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광복절! 빛을 되찾은 날. 국가기념일이 여럿 있지만 그중 광복절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날이다. 10월3일 개천절은 기원전 2333년 10월3일 단군이 조선을 건국한 날이라는데 그 시기에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확실하다. 삼일절은 기미년 만세운동이 시작된 날로서 세계만방에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매우 뜻깊은 날이기는 하지만 어둠을 걷어내고 빛을 되찾지는 못했으니 그 감격이 광복절만 못하다.

이 뜻깊고 감격스러운 날에 윤석열 대통령이 충격적인 경축사를 읽었다. 한데 일제 식민 지배의 고통에서 해방된 것을 기리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일본과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으므로 굳게 연대·협력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 말이 이치에 닿는다면 이승만은 한국전쟁 때 미국만 아니라 일본과도 군사적으로 연대했어야 한다. 또 역대 정권은 모두 연대해야 할 나라와 연대하지 않고 거리를 두어 왔으므로 크게 잘못한 것이 된다.

역대 정권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이 일본과 동맹을 맺는 데 동의하지 않은 것은 일본이 자본주의 국가 즉 “자유우방”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맺고 있었고 오랫동안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체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35년간 이 땅에서 많은 자원과 노동을 약탈·수탈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군사적으로 강점하고 주권을 강탈하며 민족을 말살하려 했다. 이런 강도적 노예 상태는 일본제국주의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함으로써 종지부가 찍혔다. 그러나 일본은 한 번도 자신들의 강도적 범죄를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전후 사정이 그러하므로 비록 한국과 일본은 사회체제와 추구하는 가치가 같다 하더라도 강도질한 자와 강도질 당한 자의 과거사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는 한 동맹을 맺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동해만 건너면 닿는 지근거리에 있어서 언제든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협 세력이다. 그런데 윤 정권은 국민의 이런 합리적 의견과 우려를 싹 무시했다. 그것도 저들의 강도질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에. 그리고 사흘 후 미국에 건너가 한미일 삼국동맹을 결의했다. 이는 이 나라를 지배하는 과두 독점본가집단의 이해관계만 고려하고 절대다수 국민과 민족의 이해관계는 깡그리 묵살하는 폭언·폭거다.

동시에 이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운동은 졸지에 “공산전체주의 추종세력”으로 낙인찍혔다. 이날 경축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세력, 추종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그는 자신에 반대하는, 절반이 넘는 국민과 사회운동세력을 이렇게 싸잡아 공산전체주의 추종세력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것은 북한과 사회체제와 이념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북한을 비적대적으로 보는 것은 사회체제와 이념은 다를지라도 같은 민족으로서 하나의 민족국가로 통일해서 살아야 할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전체주의란 딱지는 아무 데나 붙이는 게 아니다. 이 말은 원래 무솔리니, 히틀러, 일본 군국주의 같은 파쇼체제에, 그리고 한국으로 말하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반동적 테러독재 체제에 붙이는 수식어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지, 한국의 민주·진보운동이 그것을 추종했다고? 또 하나 덧붙이자면 공산주의를 추종하면 왜 안 되는데? 자유주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공산주의를 추구할 자유도 인정해야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그런 연유로 윤 정권이 동맹을 맺으려는 일본에도 공산당이 공공연히 정치활동을 한다. 따라서 차제에 이것도 공식적으로 논의에 부쳐야 한다. 왜 자유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쓴 자본주의는 보편적 가치로서 추구해야 하고 인간해방의 다른 이름인 공산주의는 추구하면 절대 안 되는가?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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