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가난에 내일이 어디 있어요? 배고픈 사람에게 내일이 어딨어. (이들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정말 힘든 사람들은 저녁에 누울 때 내일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해요. 해 뜨는 게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내 삶을 서로 돌보고 나누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대변해 주는 것, 이것이 기초적인 사랑의 시작입니다. 사랑은 구체적인 현실에 개입하고 관여하고,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40년 넘는 세월을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1979년 서울 상계동 판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이 만 스무 살을 맞았다. 2002년 7월 창립한 노노모는 ‘사용자 대리를 하지 않을 것’을 회원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 124개 노조·노동사회단체·노무법인 등에서 일하는 공인노무사 209명이 함께하고 있다.28일 지난 20년간의 노노모 활동을 조명하는 창립 20주년 행사 ‘노노모 함께 20년 페스티벌’이 열린다. 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노노모 12대 회장인 김재민(47·사진) 노무사를 만났다. 김 노무사는 “사람은 스무 살 성년이 되면 활기차고 진취적이게 되는데,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징계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박정규(55·사진) 민주연합노조 조계종지부 기획홍보부장이 4명의 승려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26년간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한 박정규 부장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올해 2월 해고되자 1인 시위를 했다. 폭행한 스님들은 “(박 부장이) 종단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이 기막힌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박 부장이 해고된 지난 2월이 아니라 지부가 결성된 2018년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조계종은 배임·횡
‘광주형 일자리’를 세상에 내놓은 설계자이자 산파를 꼽으라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박병규(58·사진) 광주 광산구청장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 출신인 박 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다.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더불어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쟁쟁한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들을 꺾고 후보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박병규 구청장은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어낸 저력을 알기에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기초단체장
최근 수년 새 산업재해예방 정책은 급변하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는 정부 서랍 속으로 들어갈 뻔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불러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이끌었다. 2020년 4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현장 사고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산재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안전 관계법령 진보는 노동자들의 피를 거름 삼았다.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체계를 개편해 주요 중대재해 유형별로 산재를 줄이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
진보당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원내진출에 실패하고, 대선에서 독자 출마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뒤이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21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진보당은 이 기세를 살려 지난 2일 중앙위원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을 핵심으로 하는 총선전략을 포함해 2기 종합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어떤 진보정당보다 발 빠른 총선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윤희숙(46·사진) 진보당 상임대표를 만났다. 지난 8월 임
지난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끝나자 지난달에는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250여명이 들고 일어섰다. 임금인상과 위험한 작업환경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자발적 작업거부였다. 집단적 작업거부는 지난달 21일 하청 노사가 일당 1만원 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에 합의하며 7일 만에 일단락했다. 하지만 조선소 안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가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카페에서 최민수(48·사진)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만나 작업중단에 대한 평가와 남겨진 과제를 물었다. 최
올해 정기국회 최대 쟁점 법안 중 하나는 사측이 파업 노동자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면책해 주는 법안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는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53·사진) 민주당 의원을 만나 정기국회 내 노란봉투법 처리 방안을 포함한 노동현안에 대해 들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노동
“현 정부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그리고 공공기관 현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면 결국 노정관계는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사를 반추해 보면 그가 노동존중 정책을 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박해철(57·사진) 공공노련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에 박한 점수를 줬다.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5일 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6대 위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대의원 추대로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선거 출마도 공식화했다. 연맹 5대 집행부는 당시 여당인 더
21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는 윤석열표 ‘노동 개혁’의 입법 전선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공정한 임금체계를 최우선 과제로 정해 손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모두 입법을 통해 바꿔야 할 사안이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등 노동관계법들이 한국 사회 노동환경을 바꿀 핵심 법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환노위 의원들은 노동개혁 입법의 방향을 좌우한다. 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웅래(6
