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밥 짓던 사람 여럿이 아팠다. 우연이 아니다. 커다란 튀김 솥 앞에서 가자미를, 돈까스를 튀겨 내던 그들은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숨쉬기를 멈출 수가 없어 폐를 혹사했다. 쌀 포대와 업소용 식용유와 양파·당근 자루를 나르고 칼질하느라 근육과 관절을 갈아 냈다. 아이들 밥 짓는 일을, 또 밥벌이를 멈출 수가 없어 견딘 시간은 독으로 남았다. 일하다 아프거나 죽지 않게 하자는 뻔한 말을 하느라 길에 서고, 소리치고,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아야만 했던 사람들은 서로 무척 가까웠다. 언니, 동생, 친구, 동료였고 동지였다. 그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는 2018년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를 줄여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했다. 이후 2018년 7월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돼 2021년 7월부터 5명 이상의 사업장까지 확대했다.최근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참에 원칙적으로 주 40시간만 노동하고, 노동자가 동의할 때만 주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 주 52시간 상한제와 관련해 노
2022년 7조5천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공시한 HL만도는 일부 사업부의 유휴인력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만도노조는 단체협약에 의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여러 번 요구했다. 그러나 HL만도는 불응하고 ‘희망퇴직 실시’ 공고를 내고 3월29일부터 희망퇴직원을 접수하고 있다.만도노조는 이와 관련 3월21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같은달 22일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접수하기도 했다.‘단체협약과 신의칙에 따라 희망퇴직 실시 전에 노사협
지난 3월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가 7년 만에 대통령 주재로 개최되었다. 2022년 합계출생율이 0.78명으로 2030년이면 인구가 5천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가운데 열린 회의인 만큼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기의 인구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향후 대책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회의에서 지난 시기 인구정책이 실효성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정부 정책의 5가지 개선지점을 발표했다. 인구소멸의 위기에 비하면 대책은 전혀 비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당에서 ‘30세 미만 남성 청년
“중대재해 감축.”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할 것이라는 논란 속에서 로벤스 보고서와 독일의 업종별 협회·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 재해예방규칙에 기반한 안전시스템 개선안을 내놓았다.엄벌에 처하는 방식의 산재예방은 산재은폐 문제나, 대기업 사업장과 중소기업 사업장의 노동안전 환경 격차가 상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대안으로 위험성평가를 통한 자율안전규제를 제시했다.업종별 노사가 주체가 된 자율안전규제는 산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관련 전문가, 사업주가 함께 산재를 줄이기
- 여성단체들이 31일 예고된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30개 여성단체는 30일 성명을 내고 “학교비정규 노동자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며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학교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부터 시작하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31일 파업을 예고했죠.-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90% 이상이 여성인데요. 여성단체들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요구한 임금차별 해소를 교육당국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
나이지리아 어린 4남매의 화재 사망 소식이 지난 28일자 모든 중앙 일간지에 실렸다. 한겨레는 10면에 ‘화재 뒤 이사온 빌라서 또 불, 나이지리아 어린 4남매 숨져’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는 2면에 ‘나이지리아 4남매를 앗아간 한밤 빌라 화재’란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10면에 ‘두살 막내는 구했는데… 나이지리아 4남매 참변’이란 제목으로, 경향신문은 8면에, 동아일보는 14면에 각각 다뤘다.지난 27일 새벽 3시 30분께 7식구가 살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12평 남짓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났다. 부부는 2살 막내를 데리고
3월 22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주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발의한 조 의원은 “이 법이 실현되면 싱가포르처럼 월 100만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사용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며, 가사노동에 대한 폄훼를 담고 있는 점은 많이 비판했으니 같은 비판을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국회에서 이런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차별과 배제를 쉽게 용인하는 사회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조정훈 의원의 법안에 담긴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 병가를 주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습니다. 29일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SBS미디어넷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신청인의 구제 신청을 인정한다”고 판정는데요.- SBS미디어넷은 병가를 신청한 A씨에게 병가와 무급휴직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뒤 해고당했습니다. 그는 경제전문채널 ‘SBS Biz’에서 2009년부터 방송기자와 앵커 업무를 하며 10년 이상 근속했습니다. 그는 병가 신청을 하면서 “
- 코로나19 확산 당시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단축했던 영업시간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던 은행들이 지난해 점포 389곳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은행 점포는 6천99곳으로, 2021년 9월말 6천488곳보다 389곳이 줄었는데요.- 몸집을 줄인 은행들은 노동자도 2천636명 내보냈습니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점포와 노동자 수는 급격히 줄어들 전망입니다.- 가파른 점포폐쇄로 지방과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하락한다는 지적은 계
이번에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주 6일 근무 ㅁ기준)를 도입하려다가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정부는 안타까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에 대한 오해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발한다고 보는 것 같다. 69시간은 최대 근로시간이고(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맞는 말은 아니지만), 휴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포괄임금제를 손보면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사실을 노동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 요즘 젊은 세대는 권리의식이 높아 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으므로 걱정하는 일들은 일어나기도
본지 2023년 3월27일자 16면 “세계한인무역협회 노조 간부, 노동위서 부당징계 판정” 기사와 관련해 세계한인무역협회는 “협회 정관에 집행부 임원에 대한 연임 규정이 이미 존재해 정관개정을 하지 않고도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10여년간 퇴사자는 약 70여명으로 이직 및 개인사정으로 사직했기에 조직문화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내용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알려 왔습니다.
