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행정기본법 8조(법치행정의 원칙)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법치주의에 대한 설명이다. 공권력을 법률에 근거해서 행사하라는 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윤석열 정권은 자꾸 국민이 법을 지키라는 것이 법치주의인 것처럼 말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계속 잘못 말한다. 법률에서는 이를 ‘악의’라고 한다. 정부여당이 이야기하는 ‘법치주의’ 그것은 고작해야 ‘준법주의’정도로 부를 수는 있는데, 준법이라는 단어에 ‘주의’를 붙일 일도 아니다. 그들이 ‘법치주의’ 노래를 부르는 목적은 법률을 최대한 국민에게 불리하고 정권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공권력을 필요 최소한이 아닌 ‘불필요 최대한’으로 사용해 ‘정권에게 까불면 벌주겠다’는 겁박이다. 심지어 법률이 없는 경우 시행령까지 동원해서 그리하려는 ‘령치주의’까지 1년 동안 겪었다.

최근 들어 경찰의 법치주의 무시가 도를 한참 넘어서고 있다. 정권이 바뀐다고 경찰공무원들이 일거에 다 퇴직하고 이상한 경찰들로 새로이 채워진 것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정권 상부의 지침이 바뀐 것이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또 일어나서 정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를 벌써 느낀 것일까. 집권 초기부터 1년 동안 계속해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정부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렇다면 정치를 잘할 것이지 국민의 입을 막아야 되겠는가. 지금이 독재정부는 아니나 독재로 가는 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종착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일까. 그 길을 갔던 정권의 최후가 어떻게 되었는지 몇 년 만에 까맣게 잊은 것일까.

경찰은 대통령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시위의 절대적 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라고 주장하면서 사전 집회 금지 통고 처분을 남발했다. 법원에서는 위법하다고 수 차례 판단했음에도 경찰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금지하고 소송하고 패소해도 또 금지하고 이런 식의 반복인데 이런 세금낭비, 엉터리 행정이 또 있었던가. 지난 6월10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단체의 문화제를 경찰이 강제해산 시켰다. 문화제는 집시법상 집회가 아니므로 신고대상이 아니고 설령 집회라고 하더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면 강제해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심지어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집회 종료 후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 참여한 것도 집회에 참여한 것이라며 집시법 위반으로 수사 중이라고 한다.

현행 집시법을 개악하려는 시도도 있다. 정부여당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절대적 집회·시위 금지장소로 추가하려는 시도, 대통령 집무실 경계를 지나는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를 집시법 12조의 ‘주요 도시의 주요도로’로 추가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 시도, 야간 집회·시위 금지 등 집회·시위 시간대 제한 개정 시도, 불법 집회 전력자에 대한 집회·시위 금지·제한 시도 등이다. 죄다 현 정권의 안위를 위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임이 뻔히 눈에 보인다. 몇십 년에 걸쳐 국민이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헌법상 민주주의 기본권들을 일거에 소멸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 개정 시도들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도 어긋난다. 헌재에 또 가볼 테면 가보라는 것인가. 내일이 없는 정권이다. 국민과 헌법을 상대로 무모한 싸움을 걸고 있다. 심히 이 정부의 최후가 걱정되고 그 최후를 스스로 앞당기고 있는 듯하다.

민주노총이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에 걸친 총파업을 선포했다. 민주주의 파괴와 노동탄압에 반대하는 투쟁이다. 경찰은 민주노총 총파업에 최대 155개 경찰부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은 9천300명에 달한다. 실로 전쟁을 치를 모양새다.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를 하겠다는데 경찰관 1만여명이 투입된다니 밖에서 보면 흡사 내전(內戰)이다. 이렇게 경찰이 집중적으로 집회에 투입되면 일상 치안은 어떻게 되나.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를 또 반복할 모양인가.

경찰과 지자체가 민주노총 총파업 기간 집회 신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다. 신고만 하면 된다. 신고하지 않은 집회도 폭행, 방화, 손괴 등의 방법이 아닌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면 해산시키거나 금지할 수 없다. 따라서 일률적, 주관적으로 집회를 제한하는 행위는 위법이고 위헌이다. 제한하거나 수정 요구한 집회 신고 조치에 대해 민주노총이 가처분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인용될 것으로 본다.

민주노총이 왜 총파업에 이르게 되었을까.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무한경쟁으로 임금 총액이 삭감되는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반대와 대체근로 사용범위 확대·사업장 점거 제한 등 노동 3권 무력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등 30년 치 밀린 ‘노동개악’ 숙제를 1년 만에 해버리겠다는 정부의 기세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 말년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파탄, 정치무능으로 처참한 상태가 계속되는 지지율 바닥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그 탓을 노동자, 시민사회에 돌리는 최악수를 두는 것이다. 아무리 반민주 보수 정권이라도 진도가 너무 빠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포했다. 시민사회, 국민이 연대해서 전국 규모의 대정부 항의 집회가 되기를 바란다. 경찰이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평화집회가 될 것이다. 경찰은 본분에 따라 민주노총 총파업과 이에 연대하는 여러 집회들이 잘 진행되도록 필요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해 안전하게 보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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