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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못 말리는’ 아마추어리즘이라크전 추가파병과 한미동맹, 그리고 한국경제
  • 조준상 언론노조 교육국장
  • 승인 2004.07.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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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한국군을 추가파병 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에 어떤 보복을 가할 것인가. 재건사업 참여,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등 한국 정부가 나열하는 ‘국익’은 많다. 하지만 그 국익의 적나라한 실체는 ‘한-미 동맹’임을,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국의 보복을 받지 않는 것임을 이 땅에 사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이런 막연한 공포감을 십분 활용하려고 했던 것일 게다. 청와대는 지난 7월7일 아주 골 때리는 유치한 언론플레이를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대통령에게 제출한 ‘한-미 관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미국계 자본과 미국계 금융기관의 분석·평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또한 미국계 금융기관의 개별국가 정치·경제·안보 상황에 대한 분석·평가는 미국무성, 재무성, 백악관과의 교감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임. 따라서 현 상황에서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의 하락과 함께 외국자본의 증시 이탈 및 이에 따른 주가 하락, 우리나라 발행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가산금리) 상승, 해외 단기차입 연장의 애로 등 금융·외환 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축소 내지는 중단됨으로써 실물경제에까지 큰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임.”

미국의 손아귀는 부처님 손바닥?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에 주는 영향을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 축소나 시장접근의 제한과 같은 직접적 수단에 의한 영향”과 “한-미 동맹 관계의 약화가 한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로 외국인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그리고 외국 채권자들의 동요가 자본의 유출입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으로 나눈다. 이런 전제 아래 자본시장의 완전개방과 미국자본의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해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진 간접적인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먼저 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참을 수 없는 아마추어리즘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일본 방문일인 지난해 6월6일을 이틀 앞두고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발표하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6월2일 한국 의회에 국방비 증액을 요청하자, 다음날 당시 고건 국무총리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3%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2004년 예산부터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일본 의회가 어떻게 반응했는 줄 아나.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던 날,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자위대의 군사활동을 국제화시키는 이른바 ‘유사법제’를 통과시켰다.

복잡해도 제대로 분석하라

아마도,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미국계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한국 정부의 관계는 크게 악화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무디스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하고 싶을 것이다.

‘무디스=미국의 앞잡이’임이 공공연한 비밀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론장에서 대놓고 까발릴 성질의 것은 아니다.

파쇼체제의 당사자들까지 자유민주주의 운운했던 만큼이나, 무디스 역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겠는가. 청와대 앞에는 이제 국제통화기금 역시 미국과 금융자본의 앞잡이라고 선포하는 과제가 남았을지 모른다.

미국의 영향력은 강하다. 이는 미국계 씨티은행이 인수한 한미은행 파업사태에 대해 정부가 예외적으로 중립적 자세를 보이는 것에서도 엿보인다.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하지 않으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처럼 다양한 보복이 따를 게 분명하다. 아마도 쌀 개방 협상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중국의 편을 들어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증시 이탈은 그렇게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미 경험해 왔다. 빠져 나가봤자 올 들어 5월 중순까지의 50~60억달러 수준이기 쉽다. 증시 이탈과 함께 환율이 높아지면서 환차손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환투기를 목적으로 한 헤지펀드에 대해선 자본통제를 가하면 된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은 점점 이탈해 왔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주식 비중을 낮춰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최대 피해자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될 것이다.

이전의 관행을 보면, 오히려 이들은 주가 하락을 이용해 더 많은 주식을 살 가능성이 높다. 내국인이 사들일 경우, 43%에 이르는 외국인 비중을 낮추는 유리한 기회로 바뀐다. 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멀쩡한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신의 신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경제의 진짜 문제는 추가파병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안보의 불안이다. 그동안 한국이 자랑해온 ‘치안’이라는 공공재가 크게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준상 언론노조 교육국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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