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빌어먹을 세상은 틈만 나면 자유다. 지난 19일에는 대통령의 4·19 기념사에서 들어야 했다. 4·19로 쟁취한 자유, 민주주의가 사기꾼들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뉴스를 듣자니 이제 자유가 지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유를 위해 이토록 강렬하게 4·19 기념 연설했다는 걸 도대체 믿지 못하겠다. 권력에 피투성이로 맞서 싸웠던 이들의 자유를 위해서는 아닐 테다. 자꾸 궁금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를 생각해봤다.내가 이 세상에
노동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고양시노동권익센터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 설치 및 운영과 관한 조례’에 따라 설립했다. 2021년 10월부터 (사)한국노동조합총연맹경기도지역본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 고양시에서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먼저 우리 센터는 지난해에 388건의 노동상담을 진행했다. 이 중 사용자가 요청한 7건의 상담을 제외하면, 381건이 모두 노동자들이 요청한 상담이다. 그렇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사람들 대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장. 사람 들지 않은 빈자리에 필기구와 명패, 그리고 흰 커피잔이 가지런했다. 주인 없는 의사봉과 명패 따위를 엮어 ‘파행’ 그림을 담으려는 사진기자의 뻗은 손이, 마실 사람 없는 빈 잔에 커피를 따르는 그곳 직원의 손이, 또 빨간 불 들어오지 않는 마이크가 사선 따라 가지런했다. 저마다의 할 일을 하느라 파행 속에도 질서는 있었다. 회의 진행이라는 위원장의 할 일을 하라며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촉구했다. 관계자 말고는 나가 달라는 최저임금위 실무진의 안내 말에 내가 바로
-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3일 공개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4번째로 많았습니다.-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2천128시간), 코스타리카(2천73시간), 칠레(1천916시간)를 제외하면 가장 깁니다. OECD 평균은 1천716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199시간 적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주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에 나설 기세다. 중국과 러시아가 상대다. 평화 보장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위반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군대를 파견하지 않으니, 별문제 없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중국과 러시아도 그렇게 생각할까.기왕 국제적 전쟁에 대한민국 군대가 나서는 것이라면 윤 대통령이 총사령관의 자리에 서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미군사조약에 따라 전쟁이 나는 순간 한국군 총사령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저절로 교체된다. 70여년 전 이승만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다 바친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은 자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운을 띄웠다. 남들은 진보의 문제점을 비판하면 되지 외투까지 벗을 필요가 있냐 했다. 한석호가 보수로 넘어갔다는 비난도 따랐다. 한편 자신도 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 했다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욕먹을 것 뻔히 알면서도 진보 가치를 다시 세우려는 특유의 싸움 방식 아니겠냐며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젊은 시절의 나는 진보와 보수를 선과 악으로 구분했다. 그러다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인권·반환경·불평등 심화 등이 자본주의 못지않다는, 감춰진 사회주의 운동사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급성 독성간염이 집단 발병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직업성 질병 1호 사건이 될 법 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처음 접했다. 급성 독성간염을 일으킨 문제의 물질은 ‘트리클로로메탄’이다. ‘클로로포름’이라고도 하는 이 물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손수건에 적셔 상대를 기절시키거나, 동물 해부 수업에서 개구리를 마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익숙한 화학물질이다. ‘트리클로로메탄’이 다량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한 29명의 노동자에게 급성 독성간염이 발병했다.이어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에 이르면서 이 사건은 ‘직업성 질
-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정부부처 합동으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집중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예배 중인 이주노동자를 수갑 채워 연행하거나 태국인 유명가수의 콘서트장에 단속반이 들이닥치는 뉴스를 여러분도 봤을 겁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최근 이같은 단속에 반대하며 이주노동자들과 연대를 결정했는데요.- 21일 오후 2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이주노동자 연대의 날’ 집회를 연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비정규 노동자 1천명의 선언문을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
함경남도 신흥군에 있는 장풍탄광은 함경남도에서 가장 큰 탄광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는 500~60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했다. 200~300명은 산업프롤레타리아였고 나머지 200~300명은 이 지방 주민으로 구성된 일용노동자였다.광산에서의 노동조건은 대단히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수공업적 방식으로 탄광의 굴진작업과 채탄작업을 진행했다. 탄광에서 갱도가 허물어지거나 폭발하거나 침수되면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12시간 이상의 지하노동을 했다. 노예에 가까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은 불과 60~80전에 불과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사회복지는 실용학문답게 방학 때면 2~3학점씩 주는 현장실습을 두 번 해야 졸업이 가능했다. 첫 실습은 잃어버렸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는 아동일시보호소에서 했다. 근무자는 첫날 내게 “절대 아이들을 함부로 안지 말라”고 당부했다. 버려진 아이들이라 안아주면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 돌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마지막 현장실습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88년 여름방학 때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했다. 홀트는 한국전쟁과 밀접하다. 미국인
