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 기간 어렵게 이뤄 낸 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20일 오전 기자회견장에서 들었다. KBS에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 등 편성 폐지를 추진하거나 삭제했고, 의 앵커를 교체했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 같은 사태에 언론노조 KBS본부를 자문해 온 터라 우리 사무실의 변호사·노무사들과 함께 나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부당노동행위 등 법적 대응을 밝혔다. 내 발표에 앞서 강성원 KBS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
필자가 요양보호사 상담을 했을 때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이전에 맡았던 어르신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성희롱 발언을 매일같이 했다. 처음에는 참아도 봤지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센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센터장은 “그 어르신은 원래 그런 분이라 어쩔 수 없으니 요양보호사가 적당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어르신의 성희롱은 더욱 심해져 결국 해당 센터를 그만뒀다.그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았지만 다른 어르신을 담당하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자신에게
유네스코가 지정한 직지(直指)의 도시 충북 청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2017년 꼭 이맘때 매일노동뉴스를 퇴사했으니, 6년 만에 다시 글 쓰는 심정이 남다르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한다.오늘 시작하는 칼럼의 명칭은 ‘무사안일’이다. 국어사전은 “큰 탈이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그런 상태만을 유지하려는 태도”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이렇게 읽혔으면 좋겠다. “무사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하여” 얼렁뚱땅 지은 이름 같아도 ‘페이스북 친구’ 한정 칼럼명 공모 당선작이다. 그러니 앞으로 술자리 건배사로도 당당히 외쳐보자.
남북한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한 직후인 1991년 12월 노태우 정권은 ILO(국제노동기구)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 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모두 32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노태우 정권은 근로감독 협약 81호·고용정책 협약 122호·선원건강검진 협약 73호 등 3개를 비준했다. 김영삼 정권은 직원훈련 협약 142호·동등보수 협약 100호·노동행정 협약 150호·노동통계 협약 160호 등 4개를 비준했다.김대중 정권은 차별금지 협약 111호·최저연령 협약 138호·3자협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부터 정부와 재계가 함께 쓰는 신작 공상소설이 시중에 떠돈다. 그것도 아주 재미없는 내용으로. 먼저 이들은 개정 노조법 2·3조의 ‘실질적 지배력’이 모호한 개념으로서 교섭에 응해야 할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또 이들은 사용자는 불법파업에 사실상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고,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가진 재벌·대기업 원청은 1년 내내 교섭과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 결국 기업경영과 국가경제가 파탄난다고
아직은 노란 머리숱 많은 나무 위로 눈이 내렸다. 두툼한 옷 입은 사람들이 휑한 목을 가리려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빌딩 숲 사잇길 된바람에 후두둑 바짝 마른 잎 떨구니 길바닥엔 낙엽이 쌓이고 구른다. 겨울이다. 노란 잎 쌓인 거기 바닥엔 또 사람들이 앉아 버틴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어서
5·16 군사쿠데타의 실질5·16 군사쿠데타는 정치·사회적 불안 내지 체제 위기 대안으로서 ‘혁명적’이라는 평가보다는 4·19 이후 혁명적·민주주의적 실험이 오히려 5·16 군사쿠데타로 ‘좌절’ 내지 ‘저지’됐다는 평가가 타당하다. 이는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취한 주요한 조치로 확인된다. 부정부패 척결이나 사회정화를 그들이 단행한 개혁조치 배경으로 주장하지만 실질은 5·16 군사쿠데타 반대세력과 진보세력을 권력에서 배제하는 것이었다. 박 정권은 억압과 통제를 기본으로 하되 대내외적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해 ‘반공주의적 개발
공기업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KDN과 같은 공기업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에 넘겼다. 이렇게 26년 동안 공적 소유를 이어온 보도전문채널 YTN이 하루아침에 민간회사로 넘어갔다. 유진그룹은 건설자재와 금융·엔터테인먼트 등 50여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8위 기업이다.한겨레는 매각 나흘 뒤 “언론 민영화가 이렇게 쉽다고?”라는 기사에서 “공영 언론 민영화에 사회적 숙의 과정이 빠졌다”고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노조 목소리를 담았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공기업 지분 매각에 불법이 의심된다며 국회
안전이 중요한 시대다. 사회이슈마다 안전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은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재해에 대한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안전과 관련한 법도 꾸준히 재·개정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대표적인 안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훨씬 다양한 법을 적용받고 있다.정유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유공장은 대표적인 화학물 취급 공장이며, 원유를 정제해 가스·액체류·고체류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공정에 따라 위험물안전관리법(위험물관리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하청업체 직원이 떼쓰는 것까지 다 받아 주라카믄 사업을 우째 합니까? 거는 민노총이랑 쪼매 다른 줄 알았드만 거기 일도 아니면서 왜 한목소리인교?” 평소 직원들의 연차휴가, 일용직이나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 활용 문제를 상담해 온 어느 제조업체 인사관리 담당자가 전화로 불만을 표시했다.지난 7일 경남도의회 정례회에서 유형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이 5분 자유발언대에 나섰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간부 활동의 이력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는 지난해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사측이 하청
11월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지 53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님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공포를 촉구하는 단식기도’를 시작했다. 곡기를 끊으며 기도를 시작한 동화면세점 앞은 경찰로 가득했다. 그들은 기도회를 위해 물품을 내리는 것을 가로막았고 추운 날 맨바닥에서 노숙하는 성직자가 몸을 덮으려 했던 비닐을 빼앗았다. 경찰은 기도회에 참석하려면 가방을 열어 보여줘야 한다고 강요했다. 가방 열기를 거부한
