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이다. 정말로 전투적인 사용자 집단이다. 정말로 노동적대적인 수구ㆍ보수언론이다. “한국 자본주의를 누가 지키지? 짜잔~ 바로 우리”라는 식의 오도된 사명감에 푹 절어있다. 저래도 되는 걸까? 저들이 펼치는 앙상블을 보노라면, “자본 탓만 할 게 아니라 노동계 내부를 통일해 역관계를 바꾸기 위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략적 양보가 필요하다”는 내 생각은 머리에서 싹 가시고 만다.

누구 말을 경청하라고?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대우종합기계(굴착기ㆍ지게차 등을 제작) 매각 입찰에 이 회사 생산직ㆍ사무직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의 참여가 허용됐다. 매각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캄코)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조선일보> 5월6일치 사설 ‘드디어 노조가 기업경영에 나서나’,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노조에 기업인수우선권 안된다’는 특혜 논란을 제기하고 노조의 인수자금 조달능력과 경영능력을 문제 삼는다. <중앙일보> 5월8일치 사설 ‘경제단체들의 외침 경청해야’는 “대우종합기계의 매각에 대해 노조가 우선권을 갖겠다고 덤비는 등 …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판국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쓴다.

조ㆍ중ㆍ동은 자기들 입으로 ‘2003년 매출액 2조 3,141억원, 순이익 1,643억원을 기록한 우량기업’인 대우종합기계의 매각대상지분 200만주(27.98%)를 담보 대출 형식으로 사들이겠다고 하는데, 단지 노조라는 이유로 입찰자격에까지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공대위의 인수자금 조달 방식은 이들 신문이 습관처럼 사용해온 이른바 ‘선진금융기법’의 하나인 차입매수(LBO)다. 종업원 주도로 차입매수한 기업에 전문경영인이 들어서고, 노조 추천 대표들이 이사회나 감사에 참여하는 경영참여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기업모델이 될 수도 있다. 문제를 삼는다면 지금까지 이런 가능성을 부실기업 매각과정에서 처음부터 배제해 온 그릇된 관행을 꼽아야지, ‘시장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해외투자자들이 싫어한다’는 미확인 사실을 유포할 일이 아니다.

뜻대로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라는 재계의 총공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자본의 국적에 상관없이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계열사당 순자산(자본금에서 같은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사의 출자분 제외)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26일 출자총액제한으로 무산됐다고 주장한 2조2천억원 규모의 5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투자 문제가 아니라 소유권 변동에 불과한 출자와 관련된 사례"들이라고 반박했다. 동종ㆍ밀접 업종 및 신산업ㆍ신기술에 대한 투자, 연관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 등은 출자총액규제의 예외로 인정받고 있음도 상기시켰다. 이들 예외규정은 재계의 요구에 밀려 출자총액규제가 1998년 2월 폐지됐다가 2001년 4월 다시 부활한 뒤 2002년 3월까지 한도초과액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마련된 것이다.

이 모든 게 <동아일보>의 눈에는 "탁상공론"(5월7일치 사설)이다. <문화일보>는 "자유ㆍ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외국 어디에도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고집하는 논리는 무엇인가"(5월7일치 사설)라고 묻는다. 쥐꼬리만큼의 주식을 소유한 ‘1인 총수’가 왕조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소유ㆍ지배구조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만약 출자총액규제를 없앤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제도가 폐지됐다가 부활한 98년 2월 이후 2001년 4월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98년 4월~99년 3월 출자총액 규모는 17조7천억원에서 29조9천억원으로 68.9%(12조2천억원) 늘었다. 순자산 대비 출자총액 비율도 29.8%에서 32.5%로 증가했다. 출자총액 증가액의 대부분(94.3%)은 상위 5대재벌의 차지였다. 이는 부채비율 200% 이하를 맞추기 위한 대규모 증자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이후에도 증가세는 계속된다. 99년 4월~2000년 3월 출자 증가액은 16조원으로 53.5%나 늘었다가, 출자총액규제 시행을 앞둔 2000년 4월~2001년 3월 4조9천억원으로 10.7% 늘어나 증가세가 조금 둔화했다. 순자산 대비 출자총액 비율은 각각 32.9%, 35.6%로 높아졌다. 이는 출자 증가가 부채비율 축소라는 일시적 요인만이 아니라, 계열사를 통해 총수 1인의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구조적 요인 때문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재계의 총공세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책임이 크다. 일을 ‘도모’하기 위해 재경부의 유능한 전직 관료를 전경련으로 보낸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한테는 ‘실사구시’라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공정위는 ‘돈 놓고 돈 먹기’판으로 변해버린 신문시장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경제에 주는 부담도 거의 없는데 말이다. 요지경이다.

조준상 전국언론노조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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