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노란 머리숱 많은 나무 위로 눈이 내렸다. 두툼한 옷 입은 사람들이 휑한 목을 가리려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빌딩 숲 사잇길 된바람에 후두둑 바짝 마른 잎 떨구니 길바닥엔 낙엽이 쌓이고 구른다. 겨울이다.

노란 잎 쌓인 거기 바닥엔 또 사람들이 앉아 버틴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어서 공포하라며 굶는다. 싸늘한 법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을 읊는다. 자식 먼저 보낸 엄마가 기자회견 자리 한 편을 지킨다. 목사는 기도한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침낭을, 담요를 자꾸만 건넨다. 그 덕에 고난을 자처한 사람들은 얼지 않는다. 한기를 견디는 것도, 온기를 건네는 것도 이 겨울 사람의 일이다. 어김없는 길 위의 풍경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