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진보당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원내진출에 실패하고, 대선에서 독자 출마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뒤이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21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진보당은 이 기세를 살려 지난 2일 중앙위원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을 핵심으로 하는 총선전략을 포함해 2기 종합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어떤 진보정당보다 발 빠른 총선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윤희숙(46·사진) 진보당 상임대표를 만났다. 지난 8월 임기를 시작한 윤 상임대표는 ‘진보 집권전략’을 토대로 앞으로 진보당의 총선전략을 이끌게 된다.

“촛불광장 완수하고자 상임대표직 출마”

- 청년운동을 오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청년단체 활동을 17년 정도 했다. 2007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부의장을 맡았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사회를 보다가 구속됐다. 제가 구속된 사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한청에 대한 이적단체 재판이 진행됐다. 2010년 한국청년연대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사회를 보는 등 연대운동을 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청년운동을 졸업했다. 나이도 그렇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봤다.”

- 진보정당운동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이었다. 당원으로만 지내다가 당직을 맡은 지는 3년 정도 됐다. 2020년 6월 진보당 1기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 전에 민중당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당시 국민 바람은 대통령 한 명 바꾸자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였다. 촛불정부는 실망스러웠다. 촛불정부의 역설이라고 할까. 팬데믹 이후 기후위기, 재난대비, 교육과정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당시 정권으로는 촛불개혁을 실현하기 어렵다, 진보정치가 왜 필요한지를 절감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정권이다. 맞서 싸워야 한다. 촛불광장을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대표를 맡았다.”

진보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3월 대선에서는 진보후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완주했지만 0.11% 득표에 그쳤다. 반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총과 4개 진보정당이 진보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고, 진보당은 정의당(9명)보다 많은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 재도약 발판 됐다”

- 대선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 막판 정권 연장이냐 교체냐를 두고 양당 후보 쏠림현상으로 빈틈이 없었다. 상대가 싫어서 다른 후보를 찍는 비호감 대선이었다. 진보가 새로운 비전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득표율은 뼈아프다. 한편으로는 진보가 꼭 필요하다, 새 비전이 필요하다고 깨닫는 대선이었다. 진보단결 요구에 실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서는 진보단결 실현에 최선을 다했다.”

- 지방선거에서는 다른 결과를 받아들었다.
“일반적으로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선자 21명은 전체 지방선거 당선자 4천여명에 비해 많지 않지만 당선자가 나오기까지 과정에 주목한다. 전북 순창군 선거구에서 3선을 한 오은미 전북도의원을 보자. 일찌감치 오 의원이 당선될 것이라고 느꼈다. 오 의원 당선이 너무 절박한 농민이 많았다. 농민을 위해 밥 굶고 싸워 준 사람은 오 의원밖에 없었다. 오은미는 꼭 찍어야 한다며 글을 모르는 사람들마저 오 의원 명함을 붙여 놓고 통째로 외웠다고 하더라. 노동·농민 현장에서 활동을 펼친 것이 성과를 낸 것이다. 헌신적인 노력에 더해 실제 주민에게 필요한 정책, 농민수당이나 태양광에너지 정책 등을 낼 수 있었다.”

- 지방선거 결과 상당히 자신감이 붙었을 듯하다.
“진보당 2기를 시작하면서 1기를 평가해 보니, 가장 큰 변화는 우리 당원들의 변화다. 마음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우리가 대선후보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당원이 있었다. 21대 원내진출에 실패하고 원외정당이 되면서 계속 진보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1기 진보집권 전략, 진보당 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채택하고 이 길로 가자고 했다. 그에 기초해 지방선거가 다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자신감이 생겼다.”

진보당이 준비하는 ‘지방정치’ 주목

진보당은 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하청노동자를 위한 ‘동구 노동기금’ 조성을 비롯해 지방의원들이 최근 지역 주민생활에 밀착한 1호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당은 어떤 지방정치를 준비하고 있을까.

“김종훈 동구청장은 공약이던 ‘노동복지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1호로 발의했으나 구의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국민의힘이 반대했어요. 조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하지만 하청·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진보당의 이유입니다. 반드시 실현해서 울산 동구를 노동자가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것입니다.”

윤 상임대표는 또 하나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일 중앙위가 열리기 전에 진행된 지방의원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진보정당 역사상 이렇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 지방의원(들)이 있었나 싶다”며 “돌봄노동자 지원조례나 재생에너지 공영화와 공존을 위한 지원조례 등 현장에서 나온 의제를 1호 조례로 내놓으며 새로운 대안정치 모델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 현장에서 나온 의제를 조례화했다는 의미는.
“주민대회를 말한다. 지방의원이 있는 지역은 물론이고 없는 지역도 주민대회를 조직해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0곳에서 진행했다. 진보당식 정치활동 효능감을 만드는 게 이번 ‘기수’의 가장 큰 과제다. 앞으로도 하나의 모델로 더 확대해 나갈 것이다.”

