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비정규직 규모가 줄고 차별이 개선되던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뚝 멈췄다. 아니 거꾸로 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12월18일자 ‘윤석열 정부에서 나빠지는 비정규직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지난 대선에서 특별히 노동존중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집권 노동존중 정책을 하겠다고 권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한 내용을 새삼스럽게 뉴스로 썼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무덤덤하게 읽었다. 기사는 17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간한 ‘비정규직 실태의 중장기적 변화 분석: 2001~2023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고용보험 가입률 추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 변화 추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인상률 비교 등에 관한 조사결과로 윤석열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삶이 나빠졌다는 것을 분석한 것인데, 2001년부터이니 20여년에 걸친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정부까지 이 나라에서는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권력의 색을 달리하면서 달려온 것인데 거기서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좋아지거나 나빠졌는지에 관해 고용보험 가입률, 노조조직률, 그리고 임금인상률 등을 통해서 살펴보고, 특히 현 윤석열 정권에서 비정규직은 어떤 것인지 파악해 본 내용이다.

노조, 고용과 임금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이다. 노동자에게 고용과 임금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권리다. 비정규 노동자에게도 당연히 그렇다. 노조활동은 노동자가 노조로 단결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하는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라고 자유를 차별하지 않는 한 당연히 노조 활동은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노동센터 보고서는 고용에 관해서는 고용보험 가입률의 추이를 분석한다.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실태를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분석 자료는 아니다. 이것을 제외하면 비정규직의 실태는 노조 활동과 임금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지난 20여년 동안 권력에 따라 달랐다는 것인가.

2. 노조조직률은 정규직의 경우 2003년 22.63%였던 것이 2023년 현재 18.82%로 -3.81%를, 비정규직의 경우는 2003년 2.37%였던 것이 2023년 2.77%로 +0.41%를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은 노조조직률이 감소한 반면에 비정규직은 증가한 것이라서, 혹시 이걸 보고서 이 나라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정규직에 비해서 비정규직의 노조 활동의 자유가 향상됐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이 2.77%로서 극소수만 노조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노조 활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처참한 지표다. 비정규직노동센터 보고서는 전체 노동자 2천195만4천32명 중에서 정규직 1천295만9천878명을 제외한 약 900만명이 임시직, 단시간,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으로 파악한다. 2023년 현재 2.77%라면 기껏해야 25만명의 비정규 노동자만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한다. 과연 이걸 두고서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이 증가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차라리 정규직 노동자의 노조조직률이 22.63%에서 18.82%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의미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노조조직률 추이는 이 나라에서 노조운동의 조직력이 확대·강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조조직률이 증가했다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더라도 말이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에서는 +0.86%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1.22%로, 박근혜 정부에서 -0.24%로 감소하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1.2%로 증가하고 윤석열 정부에 이르러서는 -0.19%로 다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지난 20여년간 권력의 색에 따라서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은 증감을 보여준다. 이것은 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이 2004년 24.26%를 최고로 권력의 성향과 크게 관계 없이 감소 추세를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분명히 어째서 특별히 노조 활동의 자유가 향상됐다고 유의미하게 평가하기도 어려운 수치를 보이는 비정규직의 경우에 있어서 이렇게 이른바 진보와 보수라는 권력의 색에 따라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탄압에도 어느 정도 버텨낼 힘이 있는 정규직 노조운동과 달리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걸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 임시직과 단시간, 간접고용 부문 노조조직률은 2003년과 비교해 각각 1.3%포인트, 1.21%포인트, 1.82%포인트 오른 3.88%, 1.21%, 3.10%를 기록했지만 특수고용직은 1.96%포인트 떨어진 2.3%를 기록했다며,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2006년 말 비정규직 관계법 제·개정 시기에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특수고용직 단결권이 보장받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것은 권력에 특수고용직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노조법 개정을 촉구한 것이다.

임금은 정규직의 경우 2001년 시간당 임금이 8천12원, 2023년 현재 2만483원인데 비정규직의 경우는 2001년 4천557원, 2023년 현재 1만3천690원으로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의 추이는 2001년 56.88%에서 2023년 현재 66.8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1%인데, 정규직 임금 상승률 44%보다 낮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정규직 23%, 정규직이 24%로 상승했고,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17%, 정규직 10%로 비정규직이 높았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31%, 정규직 13%로 비정규직이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는 비정규직 13%, 정규직 8%로 전체 노동자 임금 인상률 자체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제 등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없으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을 통해서만 비정규직의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임금인상을 위한 권력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입을 촉구한 것이다.

3. 이렇게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자유와 권리는 권력의 성향에 따라 크게 향상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니 보고서는 권력에 법개정 등 정책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비정규직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을 통해서 강조한다. 그래서였나. 언젠가부터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 운동은 이런 식으로 전개됐다.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 비정규직 임금 수준 향상을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하는데 몰두했다. 분명히 노조법 개정을 통해서 특수고용직 노조 활동이 보장됐더라면 오늘 이 나라에서의 비정규직 노조조직률 수준보다는 높았을 것이다. 아마도 최저임금을 1만원 그 이상으로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더라면 오늘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은 지금 보다 훨씬 많이 받았을 것이다. 물론 2006년 말 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서 비정규직 노조조직률이 2.77%라는 처첨한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900만명의 비정규직 중 25만명만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을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것으로 변명이 되지 못한다. 정규직의 66.83% 수준이라는 비정규직의 임금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임금을 차별하는 법과 권력이 존재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법과 권력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를 해소하기를 언제까지 애원하고 기다린다고 해서 정규직 수준으로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 나라에서 특수고용직 노조 활동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왔던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비정규직의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법적으로 보장해 줘서 단결하고 임금이 인상됐던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자유, 노조할 자유와 노동자의 임금 등 권리는 그런 것이었다. 권력과 법이 노동자에게 자유로 보장해서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서 노동자가 임금을 지급받던 것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기대 없이 노동자는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나아가야 한다. 오늘 윤석열 정권 아래서 노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권력에 대한 기대가 없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스스로 쟁취해 나아가야 할 때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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