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일이다. 그해 4월 말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총 주최 ‘경총포럼’에 10여명의 청년이 난입했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의 대표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재벌의 단체행사에 난입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한 이들은 ‘알바연대’라는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청소노동자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순자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공감한 비정규·불안정 노동 청년들은 ‘알바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최저
국민의힘 1호 특별위원회라는 ‘민생119’에서 최근 ‘택배산업 종사자 간담회’라는 것을 열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택배 노동자는 전원이 개인사업자인데 전 세계에 개인사업자에게 노조를 허용해 주는 나라는 없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십여년간 택배시장은 4배 이상 증가했고 노동환경 악화 속에 택배노동자의 노조 조직도 이어졌다. 민생119에서 나온 발언은 노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비노조택배연합회’가 택배업에서 노조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법률가로서 나는 잘못된 사실관계부터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양 고수동굴 관광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유신에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조합원 6명 중 5명이 징계를 받거나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2022년 5월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회사가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경위서를 부당하게 징구했다.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온갖 사안들을 내세워 조합원 4명을 징계하고 징계 처분을 받은 조합원 1명을 포함한 계약직 조합원 2명은 근로계약 종료 통보했다. 이렇게 전체 조합원 6명 가운데 5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불이익한 처분을 받게 됐다.이에 노동위원회는 부당징계 및 부당해고
가장 최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 이후 1년에 60만명씩 사라지게 되고, 2100년에는 우리나라 총인구가 불과 2천만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중앙정부는 이달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17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인구정책기획단’을 발족했다. 그간 인구부양을 위한 정책이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론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은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1. 최근 들어 임금피크제 소송을 많이 하고 있다. 이미 위임받아서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사건 말고도 새롭게 소송하겠다고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임금피크제 사건을 상담하고 소송을 하다 보니 이 나라에서 사업장들에서 도입한 수많은 임금피크제를 보게 된다.사업장마다 임금삭감 등 기준은 다르지만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다. 물론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라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단순히 그걸 가지고 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같이 정년 60세로 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
“아메리카노 먹어도 될까요?”“사치입니다. 아리수 먹으세요.”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에서 나누는 대화다. ‘거지방’이란, 자신의 지출을 공유하고 평가받기도 하면서, 절약하는 생활을 만들어가는 오픈채팅이다. 작은 것도 지출할 때마다 보고하고, 몇 만원 단위의 지출은 허락을 구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일 때는 서로 혼을 내기도 한다. 절약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우리는 거지입니다”를 채팅 참여자가 다 같이 복창하기도 한다.재치있는 대화 내용으로 인기를 끌게 된 거지방을 마냥 젊은 세대의 재미있는 문화 정도로 보고 넘겨도
지난 21일 수원 장안구에서 생모가 아기 2명을 낳은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기의 친모는 2018년 11월과 이듬해 11월, 자신이 출산한 아기들을 출산한 지 하루 만에 살해했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2015~2022년 8년간 병원에서 출산이 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천236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가운데 1%인 23여명을 추려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23명 가운데 사망했거나 유기한 아기가 더 많은 것으로
“기존 노조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플랫폼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선에 있는 그는 이렇게 강조한다. 산업화 시대 노동과 디지털 시대 노동이 같을 수 없다. 흔한 사업모델이 된 플랫폼은 새로운 노동을 만들어 왔다.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플랫폼 노동에 적합한 조직과 운영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 더 절실하게 느낀다.“임금 줄 돈이 없으니 전임자도 두기 어렵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조할 권리는 문구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한다는 말 그대로 전임자(全任者)가 필요하다. 전임자는 근로시간
만약 첨단산업이나 특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고, 대신에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사회적 기구에서 근로조건 개선방안을 정하는 방안을 투표에 붙인다면? 노동조합이 인기가 없어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치자. 그런 내용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적어도 대한민국헌법 33조가 개정되지 아니하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33항2조, 3조 문제는 별도로 본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에서도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질서와 기본권을 정한 것이 헌법이다.그런데 집회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산업·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표준적인 계약방식이나 고용관계가 아닌, 비표준적인 계약방식과 고용관계를 통한 일자리들이 출현하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디지털 경제’의 확대는 5차 산업혁명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그간 전통적인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적 틀 속에서 ‘이중 노동시장’ 또는 ‘분절 노동시장’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20년 이상 지속됐으나 이제는 비표준적 계약과 고용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시장’에도 포괄되지 못하는 노동의
