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 가운데 하나가 전미서비스노조(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SEIU)였다. 여기서 ‘전미’(全美)는 영어 international을 번역한 것으로 국제라는 뜻이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북미 두 나라를 뜻한다. 미국 노조들의 이름을 보면 international이 달린 경우가 많은데, 미국만이 아니라 캐나다도 같이 조직한다는 뜻이다.1921년 출범한 SEIU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개 직업 종사자 190만명이 15
행정기본법 8조(법치행정의 원칙)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법치주의에 대한 설명이다. 공권력을 법률에 근거해서 행사하라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윤석열 정권은 자꾸 국민이 법을 지키라는 것이 법치주의인 것처럼 말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계속 잘못 말한다. 법률에서는 이를 ‘악의’라고 한다. 정부여당이 이야기하는 ‘법치주의’ 그것은 고작해야 ‘준법주의’정도로 부를 수는 있는데,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것. 모두 불법이지만 어느새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중략) 인도 위로 올라온 이륜차는 이제라도 단호한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동아일보 산업2부 차장이 6월30일자 30면에 ‘팬데믹이 남기고 간 인도 위 무법자 이륜차’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일부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기자는 핵심은 놓친 채 곁가지만 붙잡았다. 팬데믹으로 오토바이 배달라이더가 급격히 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고 팬데믹 때 라이더가 떼돈을 번 것도 아니다. 팬데믹이 준 떼돈은 거대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을 둘러싼 신탁통치 논쟁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에 대해 동아일보가 “미국은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소련은 신탁통치를 찬성한다”고 오보를 내면서 1945년 8·15 이후의 정국은 신탁통치를 둘러싼 심각한 좌익·우익세력 싸움으로 번진다. 따라서 8·15 이후 미군정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신탁통치에 대한 실질적인 미국과 소련의 태도 나아가 좌익세력과 우익세력의 모스크바 삼상 회의 결정에 대한 태도를 이해해야 한다.1945년 12월16일 미·영·소 3개국 외상은 모스크바
10년 전의 일이다. 그해 4월 말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총 주최 ‘경총포럼’에 10여명의 청년이 난입했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의 대표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재벌의 단체행사에 난입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한 이들은 ‘알바연대’라는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청소노동자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순자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공감한 비정규·불안정 노동 청년들은 ‘알바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최저
국민의힘 1호 특별위원회라는 ‘민생119’에서 최근 ‘택배산업 종사자 간담회’라는 것을 열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택배 노동자는 전원이 개인사업자인데 전 세계에 개인사업자에게 노조를 허용해 주는 나라는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십여년간 택배시장은 4배 이상 증가했고 노동환경 악화 속에 택배노동자의 노조 조직도 이어졌다. 민생119에서 나온 발언은 노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비노조택배연합회’가 택배업에서 노조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법률가로서 나는 잘못된 사실관계부터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양 고수동굴 관광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유신에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조합원 6명 중 5명이 징계를 받거나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2022년 5월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회사가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경위서를 부당하게 징구했다.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온갖 사안들을 내세워 조합원 4명을 징계하고 징계 처분을 받은 조합원 1명을 포함한 계약직 조합원 2명은 근로계약 종료 통보했다. 이렇게 전체 조합원 6명 가운데 5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됐다.이에 노동위원회는 부당징계 및 부당해고
가장 최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 이후 1년에 60만명씩 사라지게 되고, 2100년에는 우리나라 총인구가 불과 2천만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중앙정부는 이달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17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인구정책기획단’을 발족했다. 그간 인구부양을 위한 정책이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론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은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1. 최근 들어 임금피크제 소송을 많이 하고 있다. 이미 위임받아서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사건 말고도 새롭게 소송하겠다고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임금피크제 사건을 상담하고 소송을 하다 보니 이 나라에서 사업장들에서 도입한 수많은 임금피크제를 보게 된다.사업장마다 임금삭감 등 기준은 다르지만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다. 물론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단순히 그걸 가지고 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같이 정년 60세로 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
“아메리카노 먹어도 될까요?”“사치입니다. 아리수 먹으세요.”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에서 나누는 대화다. ‘거지방’이란, 자신의 지출을 공유하고 평가받기도 하면서, 절약하는 생활을 만들어가는 오픈채팅이다. 작은 것도 지출할 때마다 보고하고, 몇 만원 단위의 지출은 허락을 구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일 때는 서로 혼을 내기도 한다. 절약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우리는 거지입니다”를 채팅 참여자가 다 같이 복창하기도 한다.재치있는 대화 내용으로 인기를 끌게 된 거지방을 마냥 젊은 세대의 재미있는 문화 정도로 보고 넘겨도
