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A씨는 육아휴직 복귀 후 매니저에서 영업담당으로 두 단계 강등된 인사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전보발령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파기환송심(서울고법 2023. 4. 14. 선고 2022누49764 판결) 역시 A씨의 육아휴직 전후의 업무는 ‘같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대법원이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파기환송된 사건이 올해 4월 끝났으니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부터 판결 확정까지 7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들어가면 여러 쟁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단순화해 보면 이렇다. 육아휴직 전후 A씨가 받게 된 임금 차이는 20만원으로 그 차이가 현격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업무의 성격과 권한은 큰 차이가 존재했다. 육아휴직 전 A씨가 맡았던 ‘매니저’는 해당 코너(A씨는 대형마트 매장에서 근무했다.) 전반을 총괄하는 자로, 이른바 관리직이다. 매니저는 해당 코너의 영업실적 관리 및 개선에 관한 전반적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그 소속 직원인 파트장과 영업담당 등에 대한 인사평가 권한도 가진다. 반면 영업담당자는 매니저와 파트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해당 코너의 식품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업무를 담당하고 인사평가 권한은 없는 실무자다.

남녀고용평등법 19조4항에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A씨의 육아휴직 전 업무와 복귀 후 업무는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주가 육아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대신 부여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에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즉 단지 임금수준만을 비교해서는 안 되고 업무의 성격,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서의 불이익 유무와 정도, 해당 직무를 부여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그로 인해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불이익 박탈 여부, 당사자와 성실한 협의 노력 여부 등을 고려해 해당 인사발령이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 기준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단지 육아휴직 복귀 전후로 ‘월급’ 이 같다고 해서 다가 아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어야만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역시 “만약 다른 근로조건이 일정하고, 근로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직면한 업무 내용이나 여건 등 근로조건의 변동을 실질임금의 증감으로 환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A씨는 실질적으로 육아휴직 전과 비교해 임금이 감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A씨의 복귀 전후 업무는 ‘같은 업무’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해 그 의미를 더 분명히 했다.

해당 판결 후 판결의 의의, 향후 판결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에는 ‘그럼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도 있었다. 많은 기업이 이번 판결에 꽤 당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황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여태까지 기업들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률을 어떻게 해석해 왔다는 것인가.

내 대답은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현재까지 육아휴직자를 불리하게 처우하지 않았다’는 전제로 말이다. 욱아휴직 복귀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꼼수로 월급은 종전과 동일하게 지급하면서도 업무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근무지를 변경하는 등 근로여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던 생각이 아니라면, 육아휴직 복귀자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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