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비 오면 시큰시큰 아프다던 무릎은 어쩌고 마냥 뛰고 구른다. 얼마나 날래던지 눈 깜빡 한 번이면 상황 종료다. 충돌사고도 빈번해 비명이 잦았지만, 더 큰 웃음소리에 묻히고 만다. 추적추적 장맛비 내리던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산골이 시끌벅적 난리다. 이렇게 웃어도 되는지가 걱정인 사람들. 처지는 각자 달랐지만, 다들 한때 들불이고자 했다. 세상은 그걸 민주화운동이라고 불렀다. 커다란 성과였지만 상처가 적잖았다. 크든 작든 생채기 얼마씩을 가슴에 묻고 산 세월이 어느덧 삼십여년. 아물지 않은 상처는 때때로 곪았다. 응급처치는 그간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가 치유사업에 나선 까닭이다. 2008년 시작해 6년째다. 구로동맹파업이며 민청학련 관계자와 전교조 해직자들이 자녀와 함께 찾았다. 올해부터는 이른바 '한총련 세대'까지 대상을 넓혔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 극단 해'가 놀이와 연극을 통한 심성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밤, 무표정했던 사람이 웃었다. 말수가 없던 사람은 속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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