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 21일 수원 장안구에서 생모가 아기 2명을 낳은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기의 친모는 2018년 11월과 이듬해 11월, 자신이 출산한 아기들을 출산한 지 하루 만에 살해했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2015~2022년 8년간 병원에서 출산이 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천236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가운데 1%인 23여명을 추려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23명 가운데 사망했거나 유기한 아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베이비박스(영아를 임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를 운영 중인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15~2022년 1천418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로 들어왔다. 이 가운데 1천45명은 친모가 출생신고를 거부해 미아가 됐다. 그렇다면 최소한 1천여 명의 아기가 ‘유기에 의한 사망’을 했거나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에 의해 처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이은 충격적 사실들 앞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기업 노동자 문제를 거론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노동자가 파업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받아 재산을 압류당하는 문제나 아기 엄마가 자식을 죽여서 냉장고에 보관한 문제나 인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문제이다”라고 전태일이 갈파하지 않았던가.

15일 대법원(주심 대법관 노정희)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자들이 회사에 20억여원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 중 피고(조합원)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하여 결정, 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실행됨)에 비추어,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가 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진보 측은 환영 일색이고 자본과 수구보수 측은 반대 일색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대법원의 현대차 노동자 재판을 보면서 대법원을 칭찬하기보다 비판한다. 하나. 왜 이제야 판결을 내리는지 묻고 싶다. 현대차 사측이 제기한 이 손해배상 청구는 2013년 10월에 1심, 2017년 8월에 2심 판결이 내려졌다. 노동자들은 그해 9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만 6년 가까이 돼서야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장기간 재판이 미뤄진 것에 대법원은 국민과 피고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20억 손해배상 청구 당사자인 엄길정씨는 “10년 넘게 흘렀어도 손배 당사자들은 심각한 심적 고통을 느낍니다. 재산도 내 이름으로 못하고 살아요. 혹시 압류 들어올까 봐”라고 했다.

둘. 잘못된 1심과 2심 판결에 대법원은 파기환송으로 할 바를 다한 것인가. 지금의 제도로는 잘못된 재판을 한 1심, 2심 판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법부는 3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내세우며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사법부가 제대로 재판하려면 그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통제를 받도록 개조돼야 한다.

셋. 현행 노동법은 파쇼악법이다. 그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이 노동자의 파업권 부정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철회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생산라인을 세운 것은 과연 불법행위인가? 현행 노조법으로는 교섭 없이, 그리고 행정관청의 조정 없이 파업과 공장점거를 했으므로 불법이다. 그 절차와 요건은 파업을 가로막는 악법이다. 따라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투쟁은 합헌이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아는가, 모르는가. 모른다면 무지하여 최고 법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서도 묵인했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알고 있다면 헌법재판소에 현행 노동법 전체에 대해 위헌심판을 청구했어야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