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담벼락이 날로 높아 분단이 길다. 분쟁이 잦다. 철조망 가시에 상처 깊어 빨간 피 흘리던 사람들, 한 치 앞길이 아득한 뿌연 분말 속에서 헤맨다. 한계선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물벼락이 사납다. 그리고 폭력, 물타기가 이어진다. 불법 엄단이라는 준엄한 호통이 뒤따른다. 저 멀리 철탑이 여전히 높아 아찔한데 거기 사람이 산다. 9개월, 아득한 날들이다. 지난겨울을 죽지 않고 버텨 지금껏 가시철망 너머 공장을 바라고 섰다. 돌아갈 곳 없어 실향민이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9년,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3년째다. 불법 인정, 법치국가의 실향민이 끝내 지키려는 최소한의 한계선이다. 후안무치의 한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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