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기자들이 북적인다. 땀 냄새 진동한다. 움직일 틈 없이 꼭 붙어 살 부빈다. 생방송 연결을 기다리며 기자는 꼬이기 십상인 압수수색 한 마디를 주문처럼 되뇐다. 사다리 붙잡던 막내 기자는 틈틈이 빵과 우유를 사 나르고, 바닥에 앉아 깜박 졸던 누구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린다. 저마다 스마트폰 들어 뉴스를 검색하고, 노트북 펴고
296일, 철탑농성은 끝났다. 지난 8일 최병승·천의봉씨가 땅을 밟았다. 최씨가 마이크 잡고 이렇게 물었다. "10년 동안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왜 지금껏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까?" 오랜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 최씨 등은 "현장에서 불법파견 종식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예정대로 희망버스가 울산 현대차로 향한
4대강 살리기였다. 대운하는 절대 아니라고 책임자들 핏대 세웠다. 거짓말은 들통 났다. 낙동강은 녹조로 뒤덮였다. 이른바 '녹차라떼'다. 재앙이다. 민영화가 아니란다. 선진화, 철도산업발전방안이라고 책임자들은 강조한다.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사라졌다. 지키지 않은 약속은 거짓말이다. 밀실에서 편
낮은 곳에 임하라. 사진판의 흔한 충고 중 하나다. 쉽지는 않다. 대개 그것은 고행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건 열정 때문이다. 마음가짐이다. 눈높이 맞추려는 그 마음이 사진을 일군다. 거기 진심이 담기기 마련이다. 아지랑이 절절 끓던 한낮 세종로 바닥에서 한 보도사진가는 밀착취재 중이다. 그 앞으로 줄지어 선 사람들 몸 낮춰 연신 바닥
민주주의 지킴이 대학생 실천단 회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방송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보도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그만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방송이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하고 있다면서
소화기 분말 자욱해 그 너머 철탑이 아득하다. 문제의 본말은 쉬이 뒤집혀 그 해결도 아득하다. 불법 엄단이라는 준엄한 호통이 그저 가깝다. 체포영장이 재빨랐다. 9개월여, 송전탑에 올라 버틴 아득한 시간이 또 하루 멀어진다. 물타기가 지독하다. 장맛비를 닮았다.
담벼락이 날로 높아 분단이 길다. 분쟁이 잦다. 철조망 가시에 상처 깊어 빨간 피 흘리던 사람들, 한 치 앞길이 아득한 뿌연 분말 속에서 헤맨다. 한계선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물벼락이 사납다. 그리고 폭력, 물타기가 이어진다. 불법 엄단이라는 준엄한 호통이 뒤따른다. 저 멀리 철탑이 여전히 높아 아찔한데 거기 사람이 산다. 9개월, 아득한 날들이다. 지
문화제 사회는 처음이라고 걱정부터 풀어놓던데 웬걸, 목소리는 우렁차고 발음은 또렷하니 숨은 고수더라. 단상에 오르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고 엄살이더니 순서 착착 잘만 돌아가던걸. 현란한 기교 따위 없었지만 담백함이 승부수. 주변에서 자기가 말을 제일 잘한다던 자랑이 빈말 아니다. 의정부 어느 학교에서 밥 짓고 배식하던 김미희씨 목소리에
비 오면 시큰시큰 아프다던 무릎은 어쩌고 마냥 뛰고 구른다. 얼마나 날래던지 눈 깜빡 한 번이면 상황 종료다. 충돌사고도 빈번해 비명이 잦았지만, 더 큰 웃음소리에 묻히고 만다. 추적추적 장맛비 내리던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산골이 시끌벅적 난리다. 이렇게 웃어도 되는지가 걱정인 사람들. 처지는 각자 달랐지만, 다들 한때 들불이고자 했다. 세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지지부진이다. 기 싸움만 요란할 뿐, 어떤 실체적 진실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 광장에 나서 촛불을 들지만, 방송은 침묵한다. 경찰의 불법집회 타령만 거리에 요란하다. 광장 건너편 저기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겨우 저만큼을 지키려 쌍용차 해고자들은 며칠 밤낮을 싸운다. 박근혜 정부에 국정조사 약속 이행을
