 보통 학자들은 죄다 보따리를 싸야 할 것”이라고. 문제 삼고 싶은 일부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교수가 말하고자
나는 한국의 신문시장이 공정한 ‘진보-중도-보수’ 신문으로 재편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의 기본은 ‘공정한 신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4일 발표한 보고서 ‘자산 5조원 이상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의 소유 현황’에 대한 각 신문의 보도태도가 그것이다.먼저,
지난 7월31일 밤 KBS 2TV에서 ‘한국경제 무엇이 대안인가’란 주제로 대토론이 방송됐다. 양대 노총 위원장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한국경총 부회장, 전경련 전무 등 노사정의 비중 있는 인사들이 모두 참가했다. 예상했던 진단이나 발언이 있었지만, 과문한 탓인지 의외의 발언도 있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의 말이었다. 투자 부진의 원인은 ‘주
최근 변호사 500명이 이라크 추가파병은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선언이 있었지만, 대통령과 정부, 열린우리당은 막무가내다. 하기야 추가파병을 해야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는 적나라한 ‘국익’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만큼 파병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한 저항도 더 치밀하고 전 방위적일 필요가 있다. 나는 곧
한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가슴 설레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이런 가능성이 상당부분 ‘텄다’. 현 정권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참가한 순간, 중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지렛대는 상당 부분 상실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 지방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패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동북아 공동대응
이라크에 한국군을 추가파병 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에 어떤 보복을 가할 것인가. 재건사업 참여,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등 한국 정부가 나열하는 ‘국익’은 많다. 하지만 그 국익의 적나라한 실체는 ‘한-미 동맹’임을,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국의 보복을 받지 않는 것임을 이 땅에 사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이런 막연한 공포
한국이 선진국 평균보다 세금을 더 걷는다고? 이렇게 주장하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금 부담이 선진국보다는 낮다는 게 지배적인 통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지난 6월21일과 22일 세금과 관련한 언론보도들이 잇달아 쏟아졌다. 하나는 2003년 국민 1인당 조세부담률이 사상 처
‘기억의 정치’라고 했다.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피로 얼룩진 가르침이다. 제대로 기억해 정부를 상대로, 그리고 수구언론을 상대로 싸우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조차 지킬 수 없다는 처절한 교훈이다. 제대로 기억하는 ‘각성된 대중’(informed public)이 없다면, 이라크 추가파병과 함께 모든 한국 국민은 일상적인 테러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하면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거나 이윤율이 하락한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에는 기업 역시 경기 하강이나 둔화를 반기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16일 발표한 ‘2004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이런 통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제조업 분야의 상장,등록법인 1,0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결과를 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금리 인상을 강력히 내비쳤다. 그린스펀은 지난 6월8일 “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 전망”을 근거로,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의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
산소 호흡기로 근근히 연명해 오던 노사정위원회가 본격적인 수술대에 놓이게 됐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노사정 대표 6명으로 이뤄진 ‘지도자회의’가 지난 6월4일 본격 가동한 가운데, 기존 노사정위를 ‘경제사회위원회’로 바꾸자는 시민단체의 제안도 나왔다. 이는 명실상부한 ‘사회협약기구’로 만들자는 안이다. 5년 만에 사회협약기구 활성화를 위한 논의의 물꼬가 트인
재계는 투자를 무기로 삼아 현 정부를 상대로 두 번의 ‘자본 파업’을 벌였다.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한 번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전후한 지난해 4월과 5월에 발생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북-미 관계의 핵심으로 불거져 있던 때였다. 재계5단체는 2003년 4월3일 집단성명을 발표한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투자를 확대할 테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
한국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2%를 조금 웃도는 노동조합 조직률, 산업별 노조체제의 미정착, 노동계 내부의 분열 등이 꼽힐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좀 더 근본적인 데서 원인을 찾을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물적 토대의 취약성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양보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적다는 얘기다. ‘세계화’와 ‘자본의 이동성’
‘유유상종’이다. 정말로 전투적인 사용자 집단이다. 정말로 노동적대적인 수구ㆍ보수언론이다. “한국 자본주의를 누가 지키지? 짜잔~ 바로 우리”라는 식의 오도된 사명감에 푹 절어있다. 저래도 되는 걸까? 저들이 펼치는 앙상블을 보노라면, “자본 탓만 할 게 아니라 노동계 내부를 통일해 역관계를 바꾸기 위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략적 양보가 필요하다”는 내 생각
‘국제 원자재 싹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 경제는 최근 2~3년 동안 투자가 붐을 이뤘다. 2003년 성장률은 9.1%나 됐고, 이런 추세는 올해로 이어져 1분기에는 거의 10%에 육박했다. 덩달아, 중국에 붙는 ‘세계의 공장’이란 형용사의 의미가 우리에게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기업의 해외이전, 투자의 해외 유출 등 산업 공동화, 이에 따른 일자리
과반수 의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원칙적으로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민연금법을 ‘전면 허용’ 쪽으로 손질하겠다는 것이다.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중장기 정책방향으로 세운 지는 이미 오래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다. 1998년 1조1,700여억원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을 확보하면서 결국 정치권이 전체적으로 좌향좌를 한 것인데, 이 나라가 복잡한 상황으로 갈 것 같다. 경제성장은 안 되고 사회가 시끄럽고 이념적 대립이 강화하면서, 성장의 동력이나 여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조선일보 4월19일치 A6면 ‘정치권 좌향좌 … 나라 어지러워질 것’)
1997년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사태 이후 한국 기업들의 경영 시야(time horizon)가 단기화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 여파는 전 방위적이다. 하지만 노동시장만큼 두드러진 분야도 드물다. 한국 자본주의 성장의 걸림돌로 떠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속한 증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제조업 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는 경영 시야의 단기화와 직접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조세혁명-복지혁명-완전고용 실현’을 17대 총선 공약 3대 목표의 하나로 삼았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묘한 감정의 일렁임이 있었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이른바 경제전문가 집단의 논의 영역에서 배제됐던 ‘완전고용’이란 화두가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서 한국 자본주의에 재등장하고 복권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