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충남 아산의 어느 제조업체 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전체 직원이 50여명 남짓 소규모 업체였다. 관리직을 제외하면 작업 라인을 담당하는 노동자 30여명은 대부분 젊은 산업기능요원이나 이주노동자들이었다.사업주는 채용 포털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긴 했지만 대부분 알음알음 지인이나 친인척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관리부장의 동네 지인이었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이러한 인력채용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관리직이라고 해 봐야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별 볼 일 없었고, 사업주의 친인척이라도
-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YTN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폐기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이목이 쏠립니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주 최장 69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는데요.- 김 위원장은 “노동자와 국민, 산업현장, 특히 영세 중소기업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그 의견에 맞춰 폐기할 수도 있고, 계속 입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씨의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참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나 ‘길’은 지금 시대에는 어색한 단어다. 같은 전망을 가진 공동체는 해체됐고 이익에 따른 이합집산만 남은 경우도 많다. 개인들은 파편화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지쳐 있다. 이런 사회에서 ‘함께 길을 만들어 보자’는 권유는 허망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희망이 오래된 농담처럼 취급되는 시대에 꾸준히 희망을 말하는
-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를 한 것에 대해 보건의료노조가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논평을 내고 “병원 현장에서 헌신하는 간호사, 나아가 여성을 폄하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심각한 문제 발언”이라며 “성 상품화하는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밝혔는데요.- 전광훈 목사는 지난 16일 유튜브 설교 영상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하며 성가대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2021년 4만여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여성
화장지가 없는 직장을 생각해 보자. 회사에서 비용이 부담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과 업무공간의 화장지를 없앤다면 아마 대부분의 노동자는 황당할 것이다.지난해 연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는 건물관리 업체와 계약을 중단했다. 임금인상을 위해 건물관리 업체의 직원들이 파업을 하자 비용절감을 이유로 계약을 중단한 것이다. 그 이후 청소가 되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화장실의 화장지가 바닥이 나서 직원들은 개인용 화장지를 각자 집에서 가져와 들고 다녔다고 한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돼 사람들은 황당해했다.그렇
‘무덤에서 요람까지’ 유명한 이가 했다던 말을 거꾸로 읽을 때 울림이 더 크다. 알 수 없는 미래 대신,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누구로부터 어떤 지지와 도움을 받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손길과 마음을 생각하다가, 내게 없었다면 안 됐을 것들로 추리고 추려보니 마침내 남은 것은 두 글자다. ‘돌봄’타인을 돌보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아직도 미덕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타인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그 타인이 혈연관계에 있을 때 미덕은 쉬이 의무로 바뀐다. 단순히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소방관을 꼽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방관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직업,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를 던져 다른 이를 구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라는 것 외에 정작 업무가 무엇이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근무조건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해 7월께 직장암에 대한 공무상 재해 불승인 통지서를 가지고 온 소방관 부부를 상담하면서 필자 역시 ‘정말 소방관이 근무하는 환경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됐다.소방관 업무는 현장 지휘 및 화재 진압, 119구급, 구조업무와
- 경북 알루미늄판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지난 16일 숨졌습니다.- 17일 노동부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 알루미늄판 제조공장 조일알미늄(주)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사고 당시 알루미늄판 이물질을 제거하던 고인은 회전 압연롤이 작동돼 끼여 숨졌습니다.- 해당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데요.- 노동부는 현장에 출동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1.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집단탈퇴를 막는 산별노조 규약이 노조법 위반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14일 매일노동뉴스는 보도했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지회 총회를 통해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추진한 포스코지회 임원 등을 제명한 사건을 계기로 산별노조가 부당하게 자유로운 탈퇴를 막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윤석열 정부는 산별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추진해왔다. 이제 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결까지 받았으니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집단탈퇴를 제
시민이 두 노총을 앞지르고 있다놀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노회찬재단이 지난 11일 발표한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2차 결과 때문이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69세 이하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시민인식과 양대 노총 인식이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민인식이 오히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다.시민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본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의견이 58.5%로 반대 11.1%의 다섯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