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센터는 2012년 4월 전국 최초로 여성의 노동권, 모성권을 보호·지원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생활 균형 문화조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 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여성노동자는 다른 위협에 노출됐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자녀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지며 직장에서는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김지희(55·사진)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2019년 6월부터 센터장을 맡아 3년간 센터를 꾸려 왔다.

- 센터의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여성노동자 중 직장맘은 세 가지 고충을 가진다고 한다. 직장고충·개인고충·가족(관계)고충이다. 센터는 직장에서 일·생활 균형이란 인식을 가지지 않으면 직장맘이 행복하게 고용을 유지하며 생활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만들어졌다. 저출생 문제는 직장맘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장에서 (직장맘의) 어떤 요구와 고충이 있고 정책적으로 무엇이 요구되는지 전달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 전환과 제도적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에 직장맘지원센터가 3곳이나 되는데도 상담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직도 현장에서 센터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직장맘 고충에 주목한 센터, 상담은 지금도 증가
10명 중 3명 임신·출산·육아로 불이익 처우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는 2012년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 출발했다. 황현숙 초대 센터장이 4월부터 업무를 개시했고 7월 개소식을 가졌다. 지역적으로는 마포구에 위치했다가 2014년 지금의 광진구로 이전했다. 2016년 금천구에, 2017년 은평구에도 각각 직장맘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2019년 3월 이 세 곳을 동부권·서남권·서북권 직장맘지원센터로 각각 개편했다. 애초 광역권으로 출발했던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 전환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KU시네마테크에서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 상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는데.
“제가 취임한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보면,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전체 상담건수는 1만4천74건이다. 2019년 3천847건, 2020년 4천192건, 지난해 3천749건, 올해 7월 기준 2천286건이다. 코로나19 시기에 크게 늘었다. 올해도 7월 기준으로 벌써 2천명이 넘었다.”

센터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임신·출산·육아기 노동권 관련 상담이 9천29건(64.2%) 접수됐다. 이 중 제도 사용방법에 대한 상담은 5천905건(65.4%), 임신·출산·육아기 불이익처우 관련 상담은 3천124건(34.6%)로 나타났다.

불이익처우 중 가장 많은 2천131건(68.2%)은 육아휴직에 관한 것이다. 출산전후휴가 관련 상담은 523건(16.7%), 임신으로 인한 불이익 278건(8.9%),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102건(3.3%), 배우자 출산휴가와 임신기 근로시간단축 각 28건(0.9%) 순이다.

- 미조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많이 찾나.
“그렇다. 내담자를 보면 중소·영세 사업장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기준 4명 이하 사업장 노동자가 66.4%다. 5~49명 18.8%, 50~99명 13.3%, 100~499명 9.9%다. 500명 이상은 4.9%다. 5명 미만 노동자는 조직도 없고 법적 보호도 못 받는다. 이들은 상담하면서 ‘나는 (적용 대상이) 되나요’ ‘회사에서 하지 말라네요’ 같은 목소리를 전달한다.”

- 코로나19 시기에 상담이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4~5월 학교 문을 닫았을 때 상담이 많이 몰렸다. 올해는 그 시기가 아닌 때에도 상담이 많이 온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극성기에 버텼던 직장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년에는 더 상황이 심화할 것 같다. 이런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 출산하면 얼마를 주겠다, 아이를 낳으면 육아를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문제는 직장맘의 경제활동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노력이 또다시 투입돼야 하는데 경제적 손실 아닌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려면 이런 통계에 주목했으면 한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66.4% 차지
코로나19로 직장맘 경제활동 중단 주목해야

- 센터가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공인노무사가 상주해 전문상담을 한다. 이런 곳은 전국에서 여기 센터가 유일하다. 서울시가 10년 전 여성노동권에 주목하고, 그중 직장맘 고충에도 관심을 보였다. 여성노동권을 잘 보장하는 것이 직장맘 고충을 덜어 주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교육과 홍보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직장맘 당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과, 직장맘 상황을 알아야 사회적 인식도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홍보와 캠페인을 적극 펼친다. 직장맘 문제에도 센터뿐 아니라 정부 산하기관 등 관련 기관이 많다. 자녀돌봄·육아지원·교육지원 등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네트워킹을 강화해서 효과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2019년 7월 전문가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직장맘114권리지킴이’를 출범시켰다. 함께 참여하는 기관들과 같이 지역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조례 만들기에도 주력했다. 성동구와 강동구에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 및 일·생활 균형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다른 기초단체에도)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조례는 많지만 핵심은 경력단절이 되기 전에 예방을 위한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성 노동권과 모성권 보호 활동에 각 자치구가 적극 임해야 합니다. 광진구와 중랑구 등에도 조례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촘촘한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어요.”

- 조례 제정만 해도 큰 성과인 것 같다. 또 다른 사업의 성과가 있다면.
“지난 10년간 상담 등 활동을 해 오다 보니, 지금 인터넷에서 임신·출산·육아 단어를 검색하면 센터가 뜬다. 지금은 아빠육아휴직 같은 남성 상담자도 11%가량 된다. 센터 출범 초기엔 5~6% 정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가족돌봄휴가, 육아휴직 상담이 늘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센터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도 있다. 상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구제에도 센터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직장맘 고충과 호소, 요구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전엔 상담을 받고 서울노동권익센터나 마을노무사에 사건을 의뢰했다면 지금은 센터 노무사가 직접 구제사건을 맡습니다.”

이는 2020년 추경을 통해 ‘코로나19 긴급 직장맘노동권리구제단 사업’이 긴급 편성되면서 가능해졌다.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의 경우 4명이 구제단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는 ‘직장맘 법률지원단’으로 명칭이 변경돼 계속 활동하고 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여가부 폐지’ 직장맘지원센터에도 영향 커
전국 최초 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의 자랑

-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직장맘지원센터에 미치는 영향은.
“여가부 폐지 추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왜 꼭 직장맘이냐, 직장대디도 힘들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사업에서 직장맘과 직장대디 사업을 한다. 하지만 직장맘을 센터명에 붙인 건, 직장맘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없어진다는 것은 여성들이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성평등이 이뤄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러면 직장맘의 고충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시도 직장맘지원센터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0~9세 자녀를 둔 엄마·아빠의 가장 현실적인 육아부담을 덜어 주고, 양육활동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년간 14조7천억원을 투입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부모가 일할 수 있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좋은 취지예요. 이런 측면에서 센터의 역할과 활동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맘지원센터는 서울시가 자랑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세종시 등 많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어요. 센터에서 나오는 통계는 고용노동부도 없습니다.”

- 앞으로 10년, 직장맘지원센터가 나아갈 방향은.
“지난 10년은 사각지대에 놓인 직장맘 고충을 많이 듣고 해결하면서 사회적 인식도 확산했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일·생활 균형이 실현되는 사회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10년은 그런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법·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으로 제안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센터는 그런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직장맘 목소리는 계속될 테니까.”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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