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경기도 연천군수가 지난 8일 조선일보 14면에 등장해 “지하철 뚫리면 발전 속도 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1980년대 인구 7만명에 달했던 연천군은 지금 4만1천명까지 줄었다. 동두천 소요산역까지 운영하던 지하철 1호선이 지난 16일부터 20킬로미터를 더 연장해 연천까지 들어갔다.

아무리 지하철 개통을 앞둔 홍보성 인터뷰라지만 지하철 뚫리면 연천군이 발전한다는 단체장 발언은 답답하다. 지하철은 연천군민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빨대일 뿐이다. 결국 연천군은 서울 사람을 위한 새로운 베드타운이 되고 만다. 덕분에 땅값은 뛰겠지만 연천군 발전은 아니다.

2004년 KTX가 개통하자 대구와 부산의 대형병원이 쪼그라들어 지역 의료기반이 무너졌다. 대구는 인천보다 인구가 줄었고, 400만명을 바라보던 부산도 320만명대로 떨어졌다. 두 도시 인구는 지금도 계속 준다. KTX는 환자를 서울로 빨아들이는 빨대일 뿐이다. 우리보다 먼저 지역 소멸을 경험한 일본을 보고도 이런 무책임하게 발언하면 안 된다. 인구 4만명의 지자체도 이럴진대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책임은 더 막중하다.

대통령이 설렁탕집 섞박지 같다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고검장을 마친 뒤 대형로펌으로 옮겨 10년 새 재산이 12억원에서 61억원으로 5배 늘었다. 특히 예금은 2013년 3억9천797만원에서 36억1천953만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동아일보 12월8일 12면 ‘김홍일 재산 61억 … 檢퇴직후 10년새 5배 늘어’)

대통령이 그를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하자 12월7일 동아일보는 ‘설렁탕집 섞박지’(3면), 매경은 ‘세 동생 키워 낸 소년가장’(5면), 한겨레는 ‘조폭 저승사자라 불리던 강력통’(3면)이라 화답했다.

대통령은 그를 권익위원장 임명 5개월 만에 다시 방통위원장 후보에 올려, 돌려막기 인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쯤 되면 ‘주변에 사람 없다’고 광고하는 셈인데 대통령만 모른다.

동아일보조차 12월7일 1면에 ‘방통위원장 김홍일 첫 검찰 출신’이라고 명토 박은 뒤 3면에도 “2008년 방통위 출범 후 지금까지 15년간 7명 위원장은 대부분 미디어나 통신 관련 경험이 있었다”고 짚었다. 대통령은 알기나 할까. 한겨레의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 전혀 없는데도 … 검찰 직속상관 기용’ 같은 기사는 거추장스럽다.

압권은 조선일보 12월7일 사설이었다. 조선일보는 ‘방통위원장까지 검사 출신,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사설에서 “현 정부 들어 (중략) 인사 추천은 물론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줄줄이 요직에 들어가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고 물었다.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의문형이다. 영화 <해바라기>의 김래원이 내뱉는 절규 같은 이 질문은 대통령을 향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 많지 않다”는 비서실장과 “그럼 어떤 인물이 오길 바랐냐”는 극우 유튜버에 둘러싸였다.

이미 위험 신호는 여러 곳에서 발화했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이 현장 표심을 자극했다”고 판세를 뻥튀기한 2030엑스포 유치위원회 관련 보도가(경향신문 12월2일 5면) 있었고, 대통령이 앞장섰던 ‘건폭몰이’를 행정처분심의위원회가 연달아 기각 또는 불처분 결정했다(경향 12월1일 11면)는 기사도 있었다. 끝까지 현 정부를 쉴드 쳤던 조선일보가 지난달 25일 1·3면에 여당 혁신위원 3명을 인터뷰해 “우리 설득 못 하고 국민 설득하겠나” “너무 몸사리는 與의원들에 무기력·분노 느낀다”고까지 보도했으면 정신 차리고 근본 수습책을 내놔야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 체제를 고수한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쓴다.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