입동을 지나 한 해가 다시 저물어 간다. 산적한 일들을 가늠하자면 아침에 깨어나 몸을 일으키기조차 두렵다. 겨우 일으킨 몸과 마음은 거리에 나서 겨울바람을 마주하기 전부터 시리고도 둔탁하다. 어렵고 어지러운 때, 달력에 빼곡하게 적힌 일정들 사이에 드물게도 반가운 시간이 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하고, 알고 있다 여기는 것을 되묻고, 토론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일에 오래도록 게을렀다. 일주일에 하루, 짧게나마 묻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열어 두고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매주 수요일 오후, 지역 활동가들과 ‘현장
그녀는 2019년부터 현대해상의 자회사 현대C&R 콜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콜센터로 업무가 집중되고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졌다.콜센터 노동자들이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비대면 상담을 받아 온 그 길고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자, 금융권은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4년을 넘게 회사를 다녔지만 그녀는 몰랐다. 현대해상이 해마다 경영성과급을 모회사 정규직 및 자회사 사무직 노동자에게만 지급해 왔다는 사실을. 올해에도 현대해상은
‘굳이 사회나 공동체 걱정은 하고 싶지도 않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걸.’ 이따금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듣게 되는 말들이다. 2023년을 살고 있는 청년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별다른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창 시절 내내 경쟁하고, 취업하느라 경쟁하고, 직장에서도 경쟁하느라 지쳤다. 이 나라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먹고사느라, 내 몸 하나 쉴 집 하나 챙기기 바쁘다. 사회에 대한 걱정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사회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먹고살기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문제 해
1.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는 걸 포털뉴스에서 읽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수준의 기사였다.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서 보도했는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 나라는 노조 파업으로 기업이 망하고 국민경제가 절단 나는 일만 남는 거였다. 그야말로 노란봉투법으로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거였다. 재벌이 소유한 경제지만이 아니었다. 몇몇 진보언론을 제외하고는 온통 그런 식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시끄럽게 여론
그날의 비극은 사측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에서 시작됐다. 2002년 한진중공업은 1조6천억원의 매출과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650명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고 파업으로 대응했다.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사측은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약 7억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던 김주익도 손배·가압류 대상에 포함됐다. 김주익은 곧바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펼쳤다. 한진중공업은 7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 네거리와 여의도 광장에서 두 개의 노동자대회가 있었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주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이 주최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왜 날씨도 쌀쌀한 이 때에 노동자대회를 갖는가? 53년 전 11월13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길에서 분신 항거한 전태일 동지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필자는 전태일 정신이 지금 노동운동 속에서 올곧게 계승되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53년 전 전태일 동지의 죽음을 접하고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투쟁했던, 투쟁
“그동안 사각지대로 생각했다”프리랜서 인터뷰에 참가했던 청년유니온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랜서를 사각지대 존재로 표현하면서 프리랜서의 자부심이나 긍정적 측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를 성찰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프리랜서들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프리랜서를 지칭하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그의 지적에 공감했다.일하는 시민을 비천하게 보는가,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특권을 부여하는가, 동료시민으로 존중하는가에 따라 노동을 향한 언어가 달라진다. 프리랜서를 사각지대로 보는 것은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변호사는 사건의 승패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의뢰인에게 유·불리를 설명해 줘야 한다는 게 내 신념 중 하나다. 그러다 보면 화를 내는 의뢰인이 가끔 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놈들이 나쁜데 왜 제가 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판사님이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럼 나는 또 설명을 한다. “법은 항상 착한 사람 편인 게 아니고요, 판사는 선이 아니라 법에 따라 판단합니다.”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심판한다(대한민국헌법 103조). ‘헌법과 법률’은 일단은 ‘현실에 있는 법’, 즉 ‘실정법’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정법 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라도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다. 비정규직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를 탄압하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극한의 투쟁을 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손배·가압류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배달호 열사, 김주익·최강서 열사가 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이후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이 있다.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단식도 하고, 오체투지도 하고, 고공농성도 하고, 철창 안에 자신을 가뒀던 비정규 노동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