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남북한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한 직후인 1991년 12월 노태우 정권은 ILO(국제노동기구)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 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모두 32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

노태우 정권은 근로감독 협약 81호·고용정책 협약 122호·선원건강검진 협약 73호 등 3개를 비준했다. 김영삼 정권은 직원훈련 협약 142호·동등보수 협약 100호·노동행정 협약 150호·노동통계 협약 160호 등 4개를 비준했다.

김대중 정권은 차별금지 협약 111호·최저연령 협약 138호·3자협의(국제노동기준) 협약 144호·직업 재활 및 장애인 고용 협약 159호·외국인 균등대우(산재보상) 협약 19호·가족부양 남녀노동자 동등처우 협약 156호·최악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 182호·최저임금 결정기구 협약 26호·고용서비스 협약 131호·최저임금결정 협약 131호·노동자대표 보호 및 편의제공 협약 135호 등 11개를 비준했다.

노무현 정권은 상선근무자 자격 협약 53호·화학물질 협약 170호·석면금지 협약 162호·선원 신분증명서 협약 185호, 산업안전보건 협약 155호, 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 187호 6개를 비준했다. 이명박 정권은 실업 협약 2호·주 40시간 협약 47호·방사선 보호 협약 115호·직업암 협약 139호 4개를 비준했다.

박근혜 정권은 선원보호에 관한 해상노동 협약을 비준했고, 문재인 정권은 강제노동 협약 29호·결사의 자유 협약 87호·단체교섭권 협약 98호 3개를 비준했다. 정권별 협약 비준 수는 김대중 정권 11개·노무현 정권 6개·김영삼 정권 4개·이명박 정권 4개·노태우 정권 3개·문재인 정권 3개·박근혜 정권 1개 순이다.

박근혜 정권이 비준한 해상노동 협약은 노태우 정권이 비준한 선원 건강검진 협약 73호·노무현 정권이 비준한 상선근무자 자격 협약 53호과 선원 신분증명서 협약 185호를 통합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이 비준한 ILO 협약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비준한 협약 수가 노태우 정권의 3개와 같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지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비준한 협약 3개가 모두 ILO 회원국 정부의 비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위상을 지닌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ILO 협약 비준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권은 기본협약 3개의 비준에 대해 국회 동의 절차를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집권 5년 차에야 비준하는 무력함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 이전에 비준된 29개 협약 가운데 국회 동의를 거쳐 비준된 협약은 최저연령 협약 138호(김대중 정권)·해상노동 협약(박근혜 정권)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7개 협약은 선 입법, 즉 입법 완료를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권의 소극적인 태도와 달리 역대 정권들은 입법적으로 미비한 상태에서도 국무회의 결정으로 ILO 협약을 비준했다. 근로감독 협약(노태우 정권)·화학물질 협약(노태우 정권)·직업암 협약(이명박 정권)·주 40시간 협약(이명박 정권)이 대표적이다. 아동노동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최저연령 협약(김대중 정권)의 경우에는 국회 동의 과정을 거쳐 비준했는데도 입법적으로 여전히 미비한 상태라 판단된다.

내년은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 3년째가 되는 해다. 임기 절반을 채워 가지만, 윤석열 정권은 ILO 협약을 하나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 가운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란 게 있다. 그 첫걸음이 ILO 협약 비준임을 윤석열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리사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윤석열 정권은 1991년 ILO 가입 이후 최초로 단 하나의 협약도 비준하지 못한 ‘무능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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