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문화제 사회는 처음이라고 걱정부터 풀어놓던데 웬걸, 목소리는 우렁차고 발음은 또렷하니 숨은 고수더라. 단상에 오르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고 엄살이더니 순서 착착 잘만 돌아가던걸. 현란한 기교 따위 없었지만 담백함이 승부수. 주변에서 자기가 말을 제일 잘한다던 자랑이 빈말 아니다. 의정부 어느 학교에서 밥 짓고 배식하던 김미희씨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 붙는다. 노조 지회장의 당당함이 섞인다. 그간 유령처럼 살았다지. 저임금에 매년 돌아오던 해고 위협을 그저 속으로만 울고 삭였다지. 여기 학교 급식실에도 사람이 있소, 그 한마디 오래 참았던 설움 탓일까. 터진 목소리 우렁차 확성기 없이도 쩌렁쩌렁 운다. 띄어 읽기 좀 부족해도 부끄러울 것 뭐 있나. 그 앞 같은 처지 동료들이 촛불 들고 주욱 앉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저 바라보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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