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서울시 통합 노동권익센터의 민간위탁 우선협상 대상자 결과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필자가 속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순위로 밀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와 함께했던 시간을 올해 말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리고 12월 19일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정기토론회를 진행했고, 필자도 참여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는 심화했다. 수원, 전주, 울산, 대전, 청주, 서울,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정규노동 운동단체들이 등장했다. 필자가 속한 센터도 2000년 5월20일에 창립했다. 여러 지역에서 비정규노동 운동단체가 등장하면서 모이기 시작했다 . 2012년 11월29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를 출범했다. 그렇게 출범한 한비네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고, 그 결과로 몇몇 지자체가 지역 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지원 조례를 제정하거나, 노동센터를 설립했다. 나아가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이 수립되는 성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도 2014년 서울노동권익센터, 2018년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 민간위탁 공모를 통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대상이 되어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두 센터와 함께 ‘노동존중 특별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나아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두 센터와 함께한 노력은 전국 다양한 지역에 만들어진 노동센터의 그루터기가 되기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두 센터는 비정규노동 운동의 새로운 시작과 확산이라는 선상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물론 일각에서 위탁센터라는 논쟁도 있었지만, 지난 10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두 센터와 함께 비정규노동 운동에 많은 역할을 해오며 그 필요성을 증명했다. 노동상담과 법률지원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를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노동자 조직화 지원이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와 생수 지원사업은 전국으로 확산하기도 하며, 기존 노동조합이 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두 센터는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그리고 전국 많은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노동센터에게는 하나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두 센터와 함께한 시간을 이제 마무리하고자 한다. 두 센터가 통합해 하나의 서울노동권익센터로 운영된다고 해서 지난 10년간 한 일이,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지난 10년간 두 센터가 미조직 노동자와 함께한 역할,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아온 역할, 무엇보다도 미조직 노동자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기 권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으로 한 역할은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이제 잠시 쉼표를 찍고 그 너머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이제 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 그 너머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비정규노동 운동단체가 2012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모였던 순간을 기억한다. 비정규노동 운동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에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난 10년 누군가에게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나무’이기도, ‘청춘을 바친 공간’이기도, ‘보조배터리’이기도, ‘노동자의 벗’이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곳이기도 하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 잠시 쉼표를 찍는다. 그 너머를 준비해야 하는 때가 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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