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희 기자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징계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박정규(55·사진) 민주연합노조 조계종지부 기획홍보부장이 4명의 승려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26년간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한 박정규 부장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올해 2월 해고되자 1인 시위를 했다. 폭행한 스님들은 “(박 부장이) 종단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이 기막힌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박 부장이 해고된 지난 2월이 아니라 지부가 결성된 2018년부터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조계종은 배임·횡령 혐의를 받은 자승 스님을 비판한 지부 임원을 해고했을 뿐 아니라 지부의 교섭 요구도 거부한 전례가 있다. ‘비민주적’인 조계종의 문제가 곪아 터져 폭행사건에 이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카페에서 박정규 부장을 만나 해고 사건과 지부·조계종 간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부장은 “조계종은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내부 비판을 탄압해 왔다”며 “최근 새로 취임한 총무원장이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만큼 조계종도 변화할 때”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 정치활동 비판하며 노조·조계종 갈등 심화”

- 해고 경위는.
“지난해 11월 불교 팟캐스트에서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비판하다 해고됐다. 노조는 조계종이 망가진 원인 중 하나로 자승 스님의 정치활동을 지목해 비판해 왔다. 전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교 고문을 맡는 등 종단 내부에서 세력을 만들어 각종 행사를 주도하고 막후에서 조계종을 좌지우지한다. 팟캐스트 역시 노조 기획홍보부장 직함을 걸고 나가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한 것이다. 해고는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것이다.”

- 조계종은 이전에도 노조간부들을 해고한 적이 있다.
“2019년에 해고된 노조간부들은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징계 무효를 확정하고 나서야 복직할 수 있었다. 당시 노조간부들이 해고된 이유도 노조가 조계종 실세인 자승 스님의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을 했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이 고발당한 이유는 감로수 횡령 의혹 때문이다. 사찰에서 판매하는 ‘감로수’는 신도들이 불전에 올리는 생수다. 승려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수익사업의 일환이다. 그런데 노조가 우연히 감로수 판매 수익 일부가 조계종과 전혀 관련 없는 단체에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8년간 홍보 로열티 명목이었다. ‘주식회사 정’이라는 곳이 로열티를 받고 있었는데, 이곳이 ‘재벌 프로포폴’로 유명한 모 성형외과 법인이었다. 홍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 법인의 이사로 자승 스님의 친동생이 등재돼 있었다. 반대로 자승 스님이 이사장으로 등재된 장학재단에는 그 성형외과 원장이 이사로 올라와 있다. 자승 스님과 그 성형외과 원장이 특수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혹을 노조가 제기하고 배임·횡령죄로 고발했는데,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때 서울중앙지검장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다. 자승 스님은 현재 총무원장을 물러나 봉은사 회주로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꾸준히 찾아가 만났다.”

- 노조와 조계종이 계속 갈등을 빚는 이유는.
“2018년 9월 지부가 생겼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조계종이 거부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는 중에 2노조가 생겨 교섭권을 뺏겼다. 2노조는 외부 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 노조다. 조계종은 지부가 생기고 나서 지부 관계자들과 한 번도 대화한 적이 없다. 종교조직이니 노조를 더 부담스러워하는 측면도 있는데, 조계종도 사회법을 적용받는 조직 아닌가. 하지만 전혀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데, 노조가 자승 스님을 꾸준히 비판하니 조계종은 이를 탄압하는 것이다.”

“조계종, 폭행사건 가해자 조사조차 없어”

- 폭행 사건 이후 조계종이나 가해자의 사과는 있었나. 가해자들은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현재 수사 진척 상황은.
“사과는 전혀 없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수사 중이다. 가해자들은 현재도 여러 행사를 활보하고 다닌다. 조계종은 가해자 여러 명 중 1명만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그마저도 딱 한 번 조사를 했을 뿐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승려로서 지켜야 할 계율 첫 번째인 불살생(不殺生)을 어겼는데도 조계종은 유감 표명조차 없었고 징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서울지방노동위원회뿐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 판정을 했다. 이후 조계종과 대화를 한 적 있나.
“종단은 이전부터 합의 의사가 없었다. 지부는 지노위 심문회의 때부터 합의 의사가 있다고 말했었다. 지난 7일 중노위 판정 결과가 도착하기 전에 조계종과 만났는데 조계종이 ‘내부 게시판에 참회문을 올리면 형량을 줄여 재징계하고 복직시키겠다’는 합의 조건을 밝혔다. 지부에서 논의한 결과 재징계는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부 비판에 대한 징계 명분을 조계종이 가져가고 향후 징계를 남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하고 나서 다시 조계종과 만나 경징계 수준으로 합의를 보자고 제안했는데 아직 응답이 없다.”

- 복직 의사가 있나.
“당연히 있다. 노동위원회 판결은 끝난 것이고, 이제 종단의 선택이 남았다. 행정소송이나 대법원까지 가서 불필요한 예산이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복직시켜야 한다. 만약 조계종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한다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노조를 결성하면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종단을 건강한 직장, 바른 불교로 만들겠다는 데 있기 때문에 타협하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다. 노조활동은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조계종의 여러 문제로 상처받은 불자들이 상실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지만 바른 종단을 만들어 나가는 데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계종은 1천600년의 불교 유산을 물려받고, 불교의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상당수를 소유하고 있고, 물적·정신적 유산을 조계종이 대부분 갖고 있다. 이건 조계종과 불자들만의 유산은 아니다. 1년에 불교 사찰에 지원되는 나라 예산이 수천억원이다. 조계종은 사회적 유산이다. 요즘 시대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 종교에 대한 신뢰가 낮지만 조계종이 국가적 유산인 만큼 불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종교,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계종은 새로운 총무원장이 취임할 때마다 ‘소통’을 강조한다. 총무원장이 조계종을 대표하는 만큼 진심 어린 행보를 보였으면 좋겠다. 승려·대중·신도와 진솔하게 소통하고 특히 함께 일하는 직원들, 노조하고 대화하고 소통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총무원장의 과제이기도 하고, 첫 행보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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