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는 걸 포털뉴스에서 읽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수준의 기사였다.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서 보도했는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 나라는 노조 파업으로 기업이 망하고 국민경제가 절단 나는 일만 남는 거였다. 그야말로 노란봉투법으로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거였다. 재벌이 소유한 경제지만이 아니었다. 몇몇 진보언론을 제외하고는 온통 그런 식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시끄럽게 여론몰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침내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파업을 잠시나마 고민하게 했던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도 완전히 없애겠다고 나섰다”며 “거대 귀족노조에게 불법파업 프리패스를 가져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거대 귀족노조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2023.11.13. 매일노동뉴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법이기에 거대 귀족노조니, 불법파업 프리패스니 해대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가.

2.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하는 법을 말한다. 하도 요란해서 분명히 노조법 전체는 아니라도 대부분을 개폐하는 법으로 오해하는 국민이나 심지어 노동자들도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노조법 두 개 조문을 개정하는 법에 불과하다. 그 개정 내용이 대단한 것일까.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이 겁을 먹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서 막아야 할 만큼 그렇게 말이다. 어디 살펴보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게재된 국회 의안원문을 그대로 인용해서 보겠다.

첫째, 노조법 2조2호 후단에 신설규정으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노조법 2조5호 노동쟁의의 정의를 개정해서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셋째, 노조법 3조2항을 신설해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조법 3조3항을 신설해서 불법 쟁의행위시 손해배상에 대해서 제3자인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한 것이다.

신용보증인 책임면제에 관한 개정을 제외한다면,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 사용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규정하고, 노동쟁의의 정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해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단체협약 불이행 등도 노동쟁의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며, 불법쟁의로 인한 손배배상 책임을 배상의무자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무엇을 두고 불법파업에 대한 최소한 제동장치도 팽개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어째서 거대 귀족노조의 파업 프리패스라고 비난하는 것인가. 국회 본회의의 의안원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미 판례도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는 원청 사용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명확히 해서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가지고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아닐 게다. 노동쟁의의 정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규정한 것은 1997년 노조법을 새로 만들면서 ‘결정’ 부분이 추가됐던 것인데 이에 관한 논란이 계속돼 왔던 것이라서 이를 개정한 것인데 1997년 이전의 것으로 개정해 논란을 바로잡자는 걸 듣도 보도 못한 법인 양 비난할 수는 없다. 또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그 귀책사유와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라서 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입법이라고 비난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과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거대 귀족노조에 파업 프리패스를 줬다는 등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거대 귀족노조와 관련한 법개정 내용도 아니다. 오히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쟁의행위 등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노조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3. 노동자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사람마다 이 세상을 다르게 본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정규직 아무개에게 살 만한 세상은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아무개에게는 결코 살 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노동자로 구분해서 규정 짓는다면 그 개념은 자본가·사용자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계급으로서 일반화해서 보는 것인데, 여기서 노동자는 자유와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법적으로 근로계약을 통해서 사용자에 복종하는 자, 근로자가 된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임금 등 노동자권리를 갖지만 그 대신 자신의 자유를 잃는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권리에는 노동자의 자유가 묻혀 있다. 근로시간은 노동자가 자유를 잃는 시간이다.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 사용자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근로시간의 크기만큼 노동자는 자유를 잃고서 노예가 된다. 뭐 사업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시간만 노동자가 자유를 잃는 것은 아니다. 그걸 위해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준비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은 자유를 잃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관해 말하더니 갑자기 무슨 자유타령이냐고? 노란봉투법을 나는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자유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것이기에 노란봉투법이 추진되는 걸 지지했다. 그래서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된 것이, 비록 바라는 만큼은 아니라도 통과돼서 기쁘다.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감면 등에 관한 입법인데 노동자의 자유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되면,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개별 노동자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어서는 아니다. 노동자의 자유에는 파업의 자유도 있다. 개별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다른 노동자와 함께 행사하는 것이지만, 노동자에게 파업은 자유라고 말하고 싶다. 파업,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일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은 일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람은 일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고 태어났다. 파업은 단순히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일하지 않는 것이다. 일하지 않을 자유, 그것이 파업인 것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이 세상에서 사람으로서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 천부의 기본권이니 빼앗을 수 없는 기본권이니 하는 기본권만큼 그렇게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노조법은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으로 규제해서 노동자 파업을 제한하고 금지하고 있다. 부칙을 포함해서 100여개의 노조법 조문을 읽어 보라,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파업을 규제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대한민국 노조법은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다. 노동자가 파업하는 걸 제한·금지해서 규제하는 법인 것이다. 그러니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마땅하다. 노란봉투법을 두고서 불법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한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파업이 불법이 되지 않도록 하면 불법파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일도 없다.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파업이 불법이 되지 않도록 입법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것, 파업이 불법이고 범죄일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일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자의 파업도 그렇게 취급돼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에서 노조법 등 법률은 노동자의 파업을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범죄로 규정 짓고서 노동자가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온통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아주 예외적으로 파업 등 쟁의할 상대방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 단체협약 불이행 등 권리분쟁을 포함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배상의무자별로 하는 노란봉투법을 두고서도 이 나라는 오늘도 이렇게 요란하게 야단인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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