내년 1월 SK브로드밴드와 협력업체 간 위수탁계약 종료를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 노동자들은 원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6월2일 서울 중구 SKT 타워 앞 농성에 돌입했다. 100일 가까이 이어 온 농성은 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을 앞둔 지난 5일 잠시 중단했다. 당초 7일 오후 농성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원청과 대화가 진전되면서 농성을 유보하기로 했다.대화 물꼬가 트이면서 농성은 잠정 중단했지만 정리해고·부당전보 문제를 비롯해 직접고용 대상자 범위, 임금·처우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센터는 2012년 4월 전국 최초로 여성의 노동권, 모성권을 보호·지원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생활 균형 문화조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여성노동자는 다른 위협에 노출됐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자녀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지며 직장에서는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가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김지희(55·사진)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을 만났다
“우리는 그 악명 높았던 ‘정규직제로’ 모비스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차별과 비교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유롭게 화장실 가고, 아프면 병원 가고, 폭언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어서, 노동자의 기본권을 누리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래서 업체의 벽을 허물고 공장 담벼락을 넘고 지역을 넘나들며 노조를 함께 만들고 연대했습니다. 그렇게 57개의 유명무실한 협력사를 13개로 통합했습니다.”(지난 26일 현대모비스 모듈부품사연대 미래차위원회 통합운영 입장문 중)최근 13개 협력업체를 생산전문
금속노련이 출범한 지 61년, 연맹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연맹의 고민은 깊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사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비롯해 친환경 부품 생산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사와 부품사의 전속성은 더욱 강해지고, 산업전환에서 도태된 회사에서는 고용위기가 필연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57·사진)을 만나 연맹이 갖고 있는 고민과 사업계획을 들었다
지난 2월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힐튼호텔)의 새 주인이 된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말 호텔 영업 종료를 앞두고 호텔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노조가 고용승계와 노조활동 보장을 두고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호텔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진 만큼 이번 합의는 호텔 주인이 바뀌어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물론 매각 이후 재고용을 보장하기까지는 지난한 협상 과정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매각설이 퍼지고 나서 호텔측
쿠팡 노사 갈등이 쉬이 사그라들기 어려워 보인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본사 농성도 장기화하고 있다.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냉·난방기 설치”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6월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쿠팡과 1년여 동안 15차례 교섭했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지회는 성실한 교섭과 함께 혹서기 냉방 대책을 요구하며 본사 농성을 시작했다. 쿠팡은 7월 초에 농성장 전기를 끊었고, 같은달
“정의당은 존재 이유를 검증받는 시간에 들어섰다. 가장 가혹한 자기평가로 다시 태어나겠다. 지난 10년 혼돈의 정치노선을 정리하겠다. 변화된 현실에 맞게 노동 대표성을 확장하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를 주도하겠다. 이 변화는 정의당이 없으면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질 시민들과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의 정의당을 이끌고 있는 이은주(53·사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언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12일 원내대표로서 전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13년 동안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일한 박수호(43·사진)씨는 이렇게 생각했다. 약정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해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고, 임신 중인 동료가 하혈해도 곧바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2017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수십 개 도급업체에 흩어져 근무하던 제조기사는 SPC그룹 계열사 피비파트너즈 직원이 됐다.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점심시간도 되찾았다. 노조가 생긴 뒤 바뀐 것들이다.기쁨도 잠시 그는 현재 과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면 김순종(70·사진)씨는 쉬 잠들지 못한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물속에 있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왼쪽 어깨뼈가 썩어 문드러졌던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의 깊은 골짜기가 그려진다.8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투입된 민간잠수사 25명 가운데 김순종씨가 있다. 그날 2014년 4월16일 그 배가 가라앉고 안산 단원고 아이들이 배에 남아 있다고, 같이 아이들을 찾으러 물속으로 가야 한다고 김순종씨에게 전화를 한 건 공우영 민간잠수사였다. 그때 김순종씨는 다른 민간잠수사 3명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입사일은 2014년 6월5일이고, 사번은 22301이네요.”해고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김계월(58·사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입사일과 사번을 여전히 기억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그는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복직 소감을 전했다. “어쩌면 나도 거리에서 정년을 맞을 수 있다”는 각오로 꼬박 798일을 보냈다고 했다. 해고된 지 799일 만인 18일 김 지부장은 마침내 일터로 돌아간다. .‘코로나 1호 정리해고 사업장’ 케이오에 맞서 김씨는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켰다. 8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그를 싸우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