지난 21일 수원 장안구에서 생모가 아기 2명을 낳은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기의 친모는 2018년 11월과 이듬해 11월, 자신이 출산한 아기들을 출산한 지 하루 만에 살해했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2015~2022년 8년간 병원에서 출산이 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천236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가운데 1%인 23여명을 추려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23명 가운데 사망했거나 유기한 아기가 더 많은 것으로
“기존 노조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플랫폼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선에 있는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산업화 시대 노동과 디지털 시대 노동이 같을 수 없다. 흔한 사업모델이 된 플랫폼은 새로운 노동을 만들어 왔다.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플랫폼 노동에 적합한 조직과 운영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 더 절실하게 느낀다.“임금 줄 돈이 없으니 전임자도 두기 어렵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조할 권리는 문구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한다는 말 그대로 전임자(全任者)가 필요하다. 전임자는 근로시간
만약 첨단산업이나 특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고, 대신에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사회적 기구에서 근로조건 개선방안을 정하는 방안을 투표에 붙인다면? 노동조합이 인기가 없어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치자. 그런 내용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적어도 대한민국헌법 33조가 개정되지 아니하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33항2조, 3조 문제는 별도로 본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에서도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질서와 기본권을 정한 것이 헌법이다.그런데 집회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는 산재보상 투쟁과 아파트 할인분양이라는 두 개의 싸움을 겹쳐 놓은 리얼리즘 극영화다. 왜 저 둘을 겹쳐 놓은 걸까. 공통점이 있다. 큰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싸움을 이어가지만, 기업은 보이지 않고 개인들 사이에 심각한 균열과 오해가 남는다. 신인 감독 가성문은 두 싸움을 정교한 솜씨와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엮어 낸다. 특히 서사와 감정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힘이 탁월하다. 이는 투쟁의 과정에서 인물들 사이에 스미는 균열과 오해를 속 깊이 파고든 덕분이리라.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산업·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표준적인 계약방식이나 고용관계가 아닌, 비표준적인 계약방식과 고용관계를 통한 일자리들이 출현하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디지털 경제’의 확대는 5차 산업혁명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그간 전통적인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적 틀 속에서 ‘이중 노동시장’ 또는 ‘분절 노동시장’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20년 이상 지속됐으나 이제는 비표준적 계약과 고용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시장’에도 포괄되지 못하는 노동의
8개 상장사 주가가 지난 4월24일 검은 월요일의 폭락을 겪었다.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 등이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을 통해 주가 조작에 나선 게 발각됐다. 라 대표는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통정매매 등으로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등의 주가를 조종해 7천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1천944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주가 조작 세력이 금융당국 조사 직전 급하게 매물을 팔면서 8개 회사 주가는 폭락했다. 서울도시가스는 올 들어 주가가 50만원을 웃돌았다가 지난달 말에는 8만원대로 추락했다. SG발 작전세력이 돈을 쓸어 담을
울산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보이는 왕복 6차선 도로가 있다. 도로 한 면은 넓은 논과 밭이 위치했다. 6월 이맘때쯤이면 모내기를 마치고 파릇파릇한 벼가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풍경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논두렁에는 공사장 가림막이 쳐졌다. 기존 논밭은 엎어진 자리에 공사를 알리는 푯말과 공사장 출입구가 설치됐다. 이제 이 곳에 울산 첫 공공병원이자, 산재 전문병원이 들어설 것이다.“역동의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울산은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중심 도시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2곳의 생산공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발한 지 벌써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경제적 측면의 가장 큰 환란이었다. 고도성장 성공 신화에 취해 세계화를 향해 달리던 재벌 대기업들의 무리한 차입경영과 확장투자가 국가부도 사태까지 몰고 왔다. 갑자기 들이닥친 달러 기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고금리·긴축재정·대량해고·구조조정을 감당해야 했다.그 이후 25년은 한 세대에 걸친 시간이다. 그 시절을 온몸으로 겪었던 중년 노동자는 이제 황혼을 맞았고, 그때 태어났던 아이는 성인이 됐다. 그리고 당시 중·고교에 다
우리 사회 돌봄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그러하듯, 요양보호사 업무도 누구나 할 수 있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일로 간주하면서 낮은 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렵고, 젊은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요양보호사는 전문적인 직업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요양보호사들은 ‘그래야 한다’고 답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 요양보호사들은 일에 대한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것을 ‘성취감’으로 꼽았다. 애로사항으로 건강상의 문제와 부당한 대우도 있지만,
생활가전 렌털업을 운영하는 사용자가 생산직군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 줄 것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산별노조가 지난 3년간 그 회사의 설치기사를 시작으로 방문점검원, 영업관리직까지 조직을 확대해 3개의 지부로 편제했다. 각 직군들은 3개 지부 공동투쟁을 통해 모든 지부가 직군별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었다. 산별노조는 그 후 생산직까지 조직을 확대해 생산직에도 산별노조의 지회가 설립됐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는 시기 즈음 설립된 기업별노조가 생산직 직원을 집중적으로 조직하면서 산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