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국민의힘 1호 특별위원회라는 ‘민생119’에서 최근 ‘택배산업 종사자 간담회’라는 것을 열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택배 노동자는 전원이 개인사업자인데 전 세계에 개인사업자에게 노조를 허용해 주는 나라는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십여년간 택배시장은 4배 이상 증가했고 노동환경 악화 속에 택배노동자의 노조 조직도 이어졌다. 민생119에서 나온 발언은 노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비노조택배연합회’가 택배업에서 노조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법률가로서 나는 잘못된 사실관계부터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라는 주장부터 현실과 맞지 않다. 택배업을 포함해 우리의 화물운송업에서 기업들이 운송기사를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와의 위수탁계약 형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위수탁계약’은 형식일 뿐, 실제로는 택배회사나 유통업체에 종속돼 일하기 때문에 이미 십여년 전부터 택배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은 다양하게 인정돼 왔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된 판결도 많고, 무엇보다도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할 노조법의 ‘근로자’로 인정돼 단체교섭과 파업을 해 왔다.

만약 위와 같은 발언의 진짜 취지가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법·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이 문제다’ 또는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없다’는 것이라면, 그것도 틀렸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우리의 택배노동자와 같은 ‘위장 자영인’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정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이 약한 진짜 자영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하거나 교섭·파업을 하는 데 제한이 없다. 우리 노동법이 영향을 많이 받은 독일·영국·일본 등은 개별적 노동보호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보다 넓은 범위의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노조설립 신고제라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가입은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교수들이 사대하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지만, 노동자를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고 이를 반박하려는 사용자에게 그 입증책임을 지도록 한 미국의 2018년 ABC테스트 판결이 나온 사건 자체가 다이너맥스라는 택배회사를 위해 일하는 특수고용 운송기사들의 사례였다. 이 판결 이후 캘리포니아주의회는 ABC테스트를 노동법전에 포함시켰고, 우버 등 플랫폼기업의 로비로 인해 적용범위가 축소되긴 했지만 현재 법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의 배송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아마존 배송기사들은 형식적으로는 아마존의 배송서비스파트너회사(DSPs)와 계약을 맺지만 아마존을 위해 상품배송을 담당한다. ‘원청’인 아마존이 적정운임과 안전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한 파업은 28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특수고용은 물론 최근 떠오르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도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미 1970년대부터 노동법의 ‘근로자’ ‘사용자’를 근로계약 관계보다 넓게 인정하는 판결·학설이 주류를 이뤘다. 지난해 11월 동경도노동위원회는 우버이츠의 ‘배달 파트너’를 조직한 우버이츠 유니온에 대해 플랫폼기업인 우버이츠 재팬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이미 2009년부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특수고용직 조합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로 노동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이 ILO 87호·98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고 버텨 왔지만, 지난해 4월 해당 협약의 국내법적 발효로 더 이상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과 변명을 고수할 것인가.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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