꽃밭은 보다시피 무사합니다. 안전합니다. 겹겹이 경찰이 빈틈없이 지킵니다. 밤낮이 없습니다. 보살핌 속에 노랗고 빨간 꽃이 더없이 화려합니다. 옆자리 대한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도 여전히 화려합니다. 꽃밭 수문장 교대식에도 절도가 있어 만만치가 않습니다. 왕국의 전통입니다.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가 움직일 줄을 모르니 거기엔 담쟁이라도 키울 계획일까요. 그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과 박현제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지회장이 지난 3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 무대에 손잡고 올랐다. '비정규직'이라고 적힌 천을 함께 찢었다. 묵은 배추김치 찢듯 수월했다. 상징의식이다. 오는 20일 울산으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260일이 넘는 철탑농성으로 비정규직 싸움의 상징이 된 최병승·천의봉씨를 응원하기
저거 순전히 운이라지만 어찌 한 번 바라던 수가 딱 떨어지면 실력이다. 왔구나! 왔어. 던지는 족족 개판이더니 어찌 한 번이 절묘하다. 신 났다. 기운 받아 윷이요, 두 윷이요. 업고 가자, 도망가자, 모로 가자, 둘러 가자. 말잡이 둘러싸고 말들은 왜 그리 많은지. 모로 가면 지름길이요, 둘러가면 지는 길인데 어쩌거나 잡히면 도로 첫 자리. 잡힐 때 잡혀
촛불 다시 타오른다. 거리에 모인 사람들 한 손엔 촛불을, 나머지 손엔 구호를 적어 들고 어둔 밤 늦도록 자리 지킨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한다. 책임을 묻는다.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진다. 공방이 또한 이어질 뿐, 책임자는 말이 없다. 경찰의 해산경고만 그 밤에 요란하다. 불법이란다. 촛불이 이어진다.
반짝이던 나뭇잎 아래 농성장이 줄지었다. 맨바닥 신세는 면했으나 천장을 올리진 못해 그만 나뭇잎을 이불 삼았다. 노숙이다. 바라는 바 저마다 달랐지만, 그 목소리 다 같이 국회를 향했는데 메아리 소식이 아직 없다. 국가정보원 걱정에 그 앞 민의의 전당이 시끌벅적, 경제민주화니 민생이니 말 많던 6월 임시국회도 물타기 한 방에 물 건너갈 참이다. 농성촌 연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재판정 참관인석에 섰다. 옛 파견법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 자리다. 이해당사자 자격이었다. 현대차는 2005년부터 아산·울산공장 노동자들과 다퉈 온 법적 분쟁을 끝내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갔다.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 전환 쟁취라고 적어 등에 붙인 소원지가 어느덧 낡았다. 이날로 최병승씨는 철탑
장막 걷히고 요란스레 폭죽이 올랐다. 민들레 홀씨처럼 풍선이 날았다. 세상에 단 한 대뿐이라는 자동차가 지난 7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시민이 후원했고 해고자가 조립했다. 영화감독이 과정을 기록했고 판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거기 광장에 모인 시민이 박수와 함성을 보탰으니 모터쇼는 성황이었다.무대 위, 자전거 탄 풍경이 노래했다. 자동차
해고자가 자동차를 조립했다. 민들레 그림 치장한 코란도는 잘 굴러갔다. 'H-20000'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쌍용차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천646명 정리해고' 프로젝트는 암초를 만났다. 쌍용차 해고자와 야당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한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완성된 코란도 차량을 공개하
김진택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가 억울한 사연 전하던 중 앞에 놓인 라면 상자를 걷어차고 있다. 2만3천원에 사들여 2만1천원에 팔던 라면이다. 손해였다. '밀어내기' 때문이다. 돈 빌릴 곳도 더는 없다며 울먹였다. 막무가내 농심 처사에 노심초사 그저 속을 태우다 국회 앞을 찾았다. '을' 살리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6월 임시국회 첫날인 3일 경제민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벌이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지난 9일 땅을 밟았다. 171일 만이다. 기자들이 많았다. 회견 제목은 길었다. '쌍용차 송전탑 농성 끝이 아닌 또 다른 투쟁 선언 기자회견'이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자동차를 조립한다. 4년 만이다. 제목이 또한 짧지 않다. '쌍용차 해고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 프로젝트'다. "함께 살자"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