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

학교 교육현장의 현실이 연일 화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의 일이다. 사건 이후 현재까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교사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SNS를 통해 밝히는 교육 현장의 현실은 처참하고 경악스럽다.

그래도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떤 변화라도 가져오지 않을까 했지만, 사건 발생 초기 주무부처가 내놓은 정책 대안은 기껏 ‘교사들에 대한 연수 강화’였다. ‘학생 인권 증진이 교권 붕괴의 원인이다’는 전통적인 발언도 역시 빠지지는 않았으나, ‘종북 주사파가 추진한 대국민 붕괴 시나리오’라는 대통령실의 발표 앞에서 완전히 빛을 잃었다.

교사의 근로환경과 조건은 적어도 감정노동의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하다. 초등 학교 기준, 한 반의 담임이 수행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는 학급 구성원 20여 명에 대한 연속되는 장시간의 학습지도와, 교우관계와 식사지도 등 생활적인 지도까지 포함한다.

학급 구성원들 중 이른바 ‘금쪽이’라도 있으면 업무의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도 잘 없다. 자칫하면 ‘아동학대’로 몰릴 염려가 심히 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이 때리는 것을 그저 맞고만 있겠는가.

부모와 직접 소통해야 하는 것도 큰 문제다. 메시지나 전화를 통해 시간과 장소 구별 없이 수시·상시로 소통해야 하는 것은 감정소비는 물론, 사생활과 사적인 영역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감정노동으로서는 최악의 요소 중 하나다. 게다가 이 관계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부 학부모들의 몰상식함에도 정중히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거나 단절하는 것은 휴직이나 사직 이외에는 불가하다.

이처럼 교사의 감정노동 환경은 심히 열악한 반면에 이 노동환경에 대해 교사가 가지는 권한은 전무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오롯이 교사의 몫이 된다. 학교장은 문제 상황에서 그 어떤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든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따라서 민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대응은 물론, 그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법적인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은 오직 현장의 교사의 몫이 된다.

여기다가 행정업무 부담까지 더해진다. ‘교사의 자살’에 대한 정책적 대책을 ‘교사 연수 확장’으로 내놓은 예에서 단적으로 보듯,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보여주기식의 대책으로 수습해 업무 폭증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일선 교사의 몫이 돼 왔다.

이와 같은 감정노동의 개미지옥에, 교사 개인 한 명 한 명을 밀어 넣어 오면서 유지돼 온 것이 작금의 교육 현실이다. 결국 교사는 이제 기피 직종이 됐고, 현직 교사들에게 남은 것은 한숨뿐이다.

교육이 망한 나라에 미래는 없다. 무엇이라도 했으면 하나, ‘종북좌파’ 운운하는 정부에 도대체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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