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에 지난 14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와 유럽의회에서 합의했다. 지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유럽의회의 제안으로 2022년 2월 개시됐다. 이번 합의 의미에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째, 기업 실사(due diligence)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대표의 역할이 강화됐다. 합의는 실사 전략과 실사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데 노동조합과 노동자 대표의 실질적 참여를 강조한다. 직접적으로 근로환경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기업 실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의미다.

둘째, 기업 실사에서 책임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지침은 EU와 EU 외 기업뿐만 아니라 공급사슬에 속한 중소기업까지 포함해 더 넓은 범위에서 기업들에 책임을 지우려 한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으로 한정됐던 실사 관행을 그 너머로 확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셋째, 지침은 인권침해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기업의 민사책임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인권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지침은 인권 기준과 환경 기준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준수를 보장하고, 기업 관행에서 이러한 기준의 퇴보를 방지하는 조항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지침은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을 포함한 노동 착취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단하는 데 내용적으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되며, 이윤보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섯째, 지침 제정의 합의로 유럽연합은 전 세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역할에서 선두주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을 제정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노동자 권리와 환경 문제가 이제는 대세임을 전 세계에 명확하게 선언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 합의된 지침 초안에서 부족한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거센 반대로 금융산업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에 합의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초안의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합의된 내용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괜찮은 근로환경을 보장하는 길을 개척한 올바른 방향이라 평가했다. 유럽노총은 합의된 내용이 유럽의회 법사위원회(JURI)의 차기 회의와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절차를 밟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과 비교할 때,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기업 관행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상관성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ESG 기준은 탄소 발자국, 폐기물 관리, 자원 사용 등에 관한 기업의 환경 영향을 평가한다. 지침 역시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는 ESG의 ‘환경(Environmental)’ 부분과 일치한다.

ESG의 ‘사회(Social)’는 기업이 노동자, 공급업체, 고객, 지역사회와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침 역시 기업의 운영 및 가치 사슬에서 인권, 노동권,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는데, ESG의 사회적 차원과 상응한다.

ESG의 ‘지배구조(Governance)’는 윤리적 리더십, 리스크 관리, 투명한 보고 등 좋은 거버넌스를 포함한다. EU 지침은 기업 실사에 대한 강력한 거버넌스 구조를 요구한다.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비즈니스 행위를 보장하기 위한 투명성 및 보고 의무와 함께 거버넌스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2024년 입법을 완료할 것으로 보이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ESG 기준에서 제시된 원칙을 강제하는 법적 틀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비즈니스 관행으로 나아가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텐트(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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