- 한일정상회담에 비판 여론이 거센데요. 전교조도 동참했죠.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니다”라며 태클을 걸었습니다.- 27일 전교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전교조에 “정당한 조합활동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요.- 전교조가 같은달 22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문제삼았습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공문을 보낸 것이죠.- 전교조는 “협박성 공문”이라며 비판했는데요.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이 야근을 한다. 큰 빌딩들의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야근공화국이다. 왜 야근을 하는가. 근무시간 중에 다 할 수 없는 일이 주어지고, 일을 나눌 신규인력은 채용되지 않아서다. 이 와중에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교수들 불러서 5개월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데, 사실 지난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과 내용이 같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 “120시간은 일을 해야 된다는 거야. 2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엔 노는 거지”라는 발언을 구체화한 버
1. 칼럼은 써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포털뉴스를 검색하다가 고용노동부를 찾아들어갔더니 홈페이지 대문에 ‘노사부조리 신고센터’가 커다랗게 떠 있는 거였다. 이건 또 무언가. ‘사용자의 불법·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라면 바로 알아보겠는데, ‘노사’라니 사용자 말고도 노동자·노동조합도 신고 대상으로 하겠으니 신고해 달라는 것인가. 노동자측의 무슨 행위를 신고해 달라는 것인지 읽어 봤다.먼저 ‘노동조합 운영 및 회계투명성’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노동조합이 조합원명부·재정서류 등을 사무소에 비치하지 않는 행
- 대우조선해양 정규직 A씨가 지난 23일 오후 고소작업차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에 대우조선 경영책임자를 구속하라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6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A씨는 23일 오전 10시58분께 1도크에서 블록 상부에서 샤클(고리)을 해체하고 하부로 내려가려 고소차 작업대(바스켓)에 올랐다가 25미터 상당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대우조선 ‘중대재해 보고’를 보면 고소차의 시동을 걸자 작업대가 회전하면서 주변 물체 사이에 끼였고, 끼인 작업대를 빼내는 중 튕겨
흔들린 사진은 첫 번째로 거른다. 초점이 맞지 않아도 그렇다. 망친 사진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해 쓸 만한 장면을 기어코 챙겨야 하는 것이 사진기자의 숙명인데, 밥벌이 사진 훌쩍 이십 년 가까운 나는 여태 허둥댄다. 초점 검출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은 낡은 카메라 탓을 해 보지만 무상하다. 늙은 몸뚱이 탓도 그럴싸하지 않다. 몇 장면 망치고, 놓쳤대도 흔들리지 않는 뻔뻔한 ‘멘털’만이 나날이 단단해진다. 변명 늘어놓는 솜씨가 는다. 그런 걸 자기합리화라고 부르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던
시진핑은 지난해 12월9일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지도자들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만났다. 걸프협력회의는 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로 구성된 걸프만 아랍국가를 위한 협력기구로 1981년 5월 창설했다. 회원국 모두 군주국이다.시진핑의 리야드 방문은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외국 방문이었다. 첫 방문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였다. 이때 무역 결제수단으로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상하이협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테스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잠자리도 제공한다. 그는 맞는 침대가 있다며 나그네를 눕힌 다음, 침대보다 키가 크면 남는 목이나 다리를 잘라 버리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는 방법으로 나그네를 살해했다고 한다. 21세기 한반도에 프로크루테스가 등장했다. 침대가 아닌 ‘근로시간’의 형상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자.정부는 2023년 3월6일 “근로시간 제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취임 초기부터 달리던 근
정순신 아들로 시작한 ‘학교폭력’은 그 뿌리가 깊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 학폭을 살피지도 않고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정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했다.한국일보가 3월23일자 8면에 ‘학폭으로 퇴교당한 예비 경찰 더 있었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최근 동급생을 집단으로 괴롭혀 교육생 4명이 퇴교당한 중앙경찰학교에서 퇴교 사례가 더 있었다는 거다. 경위 이상 간부를 육성하는 경찰대에도 학폭으로 최근 5년간 10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기사는 용혜인 기본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