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꽃밭은 보다시피 무사합니다. 안전합니다. 겹겹이 경찰이 빈틈없이 지킵니다. 밤낮이 없습니다. 보살핌 속에 노랗고 빨간 꽃이 더없이 화려합니다. 옆자리 대한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도 여전히 화려합니다. 꽃밭 수문장 교대식에도 절도가 있어 만만치가 않습니다. 왕국의 전통입니다.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가 움직일 줄을 모르니 거기엔 담쟁이라도 키울 계획일까요. 그 앞 쌍용차 분향소도 겨우 한 자리 버텨 그럭저럭 무사합니다. 목욕탕 의자 몇 개에 기댄 꼴이 쓸쓸했지만, 내리는 비 따라 잉크 번져 흐릿했지만, 쌍용차 희생자의 영정이 그 자리에 아직은 무사합니다. 그 앞 물병에 꽃 한 송이 시들지도 않아 여전히 조화롭습니다. 그 자리 찾으려 며칠 밤낮으로 드잡이 벌인 사람들 땀 냄새가 퀴퀴했지만, 꼭 붙어 서길 마다치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 인권과 민주주의가 위태롭다고 사람들 회견 자리 빌려 말합니다. 두어 번 구호를 외칩니다. 불법집회라는 경고방송이 뒤따릅니다. 밤낮없습니다. 국정조사 약속은 기약 없습니다. 장맛비가 대한문에 하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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