8개 상장사 주가가 지난 4월24일 검은 월요일의 폭락을 겪었다.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 등이 외국계 증권사 SG증권을 통해 주가 조작에 나선 게 발각됐다. 라 대표는 2019년부터 지난 4월까지 통정매매 등으로 서울도시가스, 대성홀딩스 등의 주가를 조종해 7천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1천944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주가 조작 세력이 금융당국 조사 직전 급하게 매물을 팔면서 8개 회사 주가는 폭락했다. 서울도시가스는 올 들어 주가가 50만원을 웃돌았다가 지난달 말에는 8만원대로 추락했다. SG발 작전세력이 돈을 쓸어 담을
울산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보이는 왕복 6차선 도로가 있다. 도로 한 면은 넓은 논과 밭이 위치했다. 6월 이맘때쯤이면 모내기를 마치고 파릇파릇한 벼가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 풍경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논두렁에는 공사장 가림막이 쳐졌다. 기존 논밭은 엎어진 자리에 공사를 알리는 푯말과 공사장 출입구가 설치됐다. 이제 이 곳에 울산 첫 공공병원이자, 산재 전문병원이 들어설 것이다.“역동의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울산은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중심 도시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2곳의 생산공
우리 사회 돌봄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그러하듯, 요양보호사 업무도 누구나 할 수 있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일로 간주하면서 낮은 임금과 나쁜 노동조건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렵고, 젊은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요양보호사는 전문적인 직업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요양보호사들은 ‘그래야 한다’고 답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 요양보호사들은 일에 대한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것을 ‘성취감’으로 꼽았다. 애로사항으로 건강상의 문제와 부당한 대우도 있지만,
생활가전 렌털업을 운영하는 사용자가 생산직군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 줄 것을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산별노조가 지난 3년간 그 회사의 설치기사를 시작으로 방문점검원, 영업관리직까지 조직을 확대해 3개의 지부로 편제했다. 각 직군들은 3개 지부 공동투쟁을 통해 모든 지부가 직군별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황이었다. 산별노조는 그 후 생산직까지 조직을 확대해 생산직에도 산별노조의 지회가 설립됐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는 시기 즈음 설립된 기업별노조가 생산직 직원을 집중적으로 조직하면서 산별노
‘단결’이 노동운동·노동조합·노동자계급의 궁극적 지향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노동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정당 문제와 관련해 “일단 단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외침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묻지 마 단결론’은 “단결이 중요하다”라는 외침과 동어반복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단결이 중요하니까 단결해야 한다”라는 정언명령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운동이 왜 분열하는지, 단결에 실패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단순히 “의지 부족”과 “패배주의”라는 주
1. 15일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현대차 5건과 쌍용차 1건 등 모두 6건의 판결을 대법원 1부와 3부에서 잇따라 선고한 것인데,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집권 국민의힘과 전경련 등 사용자들의 단체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입법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15일과 18일 두 차례나 보도참고자료를 내 “해당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파업 참가 근로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수백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15일 선고됐다. 회사가 파업기간 동안 지출한 고정비, 매출 손실 등에 대해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과 노조의 연대책임을 막연히 인정해 왔던 종래 판결에서, 민법상 법리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책임을 개별적으로 심리·판단하라는 취지로서 근로자들의 책임이 상당 부분 면책 또는 제한될 여지가 열린 것이다. 전경련, 한국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일제히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판결’
미군정과 행정관료기구남한에서 미점령권력은 1945년 9월9일 조선총독이 태평양방면 미육군총사령관 맥아더(Douglas MacArthur)의 대리인인 남조선 주둔 미군사령관 하지(John Reed Hodge) 중장에게 항복한 그 시각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맥아더는 이날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란 포고 제1호, 제2호, 제3호를 발표했고 맥아더의 포고 제1호는 38도 이남의 모든 통치권과 행정권이 맥아더사령부의 군정하에서 시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따라서 인민공화국이 불법단체가 되는 것은 물론 중경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조차
지난달 21일 전·현직 총리가 맞붙은 그리스 총선에서 우파 성향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압승을 거뒀다. 조선일보는 5월23일 ‘그리스, 포퓰리즘에 두 번 속지 않았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와 3면을 모두 털어 ‘좌파가 거덜 낸 그리스… 12년간 구제금융 빚 갚으며 고통의 세월’이란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포퓰리즘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좌우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은 그 나라 국민들을 괴롭힌다. 필리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나 인도 모디 총리가 대표적인 우파 포퓰리스트인데도 조선일보는 그들을 포퓰리스트로 부르진 않는다.
신혼여행지에서 시차 때문에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켠 휴대전화에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관련 기사를 봤다. 고공농성 중 경찰들에게 곤봉으로 제압당해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을 보고 폭압적인 공권력에 분노하는 것도 잠시, 곧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김 처장이 왜?김 처장은 대단히 합리적인 노조간부다. 노조가 인원수만을 앞세워 완력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노사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에, 노사 간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지역에서 그는 후배 노조간부들이 결기를 앞세울 때도 항상 사측도 만족시킬 대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