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은 사용자가 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를 부당하게 거부할 때, 노동조합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내가 이번에 맡은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주식회사 좋은책 신사고다. 어릴 적 누구나 풀어 봤던 수학 문제집 <쎈>을 출판하는 곳이라 익숙했다.

사용자가 부당하게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니 이에 응하도록 하는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파악할수록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23년에도 이런 사용자가 존재하는구나.’

언론노조 좋은책신사고지부는 2022년 11월 설립해 같은해 12월 사용자인 좋은책 신사고에 노조설립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지부는 올해 4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갖춰 단체교섭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진행을 요구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단체교섭의 시작점이다. 같은 사업장 내 다른 노조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정한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7일간 사업장에 공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좋은책 신사고는 그 단순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조차 하지 않고 지부의 요구를 일관되게 무시했다.

지부는 교섭요구 공문을 계속 보내는 한편,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이 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시 시정명령을 확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부는 좋은책 신사고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이를 인용했다. 사용자는 역시나 불복했지만, 중노위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여기까지 지부는 총 여섯 번의 단체교섭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진행을 요구했고, 네 번의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지부가 마주한 것은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지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대표이사의 표현이었다. 실제로 좋은책 신사고는 중노위의 시정명령 인용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좋은책 신사고의 대표이사는 “저희 회사 이름은 좋은책 신사고. 저희 브랜드는 쎈수학, 우공비 같은 대한민국 탑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매합니다. 1년에 천만 권 가까운 책을 판매합니다” “우리 회사는 아침이 공짜고 점심이 4천원 차감이고 저녁은 공짜입니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회사의 우수성을 피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그 자부심, 그건 비단 대표이사만의 개인적 자부심이 아니다. 좋은책신사고지부의 조합원들도 모두 좋은 교과서, 좋은 문제집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 부당정직, 부당해고가 존재하는 일터가 아닌 좀 더 행복하고, 안전이 보장된 일터를 만들고자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무시, 그리고 지난한 노동위원회 절차들과 소송들이다. 회사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 인용된다면 사용자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를 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시 간접강제금까지 내야 한다. 인용결정에도 계속 거부하면 불법행위가 성립함은 물론이다. 단체교섭은 노조와 사용자가 같은 책상에 앉아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그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토론하는 과정이 바로 단체교섭이다. 소송과 법적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와 대화해 함께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만드는 좋은책 신사고에 묻고 싶다. 좋은 책을 만드는 당신은 좋은 사용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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