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하면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거나 이윤율이 하락한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에는 기업 역시 경기 하강이나 둔화를 반기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16일 발표한 ‘2004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이런 통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제조업 분야의 상장,등록법인 1,0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결과를 보면, 2004년 1분기 기업들의 수익성은 통념과는 달리 엄청나게 좋아진 것으로 나온다.

무엇보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의 비중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급속히 높아졌다.

조사대상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은 2003년 1분기 8.8%에서 11.7%로 상승했다. 특히 5대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2.2%에서 18.0%로 껑충 상승해 높은 증가세를 이끌었다.

5대 기업 이외는 7.3%에서 8.7%로 1.5%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내수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0.0%로 1년 전과 같았으나 수출기업의 경우 12.9%로 5.1%포인트나 상승했다.

노 정권 1년새 기업 수익성 급속히 회복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윤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뺀 것으로, 금융비용과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환손익 등 영업외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영업외비용을 감안한 매출액경상이익률의 증가세는 더 두드러진다. 전체 제조업은 13.4%로 1년 전의 6.4%와 견줘 두 배 이상 높아졌다. 5대 기업은 10.1%에서 20.3%로 비슷한 추세였다.

5대 이외의 나머지 기업도 매출액영업이익률과는 달리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4.7%에서 10.1%로 두 배가 넘게 상승했다.

수출기업은 5.4%에서 15.0%로 세 배 가량 높아진 반면, 내수기업은 7.6%에서 11.2%로 소폭 올랐다. 그만큼 내수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의 분포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2003년 1분기 31.4%에서 2004년 1분기 32.0%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같은 기간 동안 465.4%에서 877.8%로 급등했다.

이윤율은 급속히 상승했음에도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형자산증가율은 2003년 말 대비 0.4%에 그쳐 설비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2003년 말 총자산의 9.7%(36조7천억원)에서 10.3%(41조원)로 증가했다.

이런 수치들은 2004년 1분기까지 1년 동안(곧 노무현 정권 1년 동안) 기업의 이윤율이 급속히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달리 말하면 노무현 정권 1년 동안 기업의 수익성은 급속히 회복됐고, 덩달아 기업의 권력 역시 급속히 확대됐다는 얘기다. 일종의 역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미카엘 칼렉키의 ‘정치적 경기순환’ 모델에 있다고 생각한다.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이 한 권 나왔다. <권력자본론>(삼인출판사)이 그것이다.

‘효율성의 신중한 철회’

이 책은 미국 출신의 걸출한, 그리고 독보적인 정치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의 ‘자본’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킨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핵심 논지는 ‘자본은 생산활동을 거부할 수 있는 권력을 통해 이익(이윤만이 아니라 이자와 자본이득까지 포함한다)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본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평균적인 수익률(=정상적 수익률)을 능가하는, 차등적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 둘을 종합하면, 어떤 수준의 정상적 수익률 아래로는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권력을 통해 자본은 차등적 수익률을 달성하는 셈이다. 이를 베블렌은 ‘효율성의 신중한 철회’라고 불렀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노무현 정권 기간 동안, 자본은 투자 스트라이크를 벌였다.

41조원에 이르는 상장,등록법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이를 상징한다.

기업들은 이런 투자 스트라이크를 통해 매출액영업이익률과 매출액경상이익률을 급속히 끌어올렸다. 5대 기업과 수출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는 그만큼 생산활동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의 권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 특히 5대 기업들에게 정상적 수익률은 어떤 것일까?

현재 5대 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금융비용까지 감안된)은 20.3%나 된다.

아마도 이 수준이 5대 기업이 목표로 삼는, 다른 기업들을 능가하는 ‘정상적 수익률’일 것이다.
이들 기업은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정부가 구걸을 한다고 해도 설비투자가 쉽게 회복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노동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과 함께, 소비자운동을 통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정상적 수익률을 유지하는 방법은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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