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현 정부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그리고 공공기관 현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면 결국 노정관계는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사를 반추해 보면 그가 노동존중 정책을 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박해철(57·사진) 공공노련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에 박한 점수를 줬다.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5일 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6대 위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대의원 추대로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선거 출마도 공식화했다. 연맹 5대 집행부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라는 성과를 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 같은 노정협의기구까지 구성했다. 그렇지만 보수정권과 맞닥뜨린 연맹 6대 집행부는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 연맹 위원장 집무실에서 박해철 위원장을 만나 향후 정국과 과제를 들었다.

5대 집행부 대화·투쟁 고른 성과
6대 집행부 ‘공공기관 민영화 저지’ 과제

- 연임을 축하드린다. 새 집행부 과제에 앞서 5대 집행부 활동 평가를 듣고 싶다.
“제법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같은 대목에서 공공기관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한 폐해가 드러났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기관 본연의 목적에 맞는 운영을 노동자 참여로 이끌어 가는 제도다. 다소 지연됐지만 법 개정으로 도입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가 창궐한 시기 한국노총 내 다른 공공노동자와 함께 대정부투쟁을 진행한 것도 성과다. 개인적으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당시 여당 승리를 이끌고, 이후 여당 내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구성에 기여한 것도 성과로 생각한다. 경사노위 공공기관위를 2기까지 구성해 노동이사제 도입 합의와 직무급제 일방 추진 중단을 합의한 것도 5대 집행부가 성과로 내세울 만한 일이라고 본다.”

- 아쉬움도 있을 텐데, 이를 바탕으로 6대 집행부 과제를 짚어본다면.
“보수정권, 반노동 정권 수립을 저지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여전히 꽉 막혀 있는 공공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훼손 문제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사내대출제도 개악 시도로 갈등이 촉발했다. 사내대출제도는 노사가 교섭으로 합의한 것인데 이를 지침 한 장으로 개악하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말살한 조치다.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게 기재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이다. 교섭으로 정해야 할 임금인상률과 근로조건을 모두 통제하는 정부 지침이다. 헌법은 물론 4월 발효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에도 어긋난다. 5대 집행부에서 이에 대한 헌법소원과 ILO 제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 공공기관 구조조정 시도는 6대 집행부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민영화다. 정부는 한사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우기는데 시장을 넘겨주는 것이 민영화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국가활동을 민간에 넘기는 것 자체를 민영화로 정의한다.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제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고 우겨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나. 민영화 시도 과정에서 기재부 지침에 따라 운영한 공공기관을 방만경영 장본인으로 몰아세우고 국민과 갈라치기하려 한다.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12월까지 입맛대로 민영화 계획을 확정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표에 맞춰 연맹도 대규모 집회를 준비할 것이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국민 눈높이서 정부 노동정책 기만 지적
모·자회사, 정규직·비정규직 아픔 대변

- 안타깝게도 노동자 투쟁이 국민에게 호소력 있게 가 닿지 못하는 추세다.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시도를 할 것이다. 노동자의 눈높이에서 말하다 보니 국민과 괴리가 있는 대목이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게 많다. 일례로 공공기관 부채를 보자. 주요 부채기관으로 지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민임대주택을 1가구 지을 때마다 부채 1억8천300만원이 생긴다. 부채를 없애려면 국민임대주택을 안 지으면 된다. 그런데 LH가 임대주택을 안 지으면 사회적 취약계층 주거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주거권 책임을 수행하는 기관이 공기업인 LH다. 정부가 지으라고 해서 지은 임대주택 아닌가. 그런데 빚이 많다고 타박한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부채가 많다면, 전기요금을 올리면 된다. 지금 전기 생산단가를 100으로 하면 요금은 60 수준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전기 사용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한전이 떠안아 온 것이다. 모두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이지 않았나. 이 정도면 양심이 없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도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운항을 멈추면서 부채가 늘었다. 코레일·SRT 등 모두 마찬가지다. 이게 방만한 공공노동자 책임인가. 이런 대목의 적확한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국민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라디오나 유튜브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말을 해야 한다.”

- 노동계 내부의 연대도 중요할 텐데 어떤가.
“맞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노동자 간 연대다. 박근혜 정부가 2대 지침을 추진할 때 노동자들이 무너졌다. 막바지 성과연봉제만큼은 절대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해 연대했고, 승리했다. 좋은 경험이 됐다. 다음달 초 중앙공공기관과 지방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함께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가지 짚어 볼 대목이 있다. 공공기관 내부의 이중노동구조다. 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의 경영평가에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평가가 노동자와 조직의 미래를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연대해야 한다. 공공기관 모·자회사 노조가 연맹에 많이 가맹해 있다. 이들에게도 당부하는 것이 노동자는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모회사든 자회사든 어떤 형태건 연맹은 노동자의 아픔을 대변하고 싸워 제도적으로 지키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서민·노동자 아픔 모르는 윤석열 정부
“노동운동 원칙 지켜 공공 넘어 노동 위기 극복”

-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윤석열 대통령 개인을 보라. 권력의 최정점인 검사로서 총장까지 지냈다. 그가 서민과 노동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나. 최저임금을 받아 생계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과 어려움을 이해하겠는가. 그런 인식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니, 일할 자유니 하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것 아니겠나.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정부 정책을 강행하면서 요식행위로 대화를 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저임금을 받는 다수 비정규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정부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창궐에 맞섰다면 이제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조합원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와 대립이 불가피하다.”

- 대의원대회 추대로 한국노총 위원장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그렇다. 취약노동자에 대한 노력을 강화하고, 조합원 총의를 받아안아 신뢰받는 한국노총을 꿈꾼다. 4년간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를 이끌면서 한국노총 내 다른 산별의 고충과 어려움에도 깊이 공감하고 연대해 왔다. 노동운동의 원칙을 지키고자 한다. 연맹 조합원의 엄중한 명령을 받아 공공부문을 넘어 노동이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지 않겠다. 한국노총의 위상을 제고하고 현장 노동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운영으로 한국노총의 명예를 일신하고자 한다.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일터를 지키고, 새 일자리를 생산할 비전과 개혁을 위한 계획도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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