“반노동 친재벌 정책 윤석열 정부 저항 불러”

윤석열 정부 들어 화물연대·대우조선해양·하이트진로 등 특수고용직·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파업 뒤 사용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정기국회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부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제2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면서 노란봉투법 제정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취임 뒤 많은 노동현장을 다녔다.
“모든 정당이 민생을 말한다. 실제 국민의 절반이 노동자니 노동 문제야말로 진짜 민생이다. 최근 생기는 노동투쟁 현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하청노동자가 생존권을 위해 싸우면 원청이 불법 딱지를 붙이고 손배 폭탄을 떨어뜨린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많지만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자로 인정받는 싸움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조법 2·3조를 우리는 진짜사장 교섭법 또는 손배폭탄 금지법이라 부른다. 진보당은 이번 정기국회 때 현장을 다니며 노조법 2·3조 개정에 힘을 보탤 것이다. 법이 통과돼 노조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윤석열 정부는 노동정책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자유를 말하지만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말하지만 법과 원칙에 맞지 않게 일한다. 거의 경총과 재벌총수가 바라는 것을 실행한다. 그래서 윤 정부를 반노동 친재벌 정권으로 규정한다. 싸울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와 국민·노동자 의식과 맞지 않는 낡은 태도다.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계속. 민주노총 중심으로 11월 10만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그 이후 12월 민중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노총과 연대해 총파업·총궐기대회에 전당적으로 나설 것이다.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는 게 진보당의 사명이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차기 총선 ‘지역구 돌파’ 기초 원내진출”

- 진보당은 지난 중앙위에서 2024년 총선에서 자력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해 원내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진보당의 힘을 키워 원내 진출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먼저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치에 맞서 광장정치를 전면화하겠다. 지금의 현안대응과 민중투쟁을 전면화하겠다는 것이다. 울산 동구를 중심으로 21명의 진보적 지역집권 모델을 창출해 낡은 정치와 구별되는 대안모델을 만들어 내겠다. 20대 대선부터 이어 온 민주노총과 진보정당과의 연대연합 공동투쟁을 만들어 내서 헌신하겠다. 선거 시기 단일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래로부터 연대·연합을 강화해 노동중심 진보단결 실현에 복무하겠다.”

윤 상임대표는 “대체로 진보정당들이 비례전략을 많이 썼다”며 “우리는 지역구 돌파를 우선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진보당이 지난해 9월 당대회에서 의결한 ‘진보집권 전략’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진보집권 전략’은 2024년 총선에서 원내 3당으로 도약, 2028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 2032년 대선에서 집권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영호남 집권토대에 기초해서 지역구 돌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어떻게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겠다는 것인가.
“지난해 세운 ‘진보 집권전략’에서 2032년 진보 집권을 목표로,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까지 내다보면서 2년 뒤 총선 후보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집권전략이 핵심이고, 해당 지역 인구의 1%를 당원으로 조직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50만 대중정당이 돼야 수권을 내다볼 수 있다. 이미 이에 맞춰 인구 1% 당원을 조직화하고 있고, 그렇게 돌파한 지역이 몇 곳 된다. 그런 지역부터 집권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 힘의 원천이 당원이다. 선거 돌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당원의 힘이다. 내년 4월까지 10만 당원을 돌파하려고 한다. 나아가 노동자 당원 10만 시대도 열겠다. 현재 당원 9만명 중 6만명이 노동자 당원이다. 대부분 비정규·하청·특고 노동자다. 비정규직 전략사업단을 꾸려서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더 조직하고 당원 확대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가고자 뛰고 있다.”

“민주노총·진보 4당 연석회의서 총선대응”

- 총선후보를 조기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드맵은.
“올해 연말 1차 선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12월30일까지 투표다. 같은달 31일에는 1차 총선후보 엔트리가 나온다. 지금 지역별로 빨리 준비하는 곳은 이미 후보를 세워 지역사업을 하는 곳도 있다. 2차 선출은 내년 4월까지 한다. 가능한 한 총선 1년 전에 후보 선출을 마치겠다는 것이 당의 구상이다.”

- 그다음 단계로 진보정치 연대연합에 대한 구상은. 지난 대선 때 늦었다고 하지 않았나.
“대선과 지선을 거치며 민주노총과 진보 4당이 공동대응기구를 만들어 논의 테이블을 열었지만 늦었다고 지적받았다. 이를 상설화해서 지금부터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지난달 24일 ‘불평등체제 타파,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진보정당 연석회의’로 명칭을 변경해 출범을 선언했다. 이전보다 빨리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이 안에서 공동투쟁, 공동대응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고, 우리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모두 같이 논의하면서 힘을 키워가고자 한다.”

- 총선 대응도 포함되나.
“그렇다. 총선 때 갑자기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면 화학적 결합이 약하니 일상적으로 체제를 타파하는 공동대응을 하면서 민주노총과 진보정치의 단결 기운을 높이고, 그 이후 발전되면 조합원 열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진보단결을 위한 진보당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우리 당의 진정성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우리의 방향성이 일관된 것도 알 것이다. 한 발 나아가 진보정치의 힘을 키우는 데 우리 당이 복무할 준비가 돼 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명심해야”

-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외교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여당의 대응, 고등학생의 <윤석열차> 작품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엄중경고 사태를 보면서 이명박 정권 시즌2라고 인식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너무 정확히 그 공식을 따르고 있다. 촛불항쟁을 부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면 되는데,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고 고등학생 창작물에 대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막으려는 시도를 보면 가만히 있는 시민들도 나오게 된다. 그들이 광우병 사태 시즌2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 윤석열 정부에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광우병 사태 재판 최후변론에서 ‘권위와 힘으로 국민을 통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그걸 똑같이 반복하고 싶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경험했고, 그것을 직접 경험한 국민이 있다. 국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방식, 검찰 사고방식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