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끝났다. 국제회의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 여기저기서 성과와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COP28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평가한다.

COP28 성과로 평가할 만한 것은 세 가지다. ①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됐다 ②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③ COP 합의문 중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명기했다.

성과를 자세히 풀이해보자.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이다. 전체 협약 당사국이 최소한의 형평에 맞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기후재난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감수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전환하는 데도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선진국보다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마땅한 얘기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가 매우 오래됐음에도 28번째 회의에서야 겨우 기금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실제 필요 액수의 0.2%밖에 모으지 못했다. 이를 성과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최종 합의문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늘리기로 합의한 점도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이 또한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언제를 기준으로, 언제까지 3배를 늘리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재생에너지는 원래 국제적으로 그 설비용량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러니까 이미 가장 경제성 있는 에너지원이 된 재생에너지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는 경향 속에서, 각국 정부가 ‘3배 확대’를 선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호하다. 더 많은 투자와 정책 목표 강화에는 끝내 구체적 합의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화석연료’에 관해 COP28이 입장을 처음으로 천명했으나, ‘퇴출(phase out)’을 명시하지 못하고 ‘벗어나기 위한 전환(transition away)’을 하겠다며 말을 빙빙 돌린 구차한 결과라는 평가가 적확하다. 산유국 UAE가 개최국인 데다가, COP 역사상 처음으로 대표적 화석연료 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까지 참석해 활약할 정도였으니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다.

요컨대 세 가지가 성과로 꼽힌다는 게 역설적으로 COP28의 완전한 실패를 증명하는 일이다. 기껏 쥐어짜낸 성과들이 아무 실효성도 없는 공허한 선언들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엔 환경계획(UNEP)조차 이대로면 지구 기온 1.5℃ 상승 억제는커녕 2.9℃까지 오를 판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COP28에서는 지난 몇 년간 답습했던 ‘잘하자’는 말잔치만 벌였으니 이게 안 하느니만 못한 완전한 실패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COP28 치르느라 정치인과 자본가들이 추가로 발생시킨 온실가스라도 아끼는 게 훨씬 지구에 이득이었을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국제 기후단체인 Climate Action Network(CAN)로부터, 기후대응 노력이 67개국 중 64등인 것으로 평가됨과 동시에 화석연료 퇴출을 방해하는 국가로 ‘오늘의 화석상’ 수상국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기후악당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과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공동의 과제에는 침묵한 채 핵발전 확대만 외치다 돌아왔다. 자기 할 말만 하는 이 정부의 안하무인은 밖에서도 똑같았다.

그 자체로 위험하며, 심각한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핵발전은 생태적 관점에서 결코 기후위기의 대안일 수 없다. 핵발전을 3배 늘리자는 합의를 한국·미국·일본 등이 도출하기도 했지만,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핵산업계가 기후위기를 구실로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RE100(재생에너지 100%) 말고 핵발전을 중심으로 한 CF100(무탄소 연합)을 하자는 한국 정부의 주장 역시, 마치 부산 엑스포처럼 국제사회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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