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지난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끝나자 지난달에는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250여명이 들고 일어섰다. 임금인상과 위험한 작업환경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자발적 작업거부였다. 집단적 작업거부는 지난달 21일 하청 노사가 일당 1만원 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에 합의하며 7일 만에 일단락했다. 하지만 조선소 안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카페에서 최민수(48·사진)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만나 작업중단에 대한 평가와 남겨진 과제를 물었다. 최 부지회장은 현대삼호중공업 파워공 대표로 작업거부 당시 하청업체와 교섭을 담당했다.

- 조선소에서 언제부터 일하게 됐나.
“1990년대 후반 대학 휴학 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조선소와 인연이 시작됐다. 학업 때문에, 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느라 조선소를 떠난 기간도 있다. 사실 조선소 일을 제 직업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 (조선소를) 누구나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아니었다. 종착역이었다.”

- 노조는 왜, 언제부터 하게 됐나.
“5년 전 강제 임금삭감이 있었다. 본공 일당이 21만원이었는데 조선업 불황기에 18만원, 17만원, 15만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17만원에서 15만원으로 떨어질 때 느꼈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음에는 도대체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포괄임금 근로계약서도 등장했다. 당시 노조가 없어서 법률투쟁을 전개했고 사측으로부터 사과도 받았지만,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구직활동이 어려워졌다. 회사는 하청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답은 명쾌했다. 노조였다.”

- 작업을 거부한 배경은.
“현장 노동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 보니 론지(배 주판의 길이 방향 보강재)작업 이야기가 나왔다. 론지작업을 하다 보면 최소한 3타점이 유지돼야 한다. 양발과 한 쪽 손을 고정시키고 (그라인딩)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불가능하다. 2타점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삐끗하면 사망이고, 균형을 잘 잡으면 사는 것이다. 원청사 입장은 론지작업 금지인데, 금지하면 배 한 척 나갈 수 없다.”

지난달 파워공은 사고 위험이 큰 론지 2단 이상 작업을 공인자격증 소지자가 수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청 노사는 같은달 23일 위험한 론지작업은 2023년 3분기부터 국제자격증을 소지한 노동자에게 맡기기로 합의했다. 해당 작업으로 인한 위험은 1년여간 지속된다는 의미다.

- 노사 극적 타결 후 현재 상황은.
“의견일치안 문구 해석 차이가 있는데,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작성한 합의서를 바탕으로 원만히 해결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포괄임금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포괄임금제에 익숙해져 있다. TFT를 구성해 이야기를 나눠 갈 계획이다. 하지만 조선소 하청업체 폐업은 반복되기 때문에 언제든 합의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노사 의견일치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노동자 의견이 충분히 사측에 전달될 수 있게 법에 따른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활성화하려 한다.”

- 조선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10년 동안 짜장면값도 두 배가 올랐다. 하청노동자의 명목임금은 거의 그대로다. 다단계 고용구조까지 겹쳐지며 조선소를 골병들게 한다. 이번 기회에 해결하지 못하면 조선소 전망은 다시 써야 한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사업장 내의 당사자 문제로만 축소한다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파업에서 나타났듯이 사회적 연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조선업 호황이라고 말하는데 조선소 골병이 치유돼야 조선업 전망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나.”

- 정부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많다고 들었는데.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모두 포괄임금제지만, 정주노동자가 포괄일당 18만원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는 13만원을 받는다. 정주노동자보다 일을 더 잘해도 돈을 더 안 준다. 안전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파워공 그라인딩을 하면 분진 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 송기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분진마스크 하나 쓰고 청소한다. 안전교육을 한다지만 교과서적인 안전교육이라 (현장에서는) 의미가 없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다단계 고용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 현재 나온 대책들은 다단계 고용구조와 이주노동자를 함께 묶어 조선소를 운영하겠다는 메시지로밖에 안 보인다. 정주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조선소 하청구조의 고질병을 치유하지 않는 한 조선소에서 비전을 찾는 노동자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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