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것. 모두 불법이지만 어느새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중략) 인도 위로 올라온 이륜차는 이제라도 단호한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

동아일보 산업2부 차장이 6월30일자 30면에 ‘팬데믹이 남기고 간 인도 위 무법자 이륜차’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일부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기자는 핵심은 놓친 채 곁가지만 붙잡았다. 팬데믹으로 오토바이 배달라이더가 급격히 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고 팬데믹 때 라이더가 떼돈을 번 것도 아니다. 팬데믹이 준 떼돈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갔다. 배달 수수료를 올려도 라이더에게 돌아오는 건 같았다. 게다가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시장도 줄어 라이더 공급과잉까지 겹쳤다. 살아 남으려고 라이더들은 더 심하게 난폭운전한다. 물론 난폭운전이 잘한 짓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 위로 올라온 이륜차 라이더에게 지금 필요한 건 단호한 조치가 아니라, 적절한 전직 훈련과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다.

이륜차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동아일보 칼럼도 “한국의 도로 문화는 이미 사람보다 차가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맞다. 인도 위로 올라온 차도 문제다.

사람 다니는 인도에 불법주차해도 아파트단지 등 개인 사유지라면 치울 수 없다. 2018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입구쪽 보행로를 막고 불법주차한 차를 놓고, 사유지라서 강제집행(견인)이 불가능하다는 경찰 해석에 분노한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유지 불법·무단 주차 차량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청원도 올렸다.

이처럼 기자에겐 종합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기자는 인도를 걷다가 급하게 달리는 이륜차에 놀란 개인 경험에서 글을 시작했더라도, 근육 과시라도 하듯 비싼 외제차를 인도에 버젓이 주차해 보행을 가로막는 얌체족과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이륜차를 동시에 지적해야 한다.

공기업 임원 임기는 국가 조직인 공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법이 보장한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 28조(임기)에 그 내용이 잘 나온다. 또 공운법 3조(자율적 운영의 보장)엔 “정부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매번 정권 교체 직후엔 언론이 나서 ‘과거 정부가 임명한 임원이 새 정부에도 여전히 근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법 조문과 법 제정 취지에 무지하거나 정파에 갇힌 기자들이 더 문제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공기업 대표 임기는 대부분 3년이라서 전 정부가 임명한 공기업 대표가 후임 정부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선 이를 ‘동거내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알박기’라고 폄훼한다. 역대 정권이 공기업 대표를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게 문제다. 잘못된 관행은 두 거대정당이 모두 저질렀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유독 민주당에서 극우정당으로 바뀔 때만 이 문제를 제기한다.

최근 두 달치 조선일보 사례만 들어보자. 조선일보는 6월23일 B1면에 <민주당 총선 출마했던 인사가 내년에도 공기업 사장>이라서 큰 문제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32개 공기업을 전수조사했더니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이 33명이 됐다고 분노했다. 공운법상 공공기관은 모두 347개다. 전체 공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조사를 하고서 이렇게 주장하는 건 과하다.

조선일보는 6월17일 8면에도 <해임건의·경고받은 기관장 17명, 16명은 文정부때 임명된 ‘알박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5월 5일에도 8면에 <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 임원 80%가 ‘文정부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가뭄이 와도, 홍수가 나도, 뭐를 해도 문재인 탓이다.

공기업 대표를 지적할 땐 전문성을 놓고 지적해야 옳다. 최소한 한겨레(6월20일 6면)처럼 <윤 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차단” 빈말 … 전문성 없는 인사 줄임명>정도는 돼야 한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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