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규 공인노무사(노무사사무소 씨앗 대표노무사)

필자가 요양보호사 상담을 했을 때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이전에 맡았던 어르신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성희롱 발언을 매일같이 했다. 처음에는 참아도 봤지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센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센터장은 “그 어르신은 원래 그런 분이라 어쩔 수 없으니 요양보호사가 적당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어르신의 성희롱은 더욱 심해져 결국 해당 센터를 그만뒀다.

그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았지만 다른 어르신을 담당하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자신에게 성희롱을 했던 그 어르신을 맡았다는 요양보호사의 연락이었다. 후임 요양보호사는 본인이 겪은 것과 정확히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전에는 어떠했는지 물었다. 어르신은 성희롱은 여전히 반복되고 센터장은 여전히 방관했던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이런 사연을 말하고 나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현재로서는 어렵다’라는 말뿐이었다. 과포화 상태인 민간 장기요양시장에서 그 어르신은 가해자지만 ‘소중한 고객’인 반면,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피해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황에서 요양보호사는 피해자지만 ‘악성 민원인’ 취급을 받는다.

차마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저도 선생님 사연을 잘 기억하고 방법을 찾아보려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워낙 크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내 경험과 지식은 너무 비루했고, 일단 눈앞에 직면한 일들을 해치우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던 중 필자가 참여하는 노동건강정책포럼에서 토론회를 기획·담당할 기회가 생겼다. 토론회를 통해 먼저 고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면 조금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17일 “폭력·부당업무로부터의 요양보호사 보호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돌봄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폭언·폭행을 겪었다는 비율은 거의 절반에 이르는 반면 종합지원센터의 성희롱 상담분석 결과 성희롱 피해사례 보고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기관의 조치가 있다는 비율은 3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들이 성희롱 피해를 겪더라도, 돌아오는 답은 요양보호사가 참아라, 이해해라, 알아서 해라 정도일 뿐이다. 그 결과 가해는 반복되고 피해자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지금 상황은 답답해 보이지만 성희롱 없는 장기요양은 당연히 가능하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제재하는 정상적인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으로 기관에는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고 조치에 따른 비용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돌봄노동자기본법으로 요양보호사 목소리가 반영된다면 처우개선계획이 수립되도록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가해자 사례관리를 하거나 2인1조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생각할 있다.

반복되는 성희롱을 막아달라는 요양보호사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적절한 답을 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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